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창립 50년, 영화진흥위원회의 존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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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충범 한국영상대 영화영상과 교수

베니스영화제, 베를린영화제와 더불어 세계 3대 영화제로 일컬어지는 칸국제영화제가 76회째를 맞아 16일에 시작돼 27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바 있었고 작년에는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이 감독상을, ‘브로커’에 출연한 송강호가 남우주연상을 차지하기도 했으나, 올해의 경우 한국영화는 경쟁 부문 후보작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 대신, 영화제 기간 중 반가운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박기용 위원장이 18일(현지 시간) 프랑스 문예공로훈장을 받게 된 것이다.

 

한국영화인 가운데 같은 훈장을 수훈한 이들은 임권택(2009), 전도연(2009), 윤정희(2011), 봉준호(2016) 등 모두 감독 및 배우였다. 박기용 위원장 역시 감독 출신이긴 하지만 이번 수훈은 한국과 프랑스 사이의 영화 교류에 기여한 영진위의 수장 자격으로 이루어진 바가 크다. 수훈식이 있던 날에도 영진위는 지난해 5월부터 이어져온 한국-프랑스 간 영화 분야 협력 사업의 일환으로 프랑스 국립영화영상센터(CNC)와 양국 영화 아카데미 추진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와 같이 영진위는 공공기관으로서 자신의 이름에 걸맞게 한국영화의 진흥과 상생을 위해 힘쓰고 있다.

 

마침 2023년은 영진위 창립 5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전신은 1973년 4월3일 출범한 영화진흥공사(이하 영진공)였다. 영진공의 설립에는 1972년 말 구축된 박정희 정권의 ‘유신 체제’가 근본적 요인이 됐다고 할 만하다. 그 여파로 이듬해 2월16일에 있었던 4차 영화법 개정을 통해 영진공의 설립과 운영에 대한 제반 사항이 법문화됐기 때문이다. 이렇듯 영진위의 모체인 영진공은 권위주의 정부 시절 “국산영화의 진흥과 영화산업의 육성·지원을 위한 사업을 하게 하기 위하여”(4차 개정 영화법 4장14조) 국가 주도 하에 세워진 문화 기구였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배경 하에, 영진공에서는 영화 산업의 발전 계획을 수립하는 동시에 영화 제작비 융자, 영화인의 복리 증진 및 해외 교류, 한국영화 수출 시장의 개척과 외국영화 수입의 알선 등 다채로운 사업을 펼쳐갔다. 특히, 임권택 감독의 ‘증언’(1974)과 이만희 감독의 ‘들국화는 피었는데’(1974) 등 여러 편의 장편 극영화를 직접 제작하기도 했다. 또한, 제5공화국 시기 문화공보부가 추진한 영화진흥 5개년 계획에 따라 1984년에는 그 산하에 한국영화아카데미가 설립돼 이곳에서 우수한 영화 인력이 양성되기도 했다.

 

물론 세월의 흐름 속에 영진공의 입지와 성격도 많이 달라졌다. 출범 당시 서울 내자동에 위치했던 사옥은 1976년 남산의 구 KBS-TV 건물로, 1995년에는 홍릉 부지로 위치를 바꿨고, 2013년에는 다시 부산 센텀시티로 자리를 옮겼다. 한편, 1980년대 이후 자유화, 개방화 물결의 영향으로 준 정부 기관인 영진공의 조직 개편이나 기능 축소, 민영화 등에 대한 업계의 요구가 분출되기도 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타고 1995년 기존의 영화법이 영화진흥법으로 대체됐는데, 1999년에는 영화진흥법이 개정됨으로써 5월28일부로 26년간 지속되던 영진공 체제가 영진위로 전환돼 현재에 이른다.

 

이후로 정확히 2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한국영화는 산업의 체계화 및 자본의 거대화, 인력의 확충 및 기술의 진보 등을 통해 경제적 이윤과 예술적 성취를 실현함으로써 나름의 기반을 마련하고 국제적 명성을 획득하게 됐다. 그리고 영진위는 다각적인 면에서 자신의 역할을 담당해 왔다.

 

디지털 중심의 미디어 환경 변화로 영화의 존립 자체가 갈수록 위태로워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어떠한가? 영진위 홈페이지만을 들여다보더라도 영화 산업과 예술의 발전을 위해 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음이 감지된다. 우선, 각종 영화들에 대한 기획·제작·개봉 지원 사업을 비롯해 독립영화전용관과 예술영화전용관의 운영 지원 사업, 지역 영화인과 영화문화 활성화를 위한 지원 사업 및 한국영화의 해외 진출에 필요한 육성 지원 사업 등을 두루 펼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책 연구를 하고 산업 통계를 내며 제작 환경 및 그 현황을 검토하는 동시에 통합 전산망을 활용해 박스 오피스를 집계함으로써 관련 정보와 자료를 충분히 제공하고 있다.

 

이로써, 어느덧 창립 50주년을 맞이한 영진위의 존재성이 세월의 흔적과는 별개로 여전히 유지되고 있음이 확인된다. 아울러 그 존재성은, 이번 프랑스 문예공로훈장 수훈 사례에서처럼 국제영화제나 외국의 영화 기관 등을 매개로 한 한국영화의 해외 교류 과정 중에 재차 부각되곤 한다.

 

문제는 한국 영화인과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의 적극적 참여와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향후 영진위에서도 다양한 방면으로의 변화를 모색하겠지만, 성공 여부는 결국 ‘영화 진흥’의 대상인 제작 주체와 일반 관객의 반응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기에 그렇다. 영화 만들기를 꿈꾸거나 영화 감상에 흥미를 느끼거나 혹은 한국영화의 선전을 기원하는 독자라면 한번쯤 영화진흥위원회 누리집을 방문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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