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보조자가 아닌 책임자로서 남성의 돌봄 역할을 위한 만남의 장

이나련 경기도여성가족재단 정책연구실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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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전국 합계출산율은 0.721명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며, 경기도의 합계출산율은 전국보다 약간 높은 0.766명이다. 저출생현상 대응으로 다양한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으나 그 효과는 미비한 실정이며, 최근에는 자녀를 낳고 키우는 환경 조성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환경 조성에서 강조되고 있는 부분이 여성의 모성권뿐 아니라 남성의 부성권에 대한 강조이다.

 

자녀발달에 있어 아버지 역할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남성의 돌봄 역할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 초기 남성의 아버지 역할 수행에 있어서 가부장적인 아버지 역할에서 탈피해 친구 같은 아버지, 함께 놀아주는 아버지의 역할만을 강조했으나, 최근에는 실질적으로 양육하는 아버지로 변화하고 있다. 함께 돌보는 평등한 돌봄 문화의 확산으로 주양육자는 여전히 어머니인 상황에서 함께 놀아주는 보조자 역할만을 수행하거나 단순히 놀이자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자녀의 일상생활을 돌볼 수 있는 돌봄 책임자로서 남성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듯 남성 돌봄자 역랑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이 저출생 대응 정책의 일환이자 가족 정책의 일환으로 다양하게 추진되고 있다.

 

경기도는 양육하는 아버지들의 양육 역량 강화를 위해 2020년부터 ‘경기도 아빠하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아이가 아빠에게 하이!, 아빠끼리 하이!를 의미하는 ‘경기도 아빠하이!’ 사업은 3∼10세 아이를 양육하는 남성 양육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경기도 31개 시군의 가족센터 및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도 아버지역할 지원, 아버지-자녀가 함께하는 돌봄프로그램, 남성대상 교육 등을 기본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남성의 가족 역할 수행을 위한 다양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2023년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의 경기도 남성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남성대상 가족프로그램을 알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52.5%였고, 프로그램을 알고 있는 남성 중 참여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남성은 29.1%에 그쳤다. 남성을 대상으로 한 가족프로그램에 대한 필요성은 높게 인지하고 있으나, 실제 알고 있거나 참여한 경험은 상대적으로 낮은 경향을 보였다. 이는 다양한 지원이 존재하나 이에 대한 남성의 정보 접근성 및 프로그램 참여 접근성이 높지 않은 것을 보여준다.

 

함께 돌보는 돌봄 환경 조성을 위해 남성의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돌봄 역할 수행이 중요하며 관련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돌봄을 하고 있는 남성들과의 교류를 통한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독일 베를린의 경우 남성의 가족 역할 지원을 위해 파더센터(Väterzentrum e.V.)가 운영되고 있으며, 육아휴직중인 남성을 위해서 파파카페(Papa café)를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에서도 남성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양육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있어 어려움이나 팁을 공유하고 육아휴직 후 복직, 일과 가족생활의 균형에 대한 얘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편안한 공간 마련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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