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거꾸로 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희망이 되겠습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024년 갑진년(甲辰年)을 맞아 분야별 ‘경기 RE100(사용 전력 100% 재생에너지 대체)’ 추진과 확장 재정 기조를 지속, 민생과 미래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1일 경기일보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지금 정부는 경기 침체 속에서 건전 재정으로 포장한 긴축 재정을, 글로벌 RE100 압박 속에서 재생에너지, 기후 위기 대응 정책 후퇴를 택했다”며 “모든 것을 역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지사는 지금까지의, 그리고 앞으로의 경기도의 방향성이 결국 대한민국 미래 지침서가 될 것이라고 자부했다.
다음은 김 지사와의 일문일답.
Q. 2023년을 돌아봤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A. 먼저 ‘돈 버는 도지사’로서 국내외 각종 투자 협약서에 서명한 순간들을 꼽고 싶다. 그중에서도 글로벌 산업용 가스 생산, 수소 공급 기업인 미국 에어프로덕츠와 체결한 5천억원 규모 투자협약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지난해 4월 협약 체결차 미국 본사를 방문했을 때 세이피 가세미 회장에게 직접 경기도의 신재생에너지 정책 방향과 기후 변화 대응 전략을 설명했다. 통상적인 간담회와 협약서 서명이 예정된 자리로, 원래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그러자 가세미 회장이 “김 지사의 정책 방향을 보고 ‘노 리미트’(No Limit), 제한 없는 투자를 하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실제 지난달 말께 경기도와 6천500억원 규모 추가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돈 버는 도지사 역할을 수행하면서 단순히 협약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신뢰 관계 형성으로 결실을 맺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또 지난달 13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을 도담소에 초청해 식사를 대접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지난해 10월29일 참사 1주기 때 서울 분향소를 찾았을 당시 유족 대표들이 경기도 초청을 희망하면서 마련된 자리였다. 유족들이 경기도에 와서 위로받으니 고맙다고 말하며 그들이 착용하는 보라색 머플러를 직접 매주셨는데 한편으로 (공직자로서) 부끄럽고, 또 한편으로는 가슴이 아팠다. 항상 ‘더 고른 기회’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날은 과연 우리 사회가 얼마만큼 공정한지, 그리고 공공이 책임을 다 하지 않음으로써 유족들에게 2차, 3차 가해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순간이었다.
Q. 민선 8기 반환점을 앞둔 시점에서 그간의 도정을 자평하자면.
A. 거꾸로 가고 있는 나라에서 경기도가 대한민국의 희망, 국민의 희망이 되고자 노력했고 또 앞으로도 경기도가 제대로 된 방향을 잡고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느낀 1년 반이었다. 지금도 중앙 정부는 당장 시급한 일들을 하지 않는 행태뿐 아니라 오히려 많은 부분에서 역주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가 경제가 어려울 때 재정이 역할을 해야 하지만 올해 정부는 건전 재정이라는 미명 하에 긴축 재정을 하고 있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재정을 확대해 취약계층을 보호해야 하는데도, 정부가 그 정도로 실력 없이 나라 살림을 운영하는 것에, 경제 문제까지 이념 문제에 경도되고 있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이와 달리 경기도는 지난해 확장 추경에 이어 올해 본예산도 지난해보다 6.8% 이상 늘렸다. 취약계층과 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것으로 정부는 물론 전국 최대 폭 확장이다. 기후 위기 대응 역시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 정부 애초 30% 이상이었던 사용 전력 신재생에너지 대체 목표율을 최근 22% 수준으로 낮췄고 이외 여러 기후 위기 대응 사업 이행도 이번 정부 임기 이후로 미뤘다.
최근에는 일회용 컵과 일회용 빨대를 다시 사용하도록 길을 열기도 했다. 그 때문에 태광 발전과 같은 신재생 에너지 산업들이 고사(枯死)하고 있고 종이 빨대 등 제조 업체의 어려움 역시 가중되고 있다. 이에 경기도가 종이 빨대 재고를 사들이는 방법까지 강구하는 실정이다. 또 중앙 정부는 사회적 경제 용어 자체를 부정하며 사회적 기업 예산 삭감 등을 진행 중이기도 하다. 그 때문에 신재생에너지, 사회적 경제 관련 기업이 전부 경기도로 몰려오고 있다.
