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지역 정치인도 말과 글 무게에 더욱 신중 기해야

구재원 경기일보 지역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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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정제돼 표현된 말과 글은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거나 감동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충분한 고민 없이 자신의 생각을 잘못 표현하면 상대에게 씻을 수 없는 ‘비수’가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유권자들로부터 선택을 받는 정치인은 말과 글의 무게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말은 ‘생각과 뜻을 담은 그릇’이란 의미를 담고 있고 글은 ‘생각이나 일어난 일들을 문자로 표현한 것’이다.

 

최근 총선을 앞두고 일부 정치인들 가운데 과거 잘못 표현한 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있다. 자신의 입장을 밝힌 말이 여과 없이 사회에 투영돼 파장을 불러 공직에서 물러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새삼 말과 글의 무게감을 느낀다.

 

이런 가운데 안산시의회 송바우나 의장이 최근 사회관계서비스망(SNS)을 통해 “보훈 관련 예산 전액 삭감 등 강력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경은 이렇다.

 

지난 14일 안산시 보훈회관장이 민주당 안산을 지역구 경선 과정에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내용의 문자를 발송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오늘은 안산을 민주당 후보 국민경선 마지막 날인데 혹시 여론조사 전화를 받으면 전략적으로 후보는 누구, 정당은 민주당 또는 지지 정당 없음으로 답해야 특정 후보가 유리해진다’는 내용이다.

 

임기제 공직자인 보훈회관장이 이런 문자를 돌린 건 공직자 직분을 망각한 행동이다.

 

이에 시는 개인 일탈행위로 판단하고 문제가 발생한 당일 직위 해제한 데 이어 조사에 착수했고 수사 의뢰 등 엄정 조치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복무기강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공직사회도 “한 직원의 일탈을 시 전체 비위로 단정, 시와 공무원 전체 명예를 훼손하고 이를 선거에 활용하는 등 정치 쟁점화하려는 행위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송 의장은 시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꼬리 자르기를 하고 있다. 궤변으로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하고 있다”며 시장 비서실 관계를 불러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송 의장이 밝힌 ‘보훈 관련 전액 삭감’이란 표현은 10여곳에 달하는 보훈 관련 단체의 시설운영 등에 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보훈회관장의 잘못된 판단은 시의 재발 방지 강화 입장과 최근 안산시 단원구선관위가 보훈회관장을 ‘공직선거법상 공무원 등의 당내 경선 운동 금지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만큼 결과에 따라 그 범위에서 문제를 삼아도 늦지 않다.

 

시의회 의장은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책임을 부여받은 감시기관 대표로 막중한 책임감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예산 삭감 등의 표현을 공식적으로 언급하는 건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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