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만년 천덕꾸러기 월미바다열차

박희제 인천언론인클럽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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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월미도 일대를 순환하는 월미바다열차가 10년 넘도록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안전 부실, 혈세 낭비의 상징물이어서 철거까지 검토되다 5년 전 간신히 개통했으나 만성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그간 누적 적자만 292억원이고, 감가상각비를 포함해 매년 60억원씩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앞으로 10년 후엔 자칫 적자 폭이 건설비 1000억원대를 넘어설 것이다. 그야말로 ‘혈세 먹는 하마’다.

 

더구나 국내 최초 도심 관광용 모노레일이란 거창한 수식어가 무색하게 시설 노후에다 작은 고장이 아직도 빈번하다.

 

겨울이면 직원들이 5m 높이 교각 레일에 쌓인 눈을 수작업으로 치우고 있다.

 

부품 낙하도 잦아 추락 방지용 그물 수리로 늘 긴장하고 있다. 주변 바다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 흉물스러운 외관이나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 소음 진동으로 인해 평일엔 관광객이 별로 찾지 않고 있다.

 

얼마 전 시설 운영권을 인천관광공사로 넘기려 했으나 애물단지를 넘겨받을 일이 만무 인지라 결국 무산됐다.

 

요즘 행정부시장을 위원장으로 한 경영개선 자문위원회가 월미바다열차 운영 활성화를 모색하고 있다. 몇 차례 회의를 거쳐 나온 대책이 주변 문화시설 및 상권과 연계한 마케팅 실시, 계절별 이벤트 추진, 요금 인상 등의 자구책 위주다. 이런 정도로 매년 20억원 정도씩의 적자를 메워 나갈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 창의성, 지속가능성도 너무 부족해 보인다.

 

깨진 독에 물을 계속 붓지 말고 발상 전환이 필요할 때다. 지금이라도 고철 덩어리 같은 고가철로 철거를 다시 고민해보자. 아니면 기존 시설을 활용해 친환경 레일바이크로 바꾸는 게 더 현실적일 수 있다.

 

첫 단추를 잘못 낀 월미바다열차는 2009년 이후 시장이 바뀔 때마다 월미은하레일-레일바이크-월미모노레일-월미궤도차량-월미바다열차로 사업명을 변경해 왔다. 혈세 낭비, 부실 행정에 대한 비난과 책임을 모면하기에만 급급했던 모양이다.

 

경기 의정부 경전철의 경우 수요 예측을 잘못해 2016년 부채가 3천676억원에 이르러 파산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전국 60개 넘는 모노레일 가운데 전남 순천만 정원박람회장, 부산 해운대, 충북 제천 청풍호반, 경남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 등 지역 특성을 살린 명물이 많다.

 

월미바다열차를 경영개선 대상으로만 삼지 말고 기후위기를 염두에 둔 운영 방안을 모색해 봄직하다. 2019년 인천 서구 정서진 노을종 무대에서 시민들의 움직임을 전기로 저장해 무대를 밝히는 세계 최초 ‘자가 발전 언플러그드 콘서트’를 열어 호응받은 적 있다.

 

바다열차 수익금을 ‘블루 카본’의 핵심인 갯벌과 해양생태 가치를 알리는 기금으로 삼거나 레일바이크나 재생에너지로 열차를 가동하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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