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잠시 쉬어가는 강의노트 이야기

김창수 경기대 관광전문대학원장·관광문화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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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학년도 봄 학기가 시작됐다. 강의계획을 짜고 강의 준비를 하면서 나의 강의를 수강할 학생들을 만나는 기대감에 마음이 설레기도 한다. 오랫동안 강의를 하면서 최근에는 새로운 사고와 환경에서 자라온 아들과 딸 같은 자유분방한 대학생들에게 세대 차이를 뛰어넘어 어떻게 전공 강의를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곤 한다.

 

특히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오늘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 중심의 정보를 획득하고 있는 세대들과는 달리 나는 화장실에서 종이신문을 통해 얻은 좋은 정보를 스크랩해 전공강의 중 학생들에게 ‘잠시 쉬어가는 강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전공지식도 중요하지만 우리 미래를 짊어지고 갈 젊은 대학생들이 살아가면서 도움이 되는 교양지식은 무엇보다도 소중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리한 ‘잠시 쉬어가는 강의노트의 몇 가지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 이야기, 다산 정약용 선생의 ‘공부’ 이야기다. “공부란 자신을 다스리고 세상을 돕는 것이어야 한다.” 오늘날 젊은 대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학교와 학원을 병행하는 성장 과정에서 오로지 대학 입시에 매달려 내가 왜 공부를 하는지 모르는 생활을 해 왔다. 그러나 성인이 된 대학생들은 본인의 의지에 따라 진정 왜 내가 공부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기이기도 한 것이다. 정약용 선생이 전한 공부 명언을 적은 연구실의 차 테이블 위에 걸려 있는 작은 액자를 바라보는 제자들이 공부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면서 배움에 정진하기를 바라 본다.

 

두 번째 이야기, 추사 김정희 세한도의 ‘장무상망(長毋相忘)’ 이야기다. 선생의 제자 이상적은 제주에서 유배생활하는 스승을 위해 중국에서 구한 희귀한 책을 보내줬다. 추사 선생은 그 고마움으로 ‘세한도’를 그려 선물하면서 우측 하단에 장무상망, 오래도록 우리 서로 잊지 말자라는 유인을 찍었다. 스승과 제자 관계 설정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오늘의 현실에 비춰 볼 때 제자들과 함께 두 분의 마음 씀을 공유하고 싶다. 추사 선생이 유배된 제주 대정의 추사관에서 한정 복제본을 본 후 나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2020년 11월 ‘세한(歲寒)과 평안(平安)전’에서 국보 180호, 길이 15m의 원본 ‘세한도’를 직접 본 감흥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세 번째 이야기, ‘크로노스(chronos)와 카이로스(kairos)’의 시간 이야기다. 우리는 오랜 기간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지나오면서 잠시 멈춰 버린 삶의 소중함과 시간의 가치를 알게 됐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시간’이라는 단어의 개념을 ‘태초의 신이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준 시간인 크로노스 시간’과 ‘사람들에게 각각의 의미가 적용된 주관적 시간인 카이로스 시간’, 이렇게 두 가지로 나눠 생각했다.

 

결국 시간을 바라보는 관점이 그 사람의 인생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시간을 ‘카이로스’로 이해하는 사람은 삶의 권태와 단조로움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은 어제의 연속이 아니라 새로운 하루라는 생각으로 인생을 준비하는 사람만이 기회와 행운을 얻을 수 있다. 우리 학생들은 여전히 젊고 할 일은 많다. 그러니 순간 순간 의미를 부여하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시간을 만들어 가면서 미래를 잘 설계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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