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와 학령기 학생을 둔 부모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스마트폰’이다. 아이가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불안과 걱정이 앞서는 것이 현실이다. 이 경우 부모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선택은 스마트폰을 사주는 시기를 늦추는 것과 사용 시간이나 이용하는 콘텐츠를 통제하는 것이다. 과연 이것이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일까?
지난해 연말 10대 청소년의 미디어 이용 조사에서 청소년의 인터넷 이용시간은 수면시간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일 평균 수면시간이 7.2시간, 인터넷 이용시간은 8시간으로 조사됐다. 2019년 조사에서 4.5시간이 나온 것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다. ‘인터넷에 접속한 상태’는 이제 일상 그 자체가 된 것이다.
미디어의 이용시간과 이용행동을 통제하는 것은 오래된 ‘습관’이다. 통제하는 것으로 위험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는 인식이 폭넓게 퍼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단순한 통제는 가능하지도, 유용하지도 않다는 것이 미디어교육 전문가들의 말이다.
개인적인 경험도 있다. 필자는 아이를 키우면서 미디어든 어떤 것이든 ‘통제’를 하지 말자는 생각이 강했다. 다만, ‘짱구는 못말려’란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안 봤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아이는 잘 따라주었다. 그러나 그 아이는 10대에 접어들면서 유난히 ‘짱구’ 캐릭터에 몰입했다. 10대 후반인 지금도 여전하다.
친구의 경험도 있다. 친구의 아버지는 자녀들에게 텔레비전을 보지 못하게 했고, 밤에는 텔레비전을 벽장 안에 넣어 버렸다. 친구와 형제들은 아버지가 잠든 틈을 타서 몰래 꺼내 자주 봤다고 한다. 그 친구는 학부에서는 영문학을 전공했으나, 지금은 영화학 교수가 돼 있다.
개인적이 경험이지만 누구이건, 무엇이건 ‘통제’라는 방식은 더 이상 가능하지도, 유용하지도 않다고 생각을 굳히게 됐다. 그러나 수많은 기사들은 여전히 스마트폰이라는 단어와 함께 ‘위험’ ‘의존’ ‘치명적’ 등의 무시무시한 단어들과 함께 등장하고 있다. 영국의 미디어교육 전문가 버킹엄 교수는 “미디어 이용의 혜택과 위험 모두 증거가 빈약한 주장”(2021년)이라고 말한다.
이미 개인의 생활에 깊숙이 파고들어 있는 디지털 미디어. 태어나면서부터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세상을 편안하게 맞이하는 아이들. 이제는 ‘차단’과 ‘통제’를 이야기 하는 것보다 디지털 미디어 세상을 경험함으로써 얻게 될 기회와 혜택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이 필요하다. 못 보게 막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잘 보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또 이런 고민과 책임을 부모에게, 개인 이용자들에게만 맡길 일은 아니다. 유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유아교육 현장에서는 이에 대한 요구가 넘치고 있는데, 국가와 사회와 미디어기업이 답을 해야 할 차례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