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주체 갈등… 인천수도권매립지 승마장 ‘흉물’ 방치 [현장, 그곳&]

연습마장 출입문은 부서지고
주경기장 등 곳곳 잡초 무성
인천AG 이후 운영자 못 찾아
매립지公, 시 운영 건의 무산
市 “마사회 등과 대안 모색”

흉물로 방치된 수도권매립지 승마장 모습. 이병기기자
흉물로 방치된 수도권매립지 승마장 모습. 이병기기자

 

25일 오전 9시30분께 인천 서구 백석동 수도권매립지 내 승마장.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대회(AG)를 치를 목적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만들었지만 현재 이 곳 주경기장 객석 앞쪽에는 검은 먼지가 군데군데 쌓여 있었고 난간은 녹이 슨 채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었다.

 

본부 창문에서 경기장 쪽으로 늘어뜨린 전선 뭉치들은 제 기능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낡아 있는 상태였다.

 

주경기장은 물론이고 연습마장 3곳 부지도 잡초와 알 수 없는 이물질로 뒤덮여 오랫동안 사람의 발길이 끊겼다는 것을 짐작케 했다.

 

부실한 관리 흔적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인천 AG 당시 각국 국기가 펄럭였던 야외 스탠드에는 국기봉이 빠져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고, 연습마장 출입문은 부서져 떨어진 채로 관리가 되지 않고 있었다.

 

말들의 건강을 살폈던 말보건소 바닥은 블럭이 파손돼 속살을 훤히 드러내고 있어 보수가 시급해 보였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SL공사)가 관리 중인 승마장이 인천 AG 이후 운영 주체를 찾지 못해 흉물로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습마장의 출입문이 부서져 떨어진 채 방치되고 있다. 이병기기자
연습마장의 출입문이 부서져 떨어진 채 방치되고 있다. 이병기기자

 

SL공사에 따르면 승마장은 부지면적 17만여㎡(약 5만1천400평), 시설면적 1만5천㎡(약 4천500평) 규모로 주경기장 1면과 연습마장 3면, 대기마장 1면, 대회본부, 마장마술연습장, 말보건소, 마사 12동 등 총 20동의 건물로 이뤄져 있다.

 

SL공사는 환경부와 인천시, 서울시, 경기도의 4자 협의에 따라 수도권에 반입하는 폐기물 반입수수료의 25%를 징수한 기반사업부담금으로 인천 AG 승마장 건립에만 408억원을 사용했다.

 

그러나 AG가 끝난 뒤 승마장은 천덕꾸러기가 됐다.

 

SL공사와 협약을 한 인천경찰청 기마경찰대가 2015년부터 9마리의 말 관리와 공공 승마프로그램 운영을 한 것을 제외하면 수년째 별다른 활용방안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해마다 2억원이 넘는 운영비를 감당해야 했던 SL공사는 지난 2019년 승마장 운영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을 10차까지 진행했지만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이후 2021년에는 승마장과 수영장을 포함한 체육시설을 인천시가 운영해야 한다고 건의했으나 무산됐고, 이듬해 운영관리비용을 보전해 달라는 요청도 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지난해 2월 기마경찰대가 시설 사용을 끝내고 철수하면서 이곳은 1년 넘도록 폐건물로 방치되고 있다.

 

SL공사 관계자는 “그동안 승마장 활용방안을 찾으려고 여러 방안을 검토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며 “조만간 시와 협의를 이어가는 등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해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승마장을 시가 직접 운영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관련 협회나 마사회에서도 적극적인 관심이 없다 보니 매립지공사와 함께 머리를 맞대 대안을 모색해 보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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