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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열린 방화문… 火 키우는 ‘안전불감증’ 여전 [현장, 그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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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열린 방화문… 火 키우는 ‘안전불감증’ 여전 [현장, 그곳&]

도내 아파트 곳곳 개방한 채 방치... 주민 대부분용도·규정 인지 못해
道소방본부 “일일이 관리 어려워”...전문가 “적극 홍보·계도 활동 필요”

28일 오전 안산시 상록구 사동의 한 아파트 방화문이 돌에 고정된 채 활짝 열려 있다. 김은진기자 

 

“아파트에 불이라도 나면 어떻게 대피하려고 방화문을 열어두는 지 모르겠어요.”

 

28일 오전 10시께 안산시 상록구 사동의 한 아파트 2층. 방화문이 활짝 열려 있고, 문 밑에는 커다란 돌이 받쳐져 있어 문을 고정해둔 모습이었다. 방화문은 화재 발생 시 연기와 화염을 차단해 대형 화재를 방지할 수 있도록 항상 닫혀있어야 하지만, 2~5층으로 향하는 모든 방화문은 활짝 열린 채 방치돼 있었다. 또 다른 층 방화문에는 문고리에 노끈과 철사를 묶어 벽에 고정시킨 모습도 찾아볼 수 있었다. 이곳 주민 김순자씨(가명·68·여)는 “누가 그런지 모르겠는데 돌로 문을 고정해 오래전부터 열려있었다”며 “편하게 다니려고 고정을 해둔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날 수원특례시 권선구 호매실동의 한 아파트도 비슷한 모습. 이곳 아파트 1층부터 4층까지의 방화문 틈 사이엔 작은 나뭇조각이 끼워져 열린 채로 고정돼 있었으며 ‘방화문을 닫아야 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매년 경기도내 아파트 화재가 700건 이상 발생하고 있지만, 도내 아파트 방화문은 활짝 열려 있어 화재 피해 확산 방지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대부분의 주민들이 방화문의 용도를 제대로 모르거나 닫아둬야 한다는 규정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8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도내 아파트 화재 발생 건수는 2018년 779건, 2019년 731건, 2020년 790건, 2021년 699건, 2022년 727건이다. 이로 인해 192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385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방화문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화재가 나면 불길과 유독가스가 다른 층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방화문은 언제나 닫힌 상태를 유지하거나 화재로 연기, 불꽃 등을 감지하면 신속히 자동으로 닫히는 구조여야 한다. 이를 어길 시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규정을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편의 등을 이유로 방화문을 개방한 채 방치하고 있었다. 

 

이 같은 상황에도 소방당국은 방화문을 일일이 관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소방 관계자는 “소방점검을 나갈 때 주민들에게 방화문을 닫아야 한다고 얘기하고 홍보도 하고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대부분 현장에서 시정 조치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점검 이후 방화문을 다시 열어두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방화문을 열어두면 화재 발생 시 연기와 화염이 계단을 타고 올라가 질식 등 사고 위험이 높으며 대피도 할 수 없다”며 “불법임을 알려주는 문구를 정확히 적어 방화문 옆에 부착하는 등 주민들에게 홍보와 계도를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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