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클래식음악 좋아하세요?

최정현 안양대 음악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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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이란 유행을 타지 않는 최고 수준의 명작, 오랜 시간 널리 사랑받고 지속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닌다. 일상에서도 종종 사용하는 용어다. 그렇다면 클래식음악이란 무엇일까.

 

클래식이 음악을 일컫는 용어로 사용되면 과거 서양음악으로 한정된다. 보통 바흐, 비발디 등 바로크음악부터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의 고전주의를 거쳐 19세기 브람스, 슈만 등 소위 낭만주의, 20세기 프로코피에프, 쇼스타코비치 정도까지를 클래식음악이라 한다. 마이클 잭슨, BTS의 음악은 아무리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아도 대중음악이라 한다. 클래식은 적어도 50~300년 그 가치를 꾸준히 인정받아 오며 서양 조성음악의 대위법, 화성학, 주제동기 기법의 뿌리에서 발전, 변형되며 창작된 음악이다.

 

리스트와 파가니니는 순회연주를 하며 오늘날의 유명 아이돌 비슷한 팬덤과 인기를 누렸다. 극성 팬들은 리스트가 무대에서 던진 장갑을 나눠 가지려 몸을 던지고 피우던 시가까지 소장하러 경쟁하며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표했다. 말러의 ‘천인 교향곡’이 초연될 때는 음악가들은 물론이고 왕족, 문학가, 시인 등 당대 유명 인사들이 몰려 열광했다.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는 사후 멘델스존이 바흐의 마태수난곡을 발굴 및 지휘한 후 재조명돼 ‘음악의 아버지’라는 찬란한 호칭도 얻었다. 오늘날은 어떠한가. 조성진, 임윤찬 등 스타 연주자 음악회의 티케팅 경쟁과 클래식 악기 취미 수요는 상당하나 출산율 및 학령인구의 감소와 함께 과거 찬란했던 대중적 인기는 다소 줄어든 것이 현실이다.

 

시간의 흐름 속에 대중의 취향은 변한다. 클래식 역사에서도 18세기에는 유쾌하면서도 고상하고 자연스러운 음악을 선호했으나 19세기에는 익숙한 화음에 극적으로 대비되는 다채로운 화성 진행과 개성적 음악이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클래식은 클래식이다. 어떤 시기, 어떤 스타일의 클래식이든 개인적인 호불호를 넘어서는 가치가 있음이 오랜 세월 인정된 음악이다. 영화를 볼 때도 평점이 좋거나 검증된 배우가 나오는 영화를 선택할 때가 많지 않은가.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미적 가치가 검증된 음악, 화려하지 않아도 은은한 스테디셀러가 클래식음악이다.

 

태양왕 루이14세가 권력 강화를 위한 이미지메이킹 도구로 적극 활용한 클래식. 루이 14세는 작은 악단이 항상 자신을 수행하며 연주하게 했다. 청력을 잃었던 베토벤은 내면의 갈등과 고통의 승화 과정을 클래식 기악작품에 쏟아냈다. 대체 클래식에 어떠한 힘이 있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그냥 느껴 보길 권한다. 추상적인 감정의 실체가 그대로 다가오는 것이 클래식이다. 말은 감정을 명확히 표현하기 어렵고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나 음악은 감정 자체이므로 오해가 없다. 어떤 작곡가, 어떤 연주자의 클래식이든 그들의 삶 속 고민과 흔적, 감정들이 듣는 나에게 매번 다양하게 말을 걸어올 것이다. 그냥 오롯이 몽글한 감성에 젖어 보자. 연말의 화려함과 공허함이 공존할 때, 복잡한 심정일 때, 내 맘에 꼭 맞는 어떤 멜로디들이 따뜻한 위로가 돼 줄 것이다. 세상의 흔들림 속에서 내 삶의 여정을 묵묵히 걸어갈 힘이 돼 줄 것이다. 클래식은 클래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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