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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남창초 세계시민교육 “모국어 가르치며... 다문화 아이들 뿌리찾기 도와요” [함께 토닥토닥]
함께 토닥토닥

수원 남창초 세계시민교육 “모국어 가르치며... 다문화 아이들 뿌리찾기 도와요” [함께 토닥토닥]

방과 후 무료 ‘중국어 교실’ 개설... 다문화 학생들 이중언어 어려움 해소 호응
한국 학생도 참여하며 소통 활발 “고유문화 인정땐 언어 달라도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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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특례시 남창초등학교에서 열린 ‘세계시민교육을 위한 중국어 교실’에 참여한 중국 출신 학생들과 한국 학생들이 함께 공부한 학습 자료를 들어 보이며 해맑게 웃고 있다. 조주현기자

 

13일 오후 2시께 수원특례시 남창초등학교 꿈터교실에선 중국어 수업이 한창이었다. 1~2학년생 12명은 선생님의 설명을 한 자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진지한 표정으로 수업을 따라갔다.

 

“‘엄마 사랑해’를 중국어로 말해볼 수 있는 사람 손 들어보세요”라고 선생님이 묻자, 12명의 학생이 모두 손을 들었다. 의욕이 넘치는 아이들 몇몇의 입에선 ‘마마, 워 아이니’가 터져 나왔다.

 

이 수업은 수원 남창초가 지난 3일부터 개설한 무료 방과 후 교육 ‘세계시민교육을 위한 중국어 교실’이다. 주 4회 열리는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 대부분은 중국인 부모를 뒀다.

 

중국 출신 학생들에게 중국어 교실을 개설해 가르치는 이유는 뭘까.

 

남창초는 전체 학생 114명 중 33명이 부모가 중국인이다.

 

이들은 그동안 한국 사회에 잘 융합하고자 중국 출신이라는 사실을 숨기는 데 급급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 한국어는 유창하게 구사하지만 정작 모국어 구사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정체성에 혼돈을 겪는 경우도 있었다. 부모들이 나서 가르치려 해도 한국어를 우선 습득하고 익숙해져야 하는 환경에서 모국어를 배우기는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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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특례시 남창초등학교에서 열린 ‘세계시민교육을 위한 중국어 교실’ 모습. 조주현기자

 

학교 측은 우리의 문화만 강요하는 게 아니라, 출신과 문화의 다름을 인정하는 게 세계 시민의 첫걸음이라 생각했다. 자신의 뿌리와 모국어를 잊지 않게 도와주는 게 학교의 역할이라고 판단했다. 학교로 유입되는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늘어나는 것도 주요한 이유였다. 중국 출신 학생들이 4~6학년엔 10명이지만 1~3학년엔 23명에 달한다.

 

서로의 뿌리를 인정하는 분위기 속에 건강한 세계 시민이 태어나고 다문화 시대가 가능하다는 김봉수 남창초 교장과 교직원의 마음이 모여 프로그램이 기획되고 이중 언어 강사를 채용했다. 올해 말까지 운영되는 중국어 교실은 한국 학생도 제한 없이 신청할 수 있다.

 

교실이 개설되자 한국인 부모와 중국인 부모 모두의 반응은 뜨거웠다. 혐오와 구분 짓기가 만연한 시대에 아이들에게 차별과 다름이 아닌 인정과 공감을 자연스럽게 알려줄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왔다.

 

한국 학생들도 수업에 참여하면서 또래 간 소통이 더욱 활발해졌다.

 

중국 출신인 김수빈양(8)은 “집에서만 배울 수 있었던 모국어를 학교에서도 배우면서 더 자주 사용하고 배우게 돼 기쁘다. 학교에서 배운 모국어로 학교 친구들에게 장난도 치면서 놀 수 있어 즐겁다”고 웃음 지으며 말했다.

 

언어 강사 오가영씨(가명·44)는 “이곳 중국 학생들은 자신이 다수의 한국인들 틈에 섞인 소수자라는 인식이 전혀 없다. 아이들이 서로 화합하고 경계를 나누지 않고 어울리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고 전했다.

 

김 교장은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타국 출신으로 두 가지 언어를 오가며 마음을 정착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 어른이 됐을 때 자기가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정체성을 이끌어주는 교육에는 국적의 차별이 없어야 하지 않느냐”면서 “그런 차원에서 인종과 국적, 다름을 허무는 세계시민교육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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