[천자춘추] 기후변화와 문화유산 보호

이지훈 경기역사문화유산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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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26일부터 29일까지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눈이 내렸다. 대부분 지역이 첫눈이었으며 11월 하순에 발생한 이례적·기록적인 폭설이었다. 세계유산인 남한산성에도 46.9㎝의 눈이 내려 수령 100년 이상을 포함해 400그루가 넘는 소나무가 쓰러지거나 가지가 부러지는 피해를 입었다. 여장이 훼손되고 탐방로 일부도 끊어졌다. 경기문화유산돌봄센터가 폭설 피해 긴급 모니터링을 진행한 결과 진위향교 대성전 등 도내 지정문화유산 38개소, 비지정문화유산 5개소에서 크고 작은 피해를 확인했다. 내린 눈이 수분을 잔뜩 머금은 습설(젖은 눈)이라 수목, 담장, 기와의 파손이 많았다.

 

이번 폭설은 우리에게 닥친 ‘기후변화’를 또다시 실감케 했다. 기상청이 2021년 발간한 ‘우리나라 109년간 기후변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1912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기온이 10년마다 0.2도씩 꾸준히 상승했다고 한다. 지속적인 기온 상승으로 기후 재난의 빈도 수와 규모가 커지고 있으며 100년에 한 번꼴로 일어나는 이상 기후 현상이 일상화되는 모습을 보인다. 기후변화는 곧 기후 비상사태, 기후 위기를 뜻한다. 지구온난화가 주요 원인인 이런 현상은 인류의 미래에 심각한 불안감을 안겨준다. 기후변화는 해수면을 상승시켜 저지대 지역의 침수 가능성을 높이고 많은 생물종을 멸종위기에 처하게 할 뿐 아니라 질병을 유발하고 미래 식량 안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각종 재난은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도 위협하고 있다. 지난 20년간(2002~2021년) 풍수해로 인한 문화유산의 피해 건수는 1천건에 육박한다. 또 최근 10년간 목조 문화유산 927건을 조사한 결과 25.4%인 236건에서 흰개미 등 생물 피해를 확인했는데 이 역시 기후변화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여름철의 폭우와 고온 현상, 발생 빈도가 늘어나는 태풍, 그리고 겨울의 한파·폭설에 맞서 문화유산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2024년 새롭게 정비해 공포한 국가유산기본법에는 ‘기후변화가 국가유산에 미치는 영향과 국가유산의 취약성을 국가와 지자체가 조사해야 한다’(제22조 1항)고 돼 있다. 법 조항에 명시된 것처럼 기후 재난으로부터 문화유산을 보호해야 할 주체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다. 2023년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은 기후변화로 인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국가유산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기후 재난으로부터 국가유산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3개 전략과 6개 핵심 과제로 구성된 ‘국가유산 기후변화 대응 종합계획’을 수립했다. 지자체도 기후변화에 대응한 문화유산 보호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예방 조치도 중요하고 피해 복구 예산 확보도 절실하다.

 

우리의 전통과 정신이 깃든 문화유산이 기후변화로 인해 훼손과 멸실의 위기에 처했다.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한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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