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특별피난계단 금시초문… 존재 몰라 ‘무용지물’ [현장, 그곳&]

승강장→지상 연결한 ‘대피시설’... 지난 대구 지하철 참사 도입 계기
출입문 외 별도 안내문 없어 몰라... 홍보·교육 등 인식 강화 노력 필요

7일 오전 11시께 수인분당선 상갈역 승강장 구석진 곳에 마련된 특별피난계단. 김기현기자
7일 오전 11시께 수인분당선 상갈역 승강장 구석진 곳에 마련된 특별피난계단. 김기현기자

 

“특별피난계단이라는 단어 자체를 처음 들어보는데요?”

 

7일 오전 11시께 수인분당선 상갈역 승강장에서 만난 지모씨(27)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내뱉은 말이다. 지씨는 “매일같이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지만, 특별피난계단이라는 단어 자체를 처음 들어봤다”며 “언제,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 거냐”고 반문했다.

 

그가 이 같이 반응하는 이유는 지하철 역사 내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이곳 특별피난계단은 지하철에 탑승할 수 있는 가장 끝 구간보다 더 구석진 곳에 설치돼 있었는데, 특별피난계단 출입문 주변 외엔 별도의 안내문이 없어 존재 여부조차 확인하기 어려웠다.

 

같은 날 오후 1시께 수인분당선 매교역 승강장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 이곳은 별도로 마련된 비상대피안내도에 특별피난계단 표기가 누락돼 있어 존재 사실을 인식하기 더욱 어려웠다.

 

지난 2003년 2월, ‘대구 지하철 참사’를 계기로 화재 등 긴급 상황 발생 시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마련한 지하철 역사 내 특별피난계단이 무용지물로 방치되고 있다. 시민들이 특별피난계단의 위치는 물론, 존재 여부마저 모르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지는 만큼 홍보 강화 등의 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7일 오후 1시께 수인분당선 매교역 승강장에 부착된 비상대피안내도에 특별피난계단 표기가 누락돼 있다. 김기현기자
7일 오후 1시께 수인분당선 매교역 승강장에 부착된 비상대피안내도에 특별피난계단 표기가 누락돼 있다. 김기현기자

 

이날 한국철도공사(이하 코레일)와 서울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특별피난계단은 화재 등 비상 시 승객이 쉽게 대피할 수 있도록 승강장과 지상을 계단으로 직접 연결한 대피시설이다. 특별피난계단은 대구 지하철 참사를 계기로 이듬해인 2004년 12월부터 ‘도시철도건설규칙’ 개정 등을 통해 도입됐다. 현행 도시철도건설규칙 제35조의2는 지하 3층 이하의 지하철 역사 승강장에 특별피난계단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날 기준 코레일와 서울교통공사가 경기지역에서 운영 중인 지하철 역사 가운데 특별피난계단이 설치된 곳은 총 14곳으로, ▲수인분당선 수원·매교·매탄권선·상갈·신갈·보정·기흥역 ▲신분당선 판교역 ▲5호선 미사·하남풍산·하남시청·하남검단산역 ▲7호선 부천종합운동장역 ▲서해선 원종역 등이다.

 

그러나 특별피난계단이 도입 취지와는 달리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있다. 화재 등 재난 상황이 아니라면 특별피난계단을 접할 경우가 드문 데다, 특별피난계단 자체가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설치되면서 인식이 매우 저조하기 때문이다.

 

김상식 우석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도시철도건설규칙 개정 이전에 지어진 역사에는 특별피난계단 자체가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있는 것도 인식이 부족하다”며 “제 기능을 못할 가능성이 큰 만큼 홍보 강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특별피난계단이 조성돼 있는 역사를 중심으로 문제가 있는지 점검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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