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빈틈 없이 사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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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준 세종대 대양휴머니티칼리지 초빙교수 및 교목

5월에 있는 기념일은 근로자의 날(1일),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스승의 날(15일), 성년의 날(셋째 월요일), 부부의 날(21일), 지인들의 결혼식과 각종 행사를 포함해 가정에 관련된 날이 많아 ‘가정의 달’이라고 부른다.

 

팍팍한 현대인의 생활 속에서 계획하고 챙겨야 할 이벤트와 선물들도 많기에 가정을 위한 기념일이 걱정과 부담으로 다가와 ‘가정의 달 증후군’이 생겨나기도 한다.

 

최근에는 부모와 자녀의 갈등과 충돌로 인해 ‘금쪽 같은 내 새끼’ 같은 다양한 솔루션 프로그램들이 등장한다. 신체적이고 학습적인 측면에서 부모가 자녀를 돌보는 시간을 측정했더니 엄마는 23분, 아빠는 6분 정도 할애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맞벌이에 투잡까지 분주하고 피곤한 탓에 이 시대 교육의 주체와 권위는 가정이 아니라 바깥에 있는 듯하다.

 

창세기 49장22절에 기록된 “요셉은 무성한 가지, 곧 샘 곁의 무성한 가지라 그 가지가 담을 넘었도다”라는 말씀은 아버지 야곱이 요셉에게 축복한 표현이다. 가정에서 잘 키우고 양육해 담장 너머로 쭉쭉 뻗어 열매 맺는 사람이 된다는 의미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자녀를 키우는 곳은 가정이 아니라 바깥이다. 학교, 입시학원, 과외선생, 교육상담가, 전문가, 교수들에게 자녀 교육을 위탁하면 좋은 대학과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있으며 성공한다고 생각한다. 교육의 권위를 가정 안이 아니라 가정 밖에 두고 대부분의 인생 결정을 외부에서 찾는 격이다.

 

그래서인지 항상 바깥으로 돌고 돌던 가족들이 만나니 함께 있으면 서먹하고 어색하다. 가족이지만 그 사이에 자연스럽지 못한 이상한 빈틈이 존재한다. 이를 ‘앵프라맹스(inframince)’라고 표현하는데 아래를 뜻하는 ‘infra’와 얇다는 뜻의 ‘mince’를 결합한 합성어다. 이것은 눈으로 식별할 수 없는 미세한 차이이며 냉기와 온기 사이의 아주 얇은 틈이기에 인간으로서는 깰 수도, 찢을 수도, 넘어설 수도 없는 아주 얇디 얇은 막이며 경계다.

 

부모와 자녀, 그리고 가족 구성원들 사이에 나타나는 앵프라맹스, 빈틈과 경계를 어떻게 메우고 극복할 수 있을까? 해답은 하나님의 사랑을 통해서, 즉 초월적인 힘이고 영성의 힘만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가족을 위해 시간을 내 기도할 것을 제안한다. 기도는 쇼핑 목록처럼 원하는 것을 나열해 신에게 요구하는 청구서가 아니다. 기도는 관계를 향해 손을 내미는 행위다. 기도를 통해 초월적인 사랑의 영이 우리의 심장부로 들어와 ‘나 중심’으로 가득한 마음의 공간에 다른 이를 위한 공간 확장이 생겨 자기 중심성에서 ‘다른 이’와 ‘공동체’로 나아가게 한다.

가정의 달 5월, ‘나의 가족’, ‘내가 속한 공동체’, ‘이웃들’을 위한 기도를 통해 눈으로 식별할 수 없는 초박형의 얇은 틈과 경계인 앵프라맹스를 깨뜨리고 넘어서려는 기도와 시도를 해보자. 그것이 쌓이면 빈틈 없이 구석구석 사랑할 수 있는 위대한 힘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중의 제일은 사랑이라.”(고린도전서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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