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싸이∙댄스가수 유랑단... 대학축제의 진정한 모습인가

김창수 경기대 관광전문대학원장·관광문화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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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5월은 축제의 계절이다. 올해에도 전국의 대학에서는 축제 공연가수 라인업에 대한 경쟁이 치열했다. 지난해 6월 한 예능프로그램인 ‘댄스가수 유랑단’에서 김완선, 엄정화, 이효리, 보아, 화사 등이 대학축제장을 찾은 모습이 그려졌다. 그날 대학축제 섭외 0순위로 불리는 ‘싸이’와 함께한 공연은 순식간에 대학을 콘서트장으로 탈바꿈시켰다.

 

코로나로 인해 2년간 캠퍼스 라이프를 누리지 못했던 ‘코로나 학번’들의 아쉬움과 답답함을 해소시켜 주는 대학축제가 재개되면서 한층 고조된 분위기를 실감하기에 충분했다.

 

우리나라 대학축제는 일반적으로 개막행사, 연주회 및 발표회, 전시회를 중심으로 학술제와 민속제, 타 대학생을 초청하는 ‘쌍쌍파티’가 열리는 낭만적인 행사였다. 그 후 1980년대 중반 학생운동이 확산되면서 대학 구성원의 화합과 단결을 도모할 수 있는 ‘대동제’라는 축제양식으로 변화했으며 축제를 사회 비판의 마당극놀이, 동아리 공연, 학과 프로그램 등으로 구성해 대학문화의 발전과 구성원들의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고자 했다.

 

1990년대 이후 대중문화가 발달하고 대학문화의 혼돈과 지체 현상으로 대학축제는 대학생들의 문화 표현의 장이 아닌 대중 소비문화가 주도하면서 공연가수 라인업이 대학축제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콘텐츠가 돼 버렸다. 그동안 대학축제의 모습을 깊숙이 들여다본 관점에서 유명 가수 공연이 문제가 된다고만 볼 수 없는 하나의 축제문화 현상이 됐다. 때로는 유명 가수 공연이 대학생들의 스트레스 해소와 사회적 불만 배출 통로, 대학의 홍보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다만 여기서 문제는 축제비용이 수도권 대학 기준으로 1억5천만~3억원으로 알려져 있고 대부분 대학생들의 등록금과 학생회비 등으로 축제 예산의 절반 이상이 공연 가수 섭외 비용이라는 것이다. 연예인 섭외 비용은 5팀 기준 1억원을 호가하고 있으며 유명한 연예인의 경우 20분 공연 가격이 약 5천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축제의 기획 주체인 학생회도 주인공인 학생들의 자체 공연 및 프로그램에는 지원이 미미해 개성적인 대학문화 상실로 이어지는 것이 축제의 진정한 모습인가라는 문제 의식은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학축제의 자체 기획공모전을 통해 학생들 스스로 축제를 기획과 운영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외부 가수 공연을 축소하면서 교내 동아리나 지역사회 공연단체와 함께하는 축제를 만들어 가면 어떨까 한다. 또 축제 예산을 학과 프로그램의 개발과 운영, 다양한 동아리 활동에 지원해 대학문화의 정체성을 축제로 구현해 나가는 것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현 시점에서 대학축제에서 연예인과 가수공연이 축소되거나 없어진다면 대중문화에 익숙해진 대학생들의 반대 의견도 적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대학축제가 가지는 진정한 의미는 개성적인 대학문화의 특색과 가치를 찾아는 것이 바람직한 축제의 모습일 것이다. 이를 위해 학생회가 스스로 고민하며 자정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대학 당국과 사회 모두가 함께 숙론(熟論)의 장을 마련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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