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홍 아시테지 세계본부 부회장
연말과 연초로 이어지는 시기는 모든 사람이 설레고 바쁘지만 특히 예술가와 예술단체들에는 긴장되고, 스트레스받는 시기다. 바로 공공 지원을 받기 위해 지원서를 쓰고, 심사를 받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중앙정부 지원뿐 아니라 광역·기초지자체 지원이 이 시기에 이뤄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예술가 및 단체들의 한 해 ‘예술농사’를 가늠할 수 있다. 그만큼 공공지원은 예술가나 단체에는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필수적인 것이 됐다. 다행히 비영리예술 분야(전통예술, 현대무용, 연극 등)에서의 공공지원에 대한 인식 높아졌고, 이제 이에 대한 사회적 협의도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90년대 이후 공공지원의 규모와 수준도 상당히 발전해 왔으며 현재는 이 분야에 앞선 다른 어느 나라에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다고 믿는다.
예술가와 예술단체의 지속적 활동과 성장을 위해서는 창작 및 작품 유통을 위한 재원 확보가 필수적인데, 이 재원의 다원화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즉, 공공지원과 작품판매 수입(박스오피스 수입) 그리고 애호가의 기부 또는 기업의 스폰서십 등 이 세 가지 재원이 균형을 이뤄야 급변하는 시기에도 잘 대처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사정에 의해 한 가지 재원이 줄더라도 다른 두 개의 재원이 작동해 잘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현실은 이 세 가지가 균형을 이루지 못하다는 데 어려움이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공공지원은 비교적 잘 작동하고 있으나 비영리예술 분야에서 작품 판매나 기부금 수입이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고 비상시 작동도 잘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단체들은 공공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지원을 못 받거나 지원 액수가 줄 경우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경우 예술은 ‘지원 형식’의 틀에 갇힐 수 있고 지원행정의 힘은 더욱 커지게 된다. 예술의 자유로움이나 창작의 새로움이 큰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몇 해 전에 있었던 ‘문화예술 블랙리스트’ 사건은 이런 공공지원에 대한 의존과 이에 따른 과도한 행정 개입이 빚어낸 최악의 사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위 세 가지 재원 중 다른 쪽 재원을 더 개발해야 한다. 특히 ‘박스오피스’ 수입을 늘리기 위해 각 단체의 관객개발 활동은 필수적이다. 그런데 관객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좋은 창작과 더불어 관객을 지속적으로 끌어들이고 관리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는 창작에 집중하는 단체로서는 참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공공재원의 도움이 필요하다. 예술단체의 건강한 지속성을 위해서는 창작지원뿐만 아닌 관객개발 같은 생존전략 분야에도 지원이 절실한 것이다. 또 관객개발은 개별 프로젝트나 단년도 사업으로 끝날 수가 없기 때문에 중장기적 계획과 지원이 절실하다. 현재 공공지원에 바라고 싶은 점은 두 가지다. 너무 개별 프로젝트 지원에 쏠려 있고 단년도 지원, 단년도 결산의 프레임에 갇혀 있는 느낌이다. 관객개발을 포함한 단체 운영에 대한 지원, 중장기 지원 등 그 틀을 전향적으로 확대시켜야 할 것이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