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닫힌 병원 앞 생사기로... “하루하루가 지옥” [고통의 굴레, 희귀질환①]

극심한 통증에 새벽 응급실 찾아도 ‘진통제 처방’ 전공의 없어 무용지물
진료까지 8시간반… 벼랑 끝 환자들

“하루 8시간, 진료에 하루를 쏟습니다”…새벽 2시에 시작된 조민수씨의 하루

 

이유 없이 찾아온 고통. 병명을 알아내는 데만 많은 시간을 들인 이들이 있다. 그렇게 병원을 전전하던 이들이 찾아가는 마지막 보루는 대학병원이다. 그런 대학병원들이 문을 걸어 잠갔다. 의대생 증원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들은 희귀 중증질환자들의 진료에는 무리가 없게 하겠다고 했다. 응급실도 열어 두겠다고 했다. 그렇게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투쟁은 아니라는 ‘정당성’을 강조했다.

 

과연 그럴까. 경기도내 희귀 질환자들은 치료받을 병원을 찾아 헤매야 했다. 보호시설에 가기도 힘들고, 지원조차 부족한 현실 속에 의료파업을 맞았다. 사선으로 내몰린 희귀 질환자들, 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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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파업으로 인해 희귀 질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심각한 고통과 불편을 겪고 있다. ①희귀질환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환자인 조민수씨가 진료를 보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는 모습. ②붓고 상처 난 손과 다리. ③마약성 진통제를 주입하는 조씨. ④약으로 가득 찬 서랍.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환자인 조민수씨(가명·32·남양주)는 불에 타는 듯한 통증에 오늘도 잠을 청한 지 고작 3시간이 지난 오전 2시 눈을 떴다. 온 몸에 찾아온 극심한 통증은 밀어 넣은 수면제도 소용이 없다. 새벽마다 1시간 넘게 달려 도움을 청하던 응급실은 무용지물이 됐다. 더 이상 그를 위해 진통제를 처방해 줄 전공의가 없어서다.

 

고통에 몸부림을 치던 그가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는 의료 파업 관련 뉴스를 검색했다.

 

‘아직도네.’

 

한 달 안에 끝날 줄 알았던 의료 파업이 4개월을 넘겼다. 기약 없는 고통에 그는 매일이 지옥 같다고 했다.

 

지난 2014년 봄, 조씨는 산악자전거를 타다가 내리막길에서 미끄러져 발목을 크게 접질렸다. 수술은 했는데 통증은 가시지 않았다. 2년간 병원을 돌아다니다 찾아낸 병명은 이름도 생소한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전신에 극심한 통증과 부종을 수반하는 희귀병으로 이른바 ‘육체적 고통의 끝판왕’이라고 불리는 병이다.

 

오늘도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던 조씨가 지팡이를 챙겨 집을 나서기까지 입에 밀어 넣어야 했던 약만 25알이다.

 

2시간여가 걸려 오전 10시께 도착한 서울의 한 대학병원. 요즘 손과 발에 자꾸만 힘이 빠져 컴퓨터단층(CT) 촬영을 했지만 정확한 이유는 찾지 못했다.

 

조씨가 원인으로 의심하는 척수자극기의 교체 주기는 평균 7년. 조씨의 척수자극기도 배터리를 교체할 시기가 됐지만 의료 파업으로 수술 일정이 기약 없이 밀렸다.

 

고통을 줄이기 위해 2주에 한 번 목과 허리의 신경을 차단하는 신경차단술을 받았지만 이 역시 의료 파업이 시작된 후 4개월째 받지 못하고 있다. 예약 가능 여부를 물어도 “10월은 돼야 가능할 것 같다”는 답변뿐이다.

 

조씨는 이날 네 곳의 진료과를 돌았다. 의료파업으로 몇 개 과가 문을 닫으며 갈 곳은 줄었지만 대기시간은 길어졌다. 전기 자극을 통해 통증을 조금이라도 줄여 보려 했지만 고통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외래주사실에서 주사를 맞기 위해 또다시 대기가 이어졌다. 점심도 챙겨 먹지 못한 상태로 다시 남양주의 집으로 돌아온 시간은 오후 4시30분. 그렇게 꼬박 8시간30분이 걸렸다.

 

조씨는 “발작통이 시작되면 뼈를 톱으로 써는 듯한 통증과 몸이 불에 타는 듯한 고통이 동반된다”며 “희귀 질환자들은 치료 가능한 병원이 한정돼 있어 의료 파업이 길어지면 하루하루 버티기가 정말 힘들다”고 절규했다. 경기α팀

 


경기α팀 :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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