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고화질로 다시 찾아온 ‘TV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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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충범 한국영상대 영화영상과 교수

강추위와 고물가로 유난히 춥게 느껴졌던 올겨울도 어느덧 지나가고 3월 들어 따스한 햇살이 온화하게 비치기 시작했다. 봄을 알리는 신호는 무수히 많지만 방송가에서는 흔히 프로그램 개편을 통해 계절의 바뀜을 인지시키곤 한다. 그런데 이번 봄 편성에서 눈에 띄는 것이 있으니 바로 KBS2 TV에서 5일부터 매주 일요일 밤 12시25분에 ‘UHD로 만나는 TV문학관’ 20부작이 방영 중이라는 점이다.

 

방송 첫 작품은 김진욱 극본, 이유황 연출로 만들어져 1982년 4월17일 전파를 탄 바 있는 ‘산골 나그네’였다. 원작은 1930년대에 발표된 김유정의 동명 단편소설로, 풍부한 어휘와 토속적 분위기 등 그의 문학적 특징이 화면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되고 있다. 또 1980년대 당시 최고 스타였던 정윤희를 비롯해 사미자, 김성환, 김순철 등 유명 배우들의 젊은 시절 모습이 4K 초고화질(Ultra High-Definition) 영상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TV문학관은 공영방송 KBS가 1980년 12월1일 개막된 컬러 방송 시대에 발맞춰 야심차게 내놓은 1980년대의 대표적인 텔레비전 드라마 프로그램이었다. 연속극 및 시리즈 형식을 지니지 않는 독립된 작품들이 회차별로 제작됐는데 문학작품이나 창작 서사물의 스토리 라인과 컬러 필름 위에 구현된 영상 미학이 어우러지면서 차별성을 드러냈다. 그리하여 1980년 12월18일 ‘을화’가 전파를 탄 이래 1987년 11월7일 방송된 ‘가을비’까지 7년 동안 총 266편이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이후 TV문학관은 약간의 개명이 가해진 채 여러 번 부활되기도 했지만 대부분 간헐적이거나 단발적인 기획에 그치고 말았다.

 

1980년대 TV문학관의 인기 비결은 각각의 작품이 마치 ‘영화’처럼 완결성을 띰으로써 보는 이들에게 만족감을 선사했다는 데서 찾을 만하다. 이로 인해 각 가정의 텔레비전 수상기가 비로소 ‘안방극장’의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40여년이 지난 지금 영화가 가지고 있던 독립된 매체성은 상당히 모호해졌으며 매스미디어로서의 텔레비전의 위상도 현격히 떨어진 상태다. 이러한 변화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테크놀로지 발달에 따른 다매체 디지털화를 지목할 수 있다. 물론 기술의 발전이 영상 콘텐츠의 제작과 유통에 미치는 영향은 다대하며, 여기에는 수준 높은 기술력이 동원돼 과거에 대한 재현 범주가 넓어지고 이러한 과정에서 생성되는 노스탤지어의 강도가 세졌다는 점도 포함된다.

 

공사 창립 50주년을 맞이해 ‘영상복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KBS가 다시 내놓는 20편의 TV문학관 ‘명작’들 역시 과거 촬영된 35mm 필름에 대한 고도의 디지털 복원 작업을 거쳐 ‘재탄생’한 것들이다. 기존의 작품성과 신기술이 결합된 만큼 ‘열녀문’, ‘장마’, ‘갯마을’, ‘봄봄’, ‘분례기’, ‘카인의 후예’ 등의 향후 방영분들은 더욱 강렬해질 봄기운을 받아 시청자들의 보다 뜨거운 반응을 얻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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