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인도 한복판에 개폐기 2대… 보행자 안전 위협

도로점용 허가도 받지 않고 설치 드러나

남양주시 별내별가람역 인근 인도 한복판에 설치된 개폐기. 이대현 기자

 

“인도 한가운데에 이런 흉물이 있다는 게 말이 됩니까.”

 

20일 오전 10시께 남양주시 별내동 별내별가람역. 역사 1번 출구로 나와 50여m를 걷다 보니 지상 개폐기 2대가 인도 한가운데에 설치돼 있었다. 개폐기 높이는 110㎝로 초등학생 키와 비슷한 수준인데 개폐기 150m 거리에는 초등학교가 위치해 있었다. 더불어 679가구가 거주하는 아파트 후문과 불과 2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평소 보행자 통행량도 많다.

 

실제로 한 보행자는 이곳을 지나가다 모서리 부분에 살이 찍혀 치료를 받고 한전과 남양주시에 치료비를 청구하기도 했다.

 

개폐기 모서리에는 어떤 안전장치도 없어 자칫 보행자들이 다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가로 66㎝, 세로 162.5㎝의 개폐기 두 대가 설치돼 있어 통행할 수 있는 공간이 고작 160㎝밖에 되지 않았다. 어른 남성 2명이 간신히 지나갈 정도로 자전거나 휠체어 통행 시 반대편에선 제자리에 멈춰야 했다.

 

주민 김재현씨(가명·38)는 “민원도 넣고 전화도 많이 했는데 요지부동이다. 정말 아이들이나 노약자가 다쳐야 옮겨지는 것이냐”며 “별내 신도시의 흉물이 되가고 있는 만큼 한전이나 남양주시가 빨리 조치해 줬으면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양주시 별내별가람역 인근 인도 한복판에 개폐기가 설치돼 보행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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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시 별내별가람역 인근 인도 한복판에 설치된 개폐기. 이대현기자

 

한전과 남양주시 등에 따르면 지상 개폐기는 배전 지중설비로, 지중구간 분기선, 고객 전력공급 또는 선로 운용상 필요한 위치에 설치된다.  

 

해당 개폐기는 인도가 만들어지기 전인 지난 2021년 6월 설치된 것으로 국가철도공단이 진접선 연결공사 당시 한전과 협의해 남양주시로부터 도로점용 허가를 받지 않고 설치했다. 현행법상 변압기를 설치할 때는 지자체에 도로점용 허가를 받은 후 설치가 가능하다.

 

시 관계자는 “해당 개폐기가 도로점용 허가도 받지 않은 시설물인 데다 주민 불편을 초래하고 있는 만큼 한전 측에 변압기를 조속히 이설해달라고 요청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전 측은 공단이 인도를 당시 계획했던 것보다 넓게 만들어 개폐기가 지금의 위치에 있는 것이며, 원래 계획대로 라면 통행에 전혀 지장이 없는 곳에 설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전 관계자는 “현재 개폐기에 연결된 케이블이 공단 소유로 개폐기를 이설하려면 케이블도 함께 옮겨야 한다”며 “공단 측과 협의 중으로 완료되면 즉시 개폐기를 이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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