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인천해양국립공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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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구 인천대 도시행정학과 겸임교수

덕적도엘 다녀왔다. 세계 여느 유명 휴양지 못지않은 풍광을 자랑하는 인천의 섬이다. 이번엔 2018년 개통된 다리로 소야도까지 둘러봤다. 바로 이웃한 섬이지만 둘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소야도는 신비롭고 몽환적이다. 이런 아름다운 대자연을 목전에 두면 두 가지 상반된 생각이 든다. 하나는 몰래 숨겨두고 나 혼자만 알고 싶다는 욕심, 다른 하나는 모두와 함께 즐기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른바 보전과 개발, 역사가 꽤 깊은 인류의 딜레마다. 원론적으론 전자에 한 표 던지지만 주민들을 생각하면 후자에도 슬그머니 눈길이 간다. 이럴 때 그 둘을 절묘하게 묶는 대안이 있다. ‘국립공원 제도’다.

 

우리는 1967년 1호 지리산 이후 지금까지 22개의 국립공원을 지정 관리하고 있다. 서울 등 전국 곳곳에 산재하는데 유독 인천엔 아직 없다. 인천 앞바다를 국립공원으로 만들자는 목소리는 간헐적으로 있었지만 그때뿐이었다. 현 유정복 인천시장이 민선 6기 시정부 시절 인천가치재창조사업의 일환으로 인천해상국립공원 계획이 구체적으로 그려진 적도 있긴 했다. 백령-대청권역 270㎢를 국립공원으로, 강화 남단과 장봉도 등을 갯벌국립공원으로 지정하자는 게 골자였다. 그러나 주민들의 반대와 시정부 교체 등으로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그 사이 2019년 백령-대청권은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됐다. 2021년 유네스코는 충남과 전남북 일대의 갯벌을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하면서 2025년까지 강화 등 인천 갯벌을 포함시킬 것을 권고했다. 지금까지 오롯이 남은 곳은 덕적, 자월 등이다. 50여개의 유·무인도를 아우르는 지역이다. 그곳 섬들은 하나하나가 예술작품이다. 굴업도는 한국의 갈라파고스라 불릴 만큼 태초의 자연이 그대로 보전돼 있다. 선갑도는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천국이자 국내 최대의 무인도다. 자월도는 섬 전체에 평화와 상서로운 기운이 넘친다. 모두 체계적으로 보전하고 가꿔야 할 필요가 있다.

 

주민들은 사유재산권침해를 우려하겠지만 국립공원이라해서 무조건 안 되기만 하는 건 아니다. 골프장, 스키장처럼 자연훼손이 심한 시설이 아니라면 웬만한 건 다 된다. 운영의 묘를 살린 상생의 방안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해상국립공원을 논의해야 할 이유는 또 있다. 이 일대에 풍력발전시설이 몰려들고 있다. 벌써 11기의 풍황계측기가 설치됐고 허가를 기다리는 사업자들이 줄을 서 있다. 이대로라면 그 아름다운 바다가 거대한 인공날개의 숲으로 변해 버릴지도 모른다. 바다난개발 우려마저 나오는 지경이다. 국립공원이 되면 그런 걱정은 일단 던다. 한 해 200억원 가까운 국고를 지원 받고, 탐방객이 늘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도 차고 넘친다. 인천해양국립공원, 이제 진지하게 이야기를 해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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