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희귀병에 버려진 아이들… 평생 마음의 상처 [고통의 굴레, 희귀질환⑥]

뇌량무형성증 앓는 두 살 ‘수정이’...생후 한 달만에 부모에게 버려져
수많은 잔인한 이별에 고통의 삶 “다른 아이처럼 사랑받고 싶어요”

 

“수정이는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려진 후 전국을 떠돌다가 이곳으로 오게 됐습니다. 희귀질환을 앓고 있다는 이유로요.”

 

경기도의 한 장애인복지시설에서 배수정(가명·2)양을 돌봐주고 있는 사회복지사 지은성(가명·30대)씨는 안타까움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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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유동수화백

 

올해로 두 살이 된 수정이는 희귀질환인 뇌량무형성증을 앓고 있다. 뇌량이 완전히 생성되지 않아 난치성 뇌전증을 동반한 웨스트 증후군, 아이카디-구티에레스 증후군도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한다. 일상의 매 순간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

 

수정이는 급격하게 산소포화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산소호흡기를 착용한 채 지내야 한다. 게다가 하루에 네다섯 번 경기를 일으키기 때문에 한시라도 눈을 뗄 수가 없다. 응급 상황이 생겨 병원을 가는 일은 부지기수다.

 

게다가 수정이는 음식물을 삼킬 수가 없어 콧줄을 통해 겨우 영양분을 섭취하고 있다. 콧줄을 끼면 가래가 많아지기 때문에 폐렴이 걸리는 일도 다반사다.

 

지씨는 수정이를 처음 만난 날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태어난 지 두 돌도 되지 않은 아이가 겪어야 했던 잔인한 이별의 순간 때문이다.

 

수정이의 부모는 임신했을 때 아이가 장애를 갖고 있다는 걸 알았다고 한다. 그래도 낳아서 키워보자는 마음으로 출산했지만 아이가 태어나면서 마음이 달라졌다. 그렇게 수정이는 부모의 그늘을 떠나 한 달 만에 영아원에 보내졌다.

 

영아원도 수정이를 오래 품어주진 못했다. 장애 영아에 대한, 특히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수정이에 대한 양육 경험이 없던 영아원은 하루에도 여러 번 경련과 발작을 일으키는 아이를 감당하지 못했다. 그렇게 수정이는 대학병원으로 보내졌다.

 

그러나 대학병원들도 수정이가 머물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보육이 아닌 치료를 전담하는 대학병원들은 전국 곳곳의 다른 병원으로 수정이를 보냈다고 한다. 그렇게 한참을 떠돌던 수정이는 지금의 장애인복지시설에 오기까지 수많은 이별을 겪어야 했다.

 

지씨는 “수정이는 희귀질환을 앓고 있다는 이유로 수없이 버려졌다”며 “작고 소중한 아이가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가슴 아팠다”며 울먹였다.

 

이곳에는 수정이 말고도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들이 더 있다. 병을 앓고 있다는 이유로 부모로부터, 시설로부터, 사람들로부터 버려진 아이들이다.

 

지씨는 “아프다는 것 말고는 다른 아이들처럼 사랑받고 싶은 한 명의 어린아이일 뿐”이라며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들을 남들과 똑같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고 전했다. 경기α팀

 


경기α팀 :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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