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보장하라”…평택농민회 ‘쌀값 폭락’ 규탄 트랙터 행진

평택 시민단체 회원들이 4일 오전 평택시 안중농협 미곡종합처리장 앞에서 쌀값 폭락을 규탄하며 양곡관리법 개정 등을 촉구하고 있다. 안노연기자
평택 시민단체 회원들이 4일 오전 평택시 안중농협 미곡종합처리장 앞에서 쌀값 폭락을 규탄하며 양곡관리법 개정 등을 촉구하고 있다. 안노연기자

 

“지금 밥 한 공기에 200원꼴 아닙니까. 빚을 갚고 나면 이 쌀값으론 생계유지도 어렵습니다.”

 

4일 오전 9시33분께 평택 안중읍 안중농협 미곡종합처리장 입구. 이곳으로 전국농민회총연맹(이하 전농) 깃발과 ‘쌀값 보장’이라고 적힌 깃발을 단 흰 트럭 한 대가 들어섰다. 이어 녹색 트랙터와 파란색 트랙터 등이 뒤를 이었다. ‘내년에도 농사 짓고 싶다’는 문구를 적은 깃발을 달고 있었다.

 

이어 “삼천만 잠들었을 때 우리는 깨어”라는 농민가 노랫말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밥 한 공기 쌀값 300원 쟁취’ 등의 문구가 적힌 깃발을 단 트랙터가 오성면 평택시농업기술센터에서 출발해 도착했다.

 

오전 10시가 되자 미곡처리장에 도열한 트랙터 6대를 포함해 미곡처리장 밖 도로에 도열한 19대 등 집결한 트랙터는 총 25대. 모두 쌀값 폭락을 규탄하고자 열린 평택농민회의 투쟁선포식과 행진을 위해 모였다.

 

이들이 집회에 나선 건 지난해 12월 수확기 평균 80㎏당 20만원 이상이던 쌀값이 17만원대로 폭락해서다.

 

이들은 정부가 지난해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반대하면서 쌀값 보장을 약속했는데도 오히려 폭락했다며 지난해 재고미 20만t 시장 격리, 양곡관리법 전면 개정 등을 요구했으며 트랙터를 끌고 안중농협 미곡농합처리장을 출발해 포승읍 내기삼거리까지 행진을 벌였다. 이후 안중읍 현화고교를 거쳐 현덕면 행정복지센터까지 행진을 이어갔다.

 

이재승씨(64·평택시 현덕면)는 “모든 물가는 계속 치솟고 있는데 쌀값은 지난 2022년 수준으로 내려앉았고, 앞으로도 떨어질 것”이라며 “경작 비용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생활할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평택지역 농민들이 4일 오전 평택 안중농협 미곡종합처리장 앞에서 쌀값 폭락을 규탄하고자 트랙터를 도열하고 행진을 준비하고 있다. 안노연기자
평택지역 농민들이 4일 오전 평택 안중농협 미곡종합처리장 앞에서 쌀값 폭락을 규탄하고자 트랙터를 도열하고 행진을 준비하고 있다. 안노연기자

 

한도숙 전 전농 의장도 “양곡관리법 개정에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했다. 농민이 국회를 설득해 법을 만들려고 하는데 정당하게 쓰이지 않은 거부권”이라며 “이 땅의 식량을 지키기 위해 쌀값이 형편 없이 떨어져 더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으로 산지 쌀값은 20㎏에 4만4천157원으로 조사됐다.

 

한 가마(80㎏)에 17만6천628원인 셈인데 지난해 같은 기간(19만6천980원)보다도 10%가량 떨어졌다.

 

특히 쌀 한 가마는 지난해 10월 20만4천568원을 기록한 뒤 올 1월까지만 하더라도 한 가마에 19만4천796원으로 약 20만원선을 유지했으나 올 8월 17만원대로 폭락한 것이다.

 

지난해 기준 평택지역 논 면적은 1만693㏊로 경기도에서 두 번째로 벼를 많이 재배하는 곳이다. 지난해 생산한 쌀도 5만3천102t으로 쌀 생산량도 경기도 두 번째를 자랑한다. 쌀값 폭락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임흥락 평택농민회장은 “정부는 지난해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거부하면서 쌀값 20만원을 보장했는데 7월25일부터 17만원대로 폭락했다”며 “올해 신곡 가격이 구곡과 연결돼 폭락한 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떨어지는 가격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은 즉각적인 정부의 쌀 시장 격리 뿐으로 정부 발표안인 5만t이 아니라 20만t 이상을 격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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