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조제 완공 후 공장 오폐수 유입 수질 악화 담수화 폐지로 푸른 물 넘실 ‘생태계의 보고’ 市, 자연과 인간 공존 ‘환경교육도시’ 만들기 세계 최대 인공서핑장 등 해양레저의 메카로
‘이전의 것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일고 있다. 인간의 편리를 위해 변형됐던 자연을 복원하려는 생태복원 운동이 그것이다. 스위스의 레만호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생물이 살 수 없는 ‘잿빛 호수’였다. 일반 가정에서 합성세제를 사용하게 되면서 1950년 오염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스위스와 프랑스가 오염 배출원을 조사해 규제한 것이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됐다. 이들은 20여년간 120개에 달하는 폐수처리장을 설치하고 수질오염을 막았다. 지금 레만호는 첨단산업과 교육센터를 품은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재탄생했고 매년 각종 음악 페스티벌과 스포츠 이벤트가 개최된다.
일본 이바라키현의 소도시 가스미가우라시에 있는 가스미가우라호도 공업화와 도시화에 따른 수질오염을 시민사회 네트워크를 동력으로 극복한 사례다. 현재는 세계적인 수자원 관리 및 수생 생물 연구 학습도시로 자리잡았다.
우리나라에서도 각 지역이 자연을 자연의 것으로 되돌리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서해안의 한복판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시화호의 지난날이 있다.
■ ‘시화호’ 반목의 역사 품고 ‘회복’을 쓰다
내년 방조제 준공 30주년을 맞는 시화호는 대한민국 환경복원사업의 상징으로 불린다. 간척지에 조성될 농지나 산업단지의 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담수호로 계획돼 1994년 12.7㎞의 방조제를 통해 43.80㎢ 규모의 호수가 형성됐다.
그러나 방조제 완공 이후 시화호 유역의 공장 오폐수와 생활하수 유입으로 수질이 급격히 악화됐고 고여 있는 호수의 특성으로 인해 순환하지 못한 물들은 썩어 들어갔다.
오염된 시화호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1996년부터 해수 유통이 시작됐다. 2001년에는 정부가 시화호의 담수화 계획을 완전히 폐지하고 시화호 생태 관리 계획을 구성해 본격적인 정화사업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지금, 시화호는 어떤 모습일까. 현재 시화호는 이전 생태환경을 99.9% 회복한 상태다. 연중 맑고 푸른 물이 넘실대고 호수의 생태계가 살아나면서 멸종위기종을 비롯해 수리부엉이, 노랑부리저어새 등 천연기념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해마다 희귀 조류를 포함한 각종 철새가 이곳을 찾는다. 1990년대 이후 자취를 감췄던 수달과 고라니, 삵, 너구리도 이곳에 터를 잡았다.
■ 복원의 경험, 다음 세대 환경교육 이정표로
시흥시는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환경교육도시 시흥을 만들어가고 있다. 시화호가 시작되는 초입에 위치한 환경문화센터는 대립과 갈등을 극복하고 자신의 모습을 되찾은 시화호의 여정을 사진과 영상으로 간접 체험할 수 있다.
시화호환경문화센터에서는 시화호지속가능파트너십을 중심으로 시화호 관련 연구와 교육프로그램을 지속하고 있다. 하수처리장에서 환경교육센터로 탈바꿈한 맑은물상상누리와 시흥에코센터도 환경교육 거점으로 톡톡히 역할하고 있다.
환경교육도시 시흥의 본격적인 여정은 지금부터다. 시는 올해 초 환경교육팀을 신설하고 환경교육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환경교육을 위한 조직을 강화하는 한편 생애주기 환경교육 확대, 시흥시 특화 환경교육 등의 목표를 담은 ‘제1차 환경교육종합계획’을 수립해 발표했다.
1차 계획의 핵심은 시흥의 풍부한 환경교육 자원, 교육 인프라, 네트워크 등을 활용한 교육으로 시흥형 생태시민을 육성하는 것이다. 분야별 다양한 환경교육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시화호를 포함한 시흥시 환경교육자원을 교육의 현장으로 가꾼다.
