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 규정 무시하고 '싹뚝'... 앙상한 인천 가로수 [현장, 그곳&]

지난 22일 오전 10시께 인천 연수구 원인재로 길가에 심은 가로수가 심한 가지치기로 앙상한 모습을 드러내 흉물스러운 모습을 연출한다. 이동현기자
지난 22일 오전 10시께 인천 연수구 원인재로 길가에 심은 가로수가 심한 가지치기로 앙상한 모습을 드러내 흉물스러운 모습을 연출한다. 이동현기자

 

“보기에도 안좋은데, 저렇게 가지를 심하게 쳐내면 혹시 나무한테 안좋은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지난 22일 오전 10시께 인천 연수구청 앞 원인재로.

 

한 초등학교 앞 길가에 나뭇가지들이 줄에 묶인 채 도로변에 놓여 있다.

 

울타리 옆 가로수들은 앙상하게 3가닥으로 뻗은 줄기만 남은 나무가 줄지어 섰다.

 

사람 다리 굵기 줄기 윗부분은 단면이 확실하게 보일 정도로 잘려나갔다.

 

한창 잎사귀를 뽐내며 바람을 맞아 하늘거려야 하는 나무들의 가지가 모두 잘려나가 잔인하다는 느낌마저 안겨준다.

 

지난 23일 방문한 미추홀구 수봉공원 앞 언덕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가로수는 긴 줄기가 모두 잘려나가 황량한 느낌마저 연출하며 공원이나 산에 심은 풍성한 나무들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이처럼 인천지역 지자체들이 가로수 가지치기를 과도한 수준으로 해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지적이다.

 

미추홀구 주민 A씨(72)는 “가지를 너무 잔인할 정도로 잘라 보기가 안좋다”며 “수봉공원을 오르는 길이라 최소한 자연풍경은 보이면 좋겠는데, 너무 앙상하게 굵은 가지만 남겨놔 황량하다”고 말했다.

 

24일 인천시와 지자체 등에 따르면 3~4월에 녹지조경사업 일환으로 도로변 가로수 정비에 나서며, 인천에서만 최소 7천 그루 이상의 나무에 가지치기 작업을 할 계획이다.

 

하지만 각 지자체들은 산림청이 제시한 ‘도시숲·생활숲·가로수 조성·관리 기준’을 따르지 않고 심한 가지치기를 단행, 가로수들을 이른바 ‘닭발’ 형태로만 앙상하게 남긴다.

 

22일 낮 3시께 수봉공원 앞 언덕길에 관리작업이 끝난 나무들이 늘어서있다. 이동현 기자
22일 낮 3시께 수봉공원 앞 언덕길에 관리작업이 끝난 나무들이 늘어서있다. 이동현 기자

 

특히, 이 같은 심한 가지치기는 나무 생육에도 좋지 않다고 전문가들 조언한다.

 

한 나무병원 관계자는 “ISA(국제수목관리학회)에서는 수관의 25% 이상 전정은 기피하라고 권장한다”며 “서울시의 경우 맹아지의 1/3은 제거, 1/3은 축소, 1/3은 보존시키는 방식을 권장하는데, 가장 중간 타협적인 방식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불필요한 가지를 솎아내고 세력이 강한 가지를 선택적으로 축소 전정하는 방식이 가장 이상적”이라며 “지자체들 예산사정을 고려한 선택이라 판단하지만, 강한 두절은 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산림청은 가지치기 규정 항목을 통해 대상이나 방법 등에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가지치기를 지양’, ‘강한 가지치기가 필요한 경우에는 발주처 승인 필요’ 등 항목을 정했지만, 인천지역 지자체들은 이를 지키지 않는다.

 

박주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은 “도심 속 자연공간이 오염을 막아주는 방패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생태복지 차원에서 올바른 관리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천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이전에도 과도한 가지치기로 인한 비판이 일어 작년 말부터 산림청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따르고 있다”며 “최대한 닭발 같은 형태 가지치기를 지양하고, 전봇대, 교통표지판, 인근 건물 등 주위 시설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선에서 상황에 맞게 처리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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