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종원 단국대 철학과 교수
인공지능(AI) 기술의 혁신 속도가 매우 빠르다. 요즘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챗GPT만 봐도 그 점을 실감할 수 있다. 이 대화형 챗봇은 외국어의 정확한 번역,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에 들어갈 이미지 제작, 대형 사전에도 수록되지 않은 전문용어에 대한 설명 등을 훌륭히 한다. 심지어 대학생들의 각종 보고서, 학자들의 논문 심사서, 심지어 신을 향한 갖가지 기도문까지 그럴듯하게 써낸다. 챗GPT의 이 놀라운 능력에 경탄하며 사람들은 타인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본다. ‘이 작업은 사람이 한 걸까, 아니면 AI가 한 걸까.’
그러나 이런 일반적인 수준의 경탄과 의심은 기성세대나 하는 것이다. 젊은이들은 인공지능 기술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더욱 다양한 문제의식을 제기하고 대담한 상상을 한다. 필자는 최근 두 건의 행사에서 이 주제에 관한 대학생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첫째 행사는 지난 9일 열린 단국 융합철학 워크숍이다. 단국대 연극 동아리 학생들이 돕고 철학과 학생들이 주도해 사랑에 관한 철학적 생각을 6편의 연극으로 표현했다. 그런데 그 가운데 한 편에는 자기중심적이고 변덕스러운 사람과는 달리 늘 상대를 배려하고 한결같이 신실한 챗봇이 등장하고 다른 한편에는 베일에 가려져 있던 엄마가 알고 보니 AI 엄마였다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진짜 친구보다 신실한 챗봇 친구, 진짜 엄마보다 더 한결같이 자식을 위하는 AI 엄마를 상상하며 학생들은 아무리 신실해도 챗봇은 가짜라고 외치기도 하고 반대로 AI 엄마도 엄마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 묻기도 한다.
둘째 행사는 지난 15일 ‘디지털 전환(DX) 시대의 유교적 전망’을 주제로 한국유교학회가 성균관대에서 개최한 대학생 논문 발표회다. 기존 학술대회의 틀을 깨고 학부생이 주인공으로 참여한 이번 대회에서는 생성형 AI 기술 윤리와 인의예지(仁義禮智), 디지털 페르소나의 문제와 유학적 양심, 딥페이크 디지털 성범죄와 공감 교육 등 총 6편의 논문이 발표돼 첨단 기술이 낳은 갖가지 사회 문제를 해결해 가는 데 유교가 어떤 시사점을 줄 수 있는지 토론했다.
위 두 행사에서 젊은이들이 펼쳐 보인 생각들에서 기성세대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 첫째, 첨단 기술에 대한 윤리적 숙고가 지금보다 훨씬 더 강화돼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의 걸출한 사상가 함석헌은 현대 기술문명을 비판하면서 기술은 결코 가치 중립적이지 않음을, 기술은 인격의 발현임을 역설했다. 이 점은 AI 기술도 마찬가지다. 다른 여러 현대의 테크놀로지와 마찬가지로 그것 역시 이윤의 극대화라는 상업적 가치를 최우선적 고려 사항으로 삼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둘째, AI 기술이 전통적으로 인간이 했던 일들을 대체하면서 변화돼 가는 인간의 위상과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점이다. 미래에도 인간만이 할 수 있거나 적어도 AI보다 여전히 잘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이웃과 뭇 생명의 아픔에 공감, 공명하고 돌보고 섬기는 일, 적어도 엄마처럼 따뜻하게 세상을 어루만지는 일은 인간 엄마가 AI 엄마보다는 훨씬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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