이를 위해 시흥시와 시흥시의회, 교육청뿐 아니라 대학, 시흥산업진흥원, 시흥시청소년재단, 환경교육 민간단체 등이 ‘시흥형 환경교육 공동체’로서 힘을 모으기로 했다.
기초환경교육센터로 지정된 시흥에코센터는 환경교육사 등 환경교육 전문 인력 양성과 지역 특화 프로그램 개발 보급, 네트워크 구축 등을 통해 환경교육 활성화를 위한 거점으로 조성하고 환경교육 체험 전시관으로서의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생애 전 주기에 걸친 환경교육을 통해 평생 환경학습권을 보장하고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생활문화를 확산하는 데도 힘쓴다. 특히 시화호의 생태 복원과 갈등 해결의 사례 등을 활용해 유아기부터 노년기까지 생태 감수성을 향상하고 친환경 실천을 생활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다.
■ 복원의 현장, 시민의 삶이자 도시의 미래로
시화호가 펼쳐진 시화MTV에는 거북섬이 있다. 실제 위에서 내려다보면 거북이가 엎드려 있는 모양이다. 지금 이곳은 시화호의 지난날을 품은 역사의 공간이자 대한민국 해양레저의 미래가 가득 담겨 있다.
110만7천㎡ 규모의 섬에서는 해양레저의 모든 즐거움을 만나볼 수 있다. 지난 2019년에는 세계 최대 인공서핑장 웨이브파크가 운영을 시작했다. 길이 200m, 폭 80m 크기의 서프존뿐 아니라 워터파크, 키즈존 등 다양한 시설이 조성된 복합문화공간으로 시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루프톱에서 즐길 수 있는 인피니티풀과 트릭아트가 있는 보니타가가, 지난달에는 35m의 딥다이빙풀이 문을 열었다. 국내 최초 관상어 집적화단지로 조성 중인 아쿠아펫랜드와 해양생태과학관은 해양생태 교육과 여가의 영역을 크게 확장하게 된다.
시화호 30주년이 되는 내년에는 기념사업을 통해 더 큰 미래를 꿈꾼다. 시흥시를 포함한 시화호 접경 도시들과 한국수자원공사가 함께 시화호를 세계적인 환경 브랜드로 만들어 내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또 올해 안에 시화호 보존 및 활성화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시화호 30주년 기념사업의 세부 계획 확정과 사업 예산 확보에 적극 노력하며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긴밀한 협력체계도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인터뷰 임병택 시흥시장 "시화호, 세계적인 환경브랜드 잠재력 충분"
“시화호, 세계적인 환경브랜드로 잠재력이 충분합니다.”
임병택 시흥시장은 평소 환경오염을 극복한 시화호가 지닌 미래 먹거리로서의 가치와 환경 의제를 품은 시화호의 시대적 가치를 강조해 왔다.
시화호 방조제 준공 30주년을 맞아 안산시와 화성시, 한국수자원공사를 각각 찾아 보다 적극적인 협력사업 추진을 제안한 것 역시 시화호의 환경복원 사례를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들어내겠다는 임 시장의 의지가 담겨 있다.
임 시장은 “시화호는 대한민국의 미래이며 기후위기, 탄소중립, 신재생에너지 등 이 시대 모든 환경 의제를 품은 유일한 곳”이라며 “죽음의 호수가 생명의 호수로 변했듯이 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더 나은 내일을 열어가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오염 극복 사례를 지역발전의 전략으로 삼은 스위스 레만호나, 독일의 킴호수 그리고 간척사업으로 오염된 지역의 해수 유통을 통해 해양치유도시로 발전한 쿡스하펜시의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이들과 시화호가 궤를 같이하는 것은 시민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가장 큰 원동력이 됐다는 것”이라며 “환경복원의 경험이 있는 시흥시가 이제 시화호를 통해 희망을 이야기하고, 미래 세대에게 더 나은 내일을 선물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기도와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촉구했다.
임 시장은 “시화호는 비단 인접 도시들만이 아닌 대한민국 대표 환경브랜드”라며 “국가 차원의 거버넌스를 구성해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인다면 시화호는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인 환경브랜드로 도약할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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