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해도 무응답… 공중화장실 안심벨 ‘엉터리’ [현장, 그곳&]

오작동에 연결 뚝… 제기능 상실
예산 탓에 도내 23.2%는 미설치
주기적 관리 통해 문제점 개선 필요
道 “자체 점검 후 시·군 시정 요청”

오산시 원동의 한 공원화장실 안심 비상벨이 설치돼 있지만 작동하지 않고 있다. 박소민기자
오산시 원동의 한 공원화장실 안심 비상벨이 설치돼 있지만 작동하지 않고 있다. 박소민기자

 

“‘안심’ 비상벨이 작동 안 되면 어떻게 ‘안심’하나요?”

 

23일 오전 10시께 오산시 원동의 한 공원. 공중화장실에 설치된 안심 비상벨을 수차례 눌러보아도 아무런 응답도 들을 수 없었다. 화장실 입구에 ‘이곳은 안심 비상벨이 설치돼 있는 화장실입니다’라는 문구가 무색해 보였다.

 

인근의 또 다른 화장실에 설치된 안심 비상벨 역시 무늬만 안심 비상벨 상태로 방치된 채 제 기능을 상실한 상태였다.

 

같은 날 오후 수원특례시 팔달구 수원역 상황도 비슷했다. 이곳에 설치된 비상벨을 누르니 바로 앞에서 얘기했음에도 역무원은 “잘 안들리는 데요”라는 말을 반복하다 결국 연결이 끊겼다. 간단한 의사소통도 어려워 위급상황 발생 시 안심 비상벨은 사실상 무용지물인 셈이다. 김미향씨(가명‧60대)는 “도대체 뭘 안심하라고 설치를 한 건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경기도내 공중화장실 비상벨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경기도에 따르면 안심 비상벨은 호출 시 관리자나 관할 경찰서에 즉시 연결돼 신속한 대응 및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그러나 이처럼 설치된 안심 비상벨 일부가 오작동하고 간단한 소통 전달 기능마저 상실한 채 방치되고 있다.

 

특히 비상벨은 지난 2021년 7월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됨에 따라 공중화장실에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예산상의 이유로 공중화장실 설치 대상은 시·군 조례로 지정된 곳만 해당됐다.

 

현재 도내 전체 공중화장실 수(1만1천500곳) 중 35%(4천76곳)만이 안심 비상벨이 설치돼 있으며 시·군 조례로 지정된 설치 의무 대상 화장실 가운데 23.2%(1천228곳)에는 여전히 안심 비상벨이 마련돼 있지 않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공중화장실 뿐만 아니라 민간화장실로까지 설치 규모를 확대해 범죄를 예방해야 한다”며 “설치된 곳에 대해서는 주기적인 단속을 통해 오작동은 교체하고 문제점은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비상벨 관리는 시‧군이 담당하고 있다”며 “자체적 점검을 통해 문제점을 발견하면 시·군에 시정 조치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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