실제 지난해 경기도가 산업단지 RE100 이행을 위한 태양광 에너지 설치 사업 공모를 진행할 당시에도 전국의 내로라하는 기업 대수가 참여했다. 기후변화, 사회적 경제 부분에서는 경기도가 지금 대한민국의 ‘망명정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와 함께 노후 계획도시 특별법, 전세 사기 대응 후속 조치 등도 경기도가 미온적이었던 정부보다 앞서 선제 대응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앞으로도 경기도가 대한민국의 희망, 국민의 희망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Q. 새해 도정은 어디에 방점을 두고 이끌어갈 예정인지.
A.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방점 모두 민생이다. 새해에도 경기도의 최우선 화두는 ‘경기도민들이 먹고사는 문제’다. 안타깝게도 2024년 역시 고물가와 그에 따른 경기 부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고금리 및 고물가, 그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이 큰 상태며 가계 부채 부담,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시장 불안,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각종 불안 요소가 많아 걱정이 크다. 그런데도 현재 정부는 “수출 개선이 경기 회복과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한다. 정부의 경제위기 진단과 처방 모두 잘못됐다. 지금은 긴축 기조를 바꿔 정부와 지자체의 재정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가계와 소상공인, 중소기업에 최소한의 버팀목이 돼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경기도는 지난해 확장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이어 올해 본예산도 확대 편성, 재정을 통한 경기 진작과 취약계층 보호에 나서기로 했다. 지역화폐 확대와 소상공인 특례 보증 활성화로 지역 경제를 살리고 경기도민의 안전망을 더 두텁게 할 것이다. 또 장기적으로는 삼성을 비롯한 경기도내 글로벌 기업들의 RE100 이행을 지원할 방침이다. RE100은 2050년까지 이행해야 하는 글로벌 캠페인인 만큼, 제때 이행하지 못한다면 우리 기업의 수출, 해외 투자유치가 모두 막히고 이는 지역 경제와 민생 악영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장기 침체로 갈 수 있는 저성장의 늪, 전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래서 해결책도 이전과는 달라야 한다. 경기도부터 긴장을 늦추지 않겠다. 새해에도 경기도민이 어려울 때 경기도가 늘 곁에 있음을 체감할 수 있게 하겠다.
Q. 김포, 구리, 고양 등의 서울 편입 추진이 계속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입장과 향후 대응 계획은.
A. 먼저 김포시 서울 편입 추진으로 시작된 국민의힘의 ‘메가시티 서울’ 구상은 ‘바람도 불기 전에 스스로 꺼진 불씨’라고 말하고 싶다. 국민의힘 당론 발표 직후부터 “총선과 함께 사라질 이슈”라고 이야기해 왔는데 총선까지 갈 필요도 없어졌다. 야심 차게 처음 말을 꺼냈던 여당 (김기현) 대표도 사퇴하지 않았나. ‘서울 확장’은 어떤 비전도, 절차도 없던 총선용 허상일 뿐이며 우리 국민들이 총선 바람몰이에 절대 넘어갈 국민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특히 국민의힘의 ‘서울 확장’이 담긴 ‘메가시티’ 구상은 여야를 넘어 역대 정부가 30년 넘게 견지해 온 ‘국토 균형발전’은 물론 내가 대선 후보 시절 주창했던 ‘메가시티’와도 배치되는 내용이다. 원래 메가시티는 서울 일극 체제를 전국 5극 체제로 바꿔 균형발전을 이루고자 등장한 전략이다. 서울은 이미 메가시티인 만큼 ▲수도권과 강원도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호남·광주 ▲대전·충청으로 재편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게 핵심이었다. 현재 추진 중인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역시 이 같은 국토균형발전 측면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이에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서울 편입’과 동일 선상에 두고 정치적으로 오염시키는 것은 총선에서의 자충수가 될 것이다. 아울러 정부가 경기도의 주민투표 요청에 답이 없는 상황인데, 끝내 거부하거나 시간 끌기로 일관한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 꾸준히 추진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힌다.
Q. 마지막으로, 도민께 한 말씀.
A. 어느덧 민선 8기 임기 1년6개월이 지나가면서 ‘시즌 1’이 끝났다. 시즌 1에서는 경기도정의 안정화, 조직 문화 개선, 성과 도출을 위한 기반 조성에 노력했다면 이제 ‘시즌 2’에서는 경기도가 구상한 여러 가지 바람직한 시스템을 구상하고 성과를 도출하겠다. 그러면서 경기도민 한분 한분과 더 많이 만나 소통하며 더 큰 그림을 그리는 데 노력하겠다. 민선 8기 시즌 2는 이전과 많은 면에서 다를 것이라고 자신한다.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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