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 안전점검 한다지만... 현행법상 사업장 예방·대응책 ‘全無’ 물로 진압 어려워 대형 참사 우려...전문가 “새 법안·철저한 점검 필요”
사연구원,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관리공단 관계자 등이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윤원규기자
지난 24일 31명의 사상자를 야기한 ‘화성 리튬 배터리 공장 화재’가 ‘리튬 배터리’에서 시작된 가운데 경기도내 리튬 관련 사업장이 화재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는 전날 화재 이후 도내 사업장에 대한 안전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현행법상으로 리튬 관련 사업장에 대한 화재 예방과 대응책은 없는 상황이다. 특히 화재가 난 공장은 군 납품용 리튬 전지를 보관하는 곳이었는데, 오랫동안 많은 폭발 사고를 내왔고 이에 국방부가 보관 매뉴얼을 다듬고 대체품 개발에 착수했을 만큼 위험성이 널리 알려져 있다.
25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도내 리튬을 취급하는 사업장은 총 86곳이다.
이들 사업장은 화재 및 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소방설비를 설치한다. 소방설비법상 스프링클러 설치 기준은 층수가 6층 이상인 특정 소방 대상물 저장소, 바닥 면적 5천㎡ 이상인 공장의 경우 의무적으로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한다. 또한 소화기, 화재경보기 등 소방설비를 둬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현행법으로는 리튬 화재를 예방하거나 대응할 수 없다. 리튬의 특성에 맞춘 법안이 아닌 일반 가연성 물질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리튬은 물과 닿게 되면 발화하거나 가연성 가스를 내뿜는 금수성 물질이다. 연소 시 반응성이 큰 가연성 금속에서 발생하는 금속화재로 분류된다. 통상 배터리 화재는 소방수를 분사하는 일반적인 진화 방식으로 쉽게 불길이 잡히지 않는다. 불이 꺼진 것처럼 보여도 내부에선 수백도의 열이 계속 발생하기 때문에 여러 번 폭발하는 ‘열폭주 현상’이 진행된다. 또한 리튬은 화재 발생 시 다량의 불산가스를 내뿜어 건물 내부 진입은 물론, 진화까지 어렵게 만든다. 하지만 리튬은 유독물질로 지정돼 있지 않아 사고 대비 물질로도 분류되지 않는다.
화성 리튬 배터리 공장 화재 역시 불이 꺼진 듯했으나 내부에 있는 열로 인해 배터리 3만5천개에 불이 옮겨붙으면서 여러 차례 폭발이 계속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근로자들이 화재 발생 시 대피에 어려움을 겪었고 소방당국은 구조에 난항이 있었다.
즉, 현재 법안으로서는 리튬 화재에 대한 대응과 대비책이 없는 상황이다. 관련법이 당장 개정되더라도 소급적용이 되지 않는 탓에 도내 리튬 사업장 86곳은 개정안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리튬 화재 시 폭발 전 골든타임을 활용해 대형 화재를 막고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리튬 배터리의 경우 대형 화재로 이어지기 전 최소 15초에서 40초의 골든타임이 있다”며 “이때 배터리 전용 진화 수조에 넣어 불을 완전히 꺼버려 큰 화재로 이어지는 것이 유일한 화재 대응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리튬 사업장에 맞춘 새로운 법안을 만들어 사고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사업장과 관계당국의 철저한 안전점검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특별취재반
특별취재반
취재=박수철∙김은진∙김도균∙한준호∙박소민∙오종민기자
사진=김시범∙윤원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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