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겨울철 위험기상을 대비하는 끝없는 도전

장동언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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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되면 기상청 예보관들의 과제는 하나 더 늘어난다. 강수가 있을지 없을지에 더해 강수가 있다면 그것이 비일지 눈일지, 눈이라면 얼마나 쌓일지에 대한 판단까지 내려야 비로소 적설 예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눈인지 비인지에 대한 정보는 우리의 일상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눈이 자주 오지 않거나 경사가 있는 길은 1㎝의 적설에도 교통이 마비되곤 하며 제설작업 시간을 놓치면 내린 눈이 얼어붙어 빙판으로 변하는 것도 순식간이다. 겨울철 항공기 운항의 발목을 잡는 것 또한 눈이다. 비행기 기체에 눈이 쌓이면 모두 치워야 이륙할 수 있고 활주로에 눈이 쌓이면 비행기 이착륙은 금지된다. 농작물 관리나 해상 어로 활동, 건설 현장 관리 등에도 눈이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렇다면 눈으로 내릴지 비로 내릴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영하의 온도를 갖는 차가운 구름에서 얼음 알갱이들이 생성되고 이들이 서로 엉겨 붙고 뭉쳐져 눈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것이 점점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떨어지며 상대적으로 따뜻한 하층 기온에 의해 모두 녹으면 비로, 채 녹지 못하면 눈으로 내린다. 그런데 지상의 우리에게 도착하는 순간의 ‘강수 형태’는 눈과 비로 간단히 구분되지 않는다. 구름 속 눈이 지표에 도달하기까지 지나오는 공기층 온도가 때와 지역, 높이에 따라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눈이 내리다 따뜻한 공기층에서 살짝 녹으면 눈과 비가 같이 있는 ‘진눈깨비’로 내릴 수 있고 그러다 지상 주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살짝 다시 얼며 살얼음 형태의 ‘어는 비’로 내릴 수도 있다. 특히 이 ‘어는 비’는 차가운 지표면에 닿으며 급격히 얼어붙어 고속도로 등에서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도로살얼음’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같은 구름대에서 시작된 강수라도 경기 북부에서는 눈으로 내려 모두 쌓이고, 서울에서는 진눈깨비로 내려 쌓이진 않고, 경기 남부에서는 아예 비로 내리기도 하는 것도 바로 눈이 내리며 지나는 공기층의 온도 때문이다. 산 아래에는 비가 내리지만 산을 오를수록 진눈깨비에서 눈으로 바뀌는 경우도 흔하다. 그러니 정확한 기상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장소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지는 눈과 비의 상태를 제대로 관측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강수 형태의 관측은 관측자의 눈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기상청은 전국 각지의 23개 관서에 관측자가 상주하며 강수 형태가 바뀔 때마다 이를 관측하여 기록하고 있는데 공간적으로 상세한 강수 형태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기엔 한계가 많다. 이에 예보관들은 실시간 강수 형태를 파악하기 위해 고속도로 등에 설치된 도로용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기도 하지만 산지 등 도로가 성긴 지역은 이마저 여의치 않다.

 

기존 강수 형태 관측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상청은 수평과 수직으로 편파된 전자기파를 이용해 눈비를 구분할 수 있는 이중편파레이더를 도입해 2019년 관측망 구축을 완료했다. 또 눈과 비에서의 이중편파레이더 관측자료의 특성을 파악하는 다년간의 연구개발을 통해 대기 상층에 떠 있는 강수 형태 정보를 산출해 날씨누리와 날씨알리미 앱으로 국민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기의 3차원 온도 및 습도 정보, 지형의 높이 정보를 이용해 우리가 체감하는 지상에서의 강수 형태 정보를 산출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이 같은 이중편파레이더를 활용한 눈비 분류 기술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한창 개발 중인 새로운 도전 과제이며 앞으로 발전이 기대되는 기술이다.

 

집중호우, 태풍 등 여름철 위험 기상 감시에 있어 기상레이더는 이미 대체 불가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제 눈과 비를 구분하는 강수 형태 정보가 겨울철 안전을 지킴으로써 앞으로 기상레이더가 더욱더 국민의 일상에 안전과 편의를 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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