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배 대한민국특례시시장협의회 사무처장
대학생을 대상으로 강의 중에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이념인 자유와 평등에 대해 질문했다. ‘자유와 평등’ 중 본인이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념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70% 정도의 학생이 자유를 선택했다. 자유를 선택한 학생들에게 ‘보수와 진보’ 중 본인은 어느 쪽이냐고 다시 한번 물었더니 진보 쪽이 70% 정도 됐다. 우리는 보통 보수의 가치로 자유를, 진보의 가치로 평등을 우선시한다고 이야기하는데 요즘 학생들은 그런 기준이 없는 건지 굳이 깊이 생각을 안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조금 더 들어가 평등에 관해 말해 보면 무조건 같아야 한다는 것이 평등의 진리가 아니고 ‘같은 건 같게, 다른 건 다르게’ 하는 것이 평등의 큰 원칙일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특례시’가 있다. 인구 100만이 넘은 도시인 수원, 용인, 고양, 창원이 있고 내년이면 화성도 특례시가 된다. 중앙집권적인 우리나라는 중앙정부가 있고 그 아래에 지방자치단체라는 이상한 이름의 조직이 있다. 중앙과 지방이라는 이분적 명칭도 그렇고 분명 행정행위를 하는 곳인데도 단체라는 이상한 명칭을 사용한다. 중앙정부의 대응으로 한발 양보해 지방정부 또는 지방자치정부라 하면 될 것을 지방자치단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부터 우리 중앙이 아닌 영원히 곁가지인 지방인가 하는 자존심이 상하기도 한다. 그 지방자치단체의 명칭도 광역단체는 특별시, 광역시, 도, 특별자치도 등이 있고 기초단체에는 시, 군, 구가 있다.
그중 기초단체 가운데 특례시란 명칭을 부여받은 도시가 곧 5개가 된다는 이야기이다. 사실 전에는 인구가 100만이 넘으면 광역시가 됐는데 수도권에 인구가 모이다 보니 창원을 제외하고 광역시의 기준이 거의 경기도로 몰려 있어 특례시라는 형태의 새로운 행정조직 명칭을 만들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 특례시가 어중간한 위치에 있다 보니 영어의 표현인 ‘스페셜시티’가 아닌 그냥 ‘노멀시티’가 돼버린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현실이다. 중앙정부가 특례시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국회에 제출 준비 중이라 다행이라 생각되지만 이름뿐인 법률이 아닌 다른 건 다르게 인정해 주는 실질적인 법률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특례시는 무엇을 크게 요구하지 않는다. 지방소멸이라는 어려운 시대에 규모가 작은 시·군들의 파이를 요구하지도 않고 인구 규모만 따지면 최대 100배의 차이가 나는 시·군과 여건이 다른데 같은 적용을 받는 것에 대해 다른 것은 다르게 해 달라는 최소한의 요구를 할 뿐이다. 모두가 행복한 나라가 되려면 최소한 내가 낸 세금만큼의 복지와 혜택은 누려야 된다고 생각한다. 단지 큰 도시에 산다는 이유로 역차별을 받는 것 또한 정의롭지 못한 일이다. 그러기 위해 ‘같은 건 같게, 다른 건 다르게’ 인정해 주는 좋은 법안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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