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콘텐츠 태부족… 인천상륙작전 기념관 ‘외면’ [현장, 그곳&]

낡은 전시품들에 설명문만 빼곡... 전문 학예사 전무하고 관리 소홀
3년간 관련 유물 구매 이력도 없어... 市 “기념관 활성화 방안 검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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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상륙작전기념관이 콘텐츠 부족과 관리 부실 등으로 시민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6일 기념관 공연장 출입이 붕괴 위험으로 막혀 있고 전시물은 훼손된 채 방치돼 있다. 조병석기자

 

“상륙작전의 의미를 이해할 만한 전시품이 부족하고, 전시 수준도 갈수록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6일 오전 10시께 인천 연수구 옥련동의 인천상륙작전 기념관. ‘전시관’에는 인천상륙작전의 구상단계와 계획, 작전 과정이 적힌 설명문만 즐비하다. 인천상륙작전과 6·25 한국전쟁 당시 배경 및 각 군대의 역할을 적어놓은 것이다. 이곳에서는 상설 전시만 이뤄질 뿐 기획전이나 특별전 등은 전혀 없다.

 

육군 부사관 복장과 미 제7사단 인천상륙작전 10주년 기념 동판 등 낡은 유물과 설명문 정도의 전시품에 방문객들은 10분도 채 안돼 발 길을 돌린다.

 

이곳에서 만난 연수구 주민 A씨(51)는 “10년 전에 왔을 때 보다 유물이나 전시 수준이 더 떨어졌다”며 “오랜만에 들렀는데 볼 것, 즐길 것도 없다”고 했다. 이어 “기획전도 없어 1번 왔던 이들이 다시 찾지는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인천시가 운영하는 인천상륙작전 기념관이 전시 콘텐츠 부족으로 시민들에게 외면을 받고 있다. 지역에서는 인천상륙작전 기념행사의 국제적 행사 격상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전문 학예 인력 및 예산 확보를 통해 전시 콘텐츠 내실화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에 따르면 지난 1984년 43억원을 들여 연수구 옥련동 525의11에 연면적 1천793㎡(542평) 규모의 인천상륙작전 기념관을 조성했다.

 

그러나 기념관에는 전문 학예사가 1명도 없어 전시 문화 변화에 대한 적응 능력이 떨어지고, 연출 기획전도 열지 못하는 등 운영·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기념관에 전시할 유물 구입 예산이 없어 단순 시설 유지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기념관 운영 예산 5억~7억원은 인건비와 시설 보수 공사에만 쓰이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3년 동안 단 1점의 유물도 구입하지 못했다. 현재 121건의 기념관 전시 유물 중 인천상륙작전 관련 유물은 20여건에 그친다.

 

이로 인해 기념관 관람객 수 또한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19년 기념관 관람객 18만명에서 2023년 11만명으로 4년만에 7만명(38.8%)이 감소했다.

 

반면, 서울의 용산전쟁기념관은 다양한 전시 콘텐츠 확대로 관람객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최근 용산전쟁기념관은 6·25전쟁 중 순직한 전사자들의 유해를 수습하는 과정과 결과를 담은 기획 특별전을 열어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눈보라 효과와 3D 체험 등을 더해 6·25전쟁 당시와 제2연평해전 당시의 모습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남근우 인천연구원 도시사회연구부 연구위원은 “(인천상륙작전 기념관에) 전문 학예사 인력을 확보, 전시·구성·연출로 이어지는 기념관 재구성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이어 “인천상륙작전을 국제적 행사로 격상하려고 하는 만큼 유물과 유산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관람객들이 인천상륙작전에 대해 알고 기릴 수 있도록 예산 증액을 통한 유물 확보에도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 관계자는 “40년 전 기념관이다보니 콘텐츠 자체가 오래되기도 했고 유물 전시 뿐이라 시민 유입 효과 등도 떨어진다”고 했다. 이어 “현 시점에 맞게 기념관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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