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11월, 우리 아이들의 권리를 새삼 생각하며

image
김석홍 아시테지 세계본부 부회장

모두 지나갔지만 11월에는 하루는 국내적으로, 하루는 세계적으로 중요한 두 날이 있다. 그런데 두 날짜 모두 공교롭게도 우리의 미래라는 어린이·청소년들과 관련 있는 날이다. 그중 하나는 듣기 평가시간에는 비행기도 못 뜨고, 전국적으로 근로자 출근시간도 늦춰지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일(11월16일), 일명 수능일이고 다른 하루는 우리에게는 5월5일이 있어 잘 기념하지도 않고, 잘 모르는 날인 11월20일, 유엔이 정한 세계어린이의 날(World Children’s Day)이다.

 

바로 이 두 날 때문에 지금 이 시점에서의 ‘어린이·청소년’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본다. 듣기만 해도 얼굴에 미소가 나와야 하는 어린이·청소년들에 대해 그렇지 못한 ‘어른’으로서, 또 그들을 위한 공연예술계 종사자로서 수능날은 그냥 단순 시험일이 아닌 매우 상징적인 날이기 때문이다. 유엔 어린이·청소년권리협약(UNCRC) 제31조에 의하면 ‘모든 어린이·청소년은 휴식과 여가를 즐기고, 자신에게 적합한 놀이 및 예술과 문화활동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돼 있다.

 

그런데 과연 우리의 어린이·청소년들이 얼마나 자신의 정당한 권리에 맞게 휴식과 여가를 즐기며, 놀이를 포함한 예술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는 것은 의심을 넘어 이젠 식상할 정도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펴낸 ‘2022년도 아동청소년 인권실태 총괄보고서(2023년)’에 의하면 우리나라 초중고교생의 평일 하루 평균 여가시간이 3시간 미만이 59%이며 평일 하루 평균 공부시간 3시간 이상이 40.4%에 이른다. 그리고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 학생이 전체 33.5%이고, 그 이유로 학업 문제가 44.3%라고 한다. 이런 수치를 받아들고 우리는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 차라리 어떤 특정 집단들이 이런 우리 어린이·청소년들의 쉴 권리, 즐길 권리를 막고 있으면 몰려가 시위를 통해서라도 시정할 수 있겠으나 우리 사회 전체가 이런 권리를 막고 있는 꼴이니 정말 답답하고 우울하기 그지없다.

 

또 모두가 즐겁게 기념해야 하는 11월20일 세계어린이의 날은 어떤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하마스 정권과의 무력 충돌로 무고한 이스라엘 시민들이 납치당하고, 특히 가자지구의 여성과 어린이 희생자가 최소 1만명에 이르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면 세계어린이의 날이 무색한 실정이다. 또 지금도 계속되는 우크라이나전쟁으로 인한 무고한 시민을 비롯한 어린이들의 희생은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이란의 어린 여성들의 상황은 어떤가! 대부분 ‘어른’들의 탐욕과 미움으로 생긴 갈등의 가장 큰 희생자는 어린이·청소년인 것이다.

 

분명 이들의 목소리와 아우성은 존재하는데 잘 들리지 않고, 잘 들으려 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아마 어린이·청소년들에게 투표권이 있다면 어떨까? 그래도 이들의 의견이 무시될까? 이런 와중에 희망의 씨앗을 뿌리듯이 수도권 한구석에서는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직접 만들고 발표하는 제30회 전국어린이연극잔치가 지난 25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온라인(게더타운)과 오프라인에서 진행되고 있다. 11월 마지막 날에 돌아본 단상이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