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인공지능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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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연 호원대 공연미디어학부 교수

인간 본원의 영역인 예술에 있어서 인공지능이 ‘창조자의 역할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가 이미 챗GPT 이전부터 이뤄져 왔으며 그 답이 ‘가능하다’임을 증명하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파르마코-AI’는 인간 작가 K 알라도맥다월과 인공지능 작가 GTP-3가 공동으로 저술해 2022년에 출간한 책이다. GTP-3는 개발사인 오픈에이아이(Open AI)에 의해 2020년에 태어난 인공 신경망 언어 모델이다. 파르마코-AI는 이 둘 사이에서 2주간 전개된 다양하고 실험적 대화들이 엮인 책으로 주로 시, 수필, 이야기같이 동시대에서 예술가, 예술창작의 의미와 더불어 자연과 기술, 문명에 대한 담론으로 구성돼 있다.

 

타 분야에서의 사례들보다 예술현장에서 인공지능의 역할이 더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창조의 영역에서의 인공지능의 역할’은 우리가 염두에 두지 못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파르마코-AI를 읽으며 느낀 점은 실제로 인간 작가가 전체적인 구성을 끌고 가는 방식으로 창작이 이뤄지긴 했지만 인공지능 작가의 글솜씨가 너무나 유려하고 놀라우리만큼 신선하다는 것이다. 책을 읽는 도중 간담이 서늘해질 만큼 형언할 수 없는 두려움이 찾아오기도 했다. 지금 이렇게 필자가 쓰고 있는 칼럼도 지금 당장 인공지능 작가가 쓴다 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또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파르마코-A뿐만 아니다. 최근 국내에서 개최된 프랑스의 디지털 미디어 예술가 미구엘 슈발리에의 ‘디지털 뷰티’ 전시에서는 드로잉 로봇이 그림을 그린다든지 얼굴 인식 기능 감시 카메라로 관객의 초상화를 실시간으로 그리는 등 인공지능의 적극적인 활용을 볼 수 있다. 기존에도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 전시가 있었지만 이번 전시는 그야말로 디지털 전시가 중심이 돼 펼쳐지며 그 기술들도 굉장히 놀라운 수준으로 발표됐다.

 

바야흐로 인공지능 작가의 예술적 창의성이 인간 못지않게 빛나는 시대에 돌입했다.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정보의 해방감은 인간의 삶과 지식을 풍요롭게 할 것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많은 것들이 인간을 대신하고 결국 인간이 퇴화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활동무대가 좁기로 유명한 직업인 예술가란 영역의 인공 지능 침범은 더욱더 치명적이라 할 수 있다. 예술의 현장에서 파르마코-AI의 출간은 시발점에 불과하다.

인공지능의 선전이 두드러지는 현시점에서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이는 단순히 인간 작가를 대신하거나 언젠가 뛰어넘을지 모르는 인공지능을 찬양해야 할 것인가, 경계해야 할 것인가 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좀 더 냉정한 자세로 인공지능의 협력을 필연적이고 불가역적인 것으로 간주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인공지능 예술가와의 공존에 대해 고민해야 할 중요한 시점인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언제나 그랬듯 또 답을 발견할 것이다. 무수한 담론 끝에 캔이나 변기 따위의 물건조차 예술작품이 될 수 있었듯 신의 창조물인 인간의 역할은 예술 영역에서 어떤 상황 속에서도 존재할 것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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