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사람은 서울로, 말은 제주로”

김성하 경기학회장·경기연구원 AI혁신정책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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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나면 서울로, 말이 나면 제주도로 보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지난 시절 우리 사회는 모두 그러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이를 실천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모든 것은 서울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그 어떤 지역을 가더라도 서울을 능가하는 도시는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물론 여러 요소 중 부분적으로 접근하면 서울보다 더 풍부하고 멋지고 잘된 곳이 많이 있다. 그럼에도 이 모든 것을 총체적으로 집약한 하나의 도시라는 관점에서 살펴보면 결과론적으로 ‘서울보다 더 나은 곳은 없다’는 암묵적 동의를 거부하지 못하는 것이다.

 

과연 서울이 정말 그 어떤 다른 도시보다 낫기 때문일까, 아니면 우리 사회에 내재된 서울을 향한 바라보기의 욕구 때문일까. 이도 저도 아니면 혹여나 한국 사회가 걸어 온 지난 역사 속에서 서울과 다른 지역의 도시들 간 발생한 정책적 불균형 때문일까. 어쩌면 이 모든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나타난 결과인지도 모를 일이다. 이를 인지하고 정책적으로 해결하고자 시작된 제도가 지방자치제도다. 그 흐름 속에서 모든 지자체는 중앙정부의 통제와 관리로부터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했으며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다. 이는 지방의 자율성과 고유성을 인정하고 서울 바라보기를 그만할 수 있도록 정책적, 제도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서울이 아닌 도시들 중에서 서울보다 살기 좋다거나 굳이 서울에 갈 필요가 없다거나 혹은 서울이 아닌 곳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또 직접 실행에 옮기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과거 서울에 가야만 있었던 것들이 이제는 이 도시에 가도 있고 저 도시에 가도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모든 현상에서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지역’이다. 만약 앞서 언급한 지방자치제도의 한계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지역’을 행정체계와 단위로 접근하기 위해 사용한 ‘지방’이라는 용어의 선택과 이를 기반으로 발생한 서울과 지방의 차이일 것이다. ‘지역’은 오랜 역사를 통해 항상 존재했고 지금도 존재하며 앞으로도 존재하는 곳이며 사람들의 삶이 녹아드는 곳이다. 행정적 구분을 위한 ‘지방’이 아니라 사람들이 숨 쉬고 사람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일상이 더욱 다채롭고 풍요로워질 수 있는 ‘지역’을 얘기하고 ‘지역’을 꾸미고, 그래서 ‘지역’을 널리 알려야 할 것이다. 이제부터 서울과 지방의 구분에서 서울 바라보기를 멈추고 서울도 지역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모든 지역이 한국 사회의 중심이 되는, 그래서 다양한 지역이 만들어 내는 멋진 한국 사회를 상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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