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과 기술’의 만남… ‘현실과 가상’ 경계 허물다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에 “To Infinity, and Beyond”라는 대사가 나온다. 우주를 찾아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 가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최근 경기도의 한 공공기관이 가상인간을 내세워 ‘무한한 공간’으로의 도약을 처음으로 시도했다. 국내·외 인공지능(AI) 플랫폼을 활용해 가상인간 영상을 제작하고, 그를 통해 올 한 해 기관의 추진 사업을 소개한 것이다. 4차 산업혁명 ‘너머’ 5차 산업혁명이 거론되는 시대, K-컬처 산업을 선도하기 위해 파격적인 인사말을 전한 경기콘텐츠진흥원의 2023년도 구상을 살펴봤다.
■ 진부하고 뻔한 사업설명회, 이젠 안녕!
경기콘텐츠진흥원(원장 민세희·이하 경콘진)은 지난 14일 오후 유튜브를 통해 1시간20분 분량의 ‘2023년도 사업설명회’ 영상을 선보였다. 온에어, 타입캐스트, 스튜디오 D-ID, CANI 등 국내·외 4가지 서비스를 섞어 제작한 최초의 ‘가상인간 사업설명회’다. 그동안 지자체나 공공기관의 사업설명회가 다소 상투적으로 이뤄져 왔다면, 이번 설명회는 달랐다. 각 부서(팀)별 ‘특이한 캐릭터’들이 나와 2023년 경콘진의 주요 사업 등을 소개하는 식이었다. 이때 메인 MC는 민세희 원장의 ‘아바타’다.
사업설명회에서 민 원장은 “올해 경기콘텐츠진흥원은 문화경쟁력 K-컬처의 미래와 혁신을 선도하는 진흥기관으로서 ‘성장의 기회가 풍부한 경기도’, ‘문화·예술·여가가 일상이 되는 경기도’ 실현을 위해 총 164개 과제를 진행할 것”이라며 “경기도 콘텐츠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고 공익과 참여를 견인해 지속가능한 경영체계를 확립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사업설명회의 큰 주제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물다’로 정해졌다. 세부 주제는 ‘Part1: 장르의 경계를 허물다’, ‘Part2: 기술의 한계를 넘어서다’, ‘Part3: 지역에 콘텐츠를 더하다’ 등 세 가지로 나뉘었다. 구체적으로 ▲콘텐츠 산업 성장을 위한 기회 확대 ▲권역별 창작자·콘텐츠기업 발굴 및 육성 생태계 조성 ▲미래 산업 육성 및 기반 조성 ▲지속가능한 경영체계 확립이라는 4개 추진 전략을 가지고 'K-컬처 산업을 선도하는 콘텐츠 진흥기관'의 비전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다. 이 안에는 경콘진의 올 예산 440억원이 투입된다.
■ 숨은 작가·음악가 모여라…1년 내내 열리는 ‘콘텐츠 축제’
먼저 콘텐츠산업팀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경기국제웹툰페어’, ‘경기인디뮤직페스티벌’ 등 다채로운 사업을 이어간다. ISBN 기준 책 출간 경력이 없는 경기도민은 3월에 모집할 예정인 ‘경기히든작가’에 도전해 작가가 될 수 있고, 공연무대 및 제작 영상이 필요한 실력파 뮤지션은 4월에 ‘인디스땅스’에 참가해 음원을 유통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수원특례시 화성행궁에서 유료관객 8천941명을 모으며 성공적으로 데뷔한 ‘콘텐츠 디지털전환 축제-쿠키’도 올해는 시범사업이 아닌 정규사업으로 추진될 전망(10월)이다. 누구나 올 한 해를 책·음악 등 풍요로운 콘텐츠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 이들의 다짐이다.
■ 첨단기술의 결합, 그리고 지역과 연계한 신규 콘텐츠까지
문화기술산업팀은 ‘문화기술 콘텐츠 제작 지원사업’을 확대 추진할 계획이다. 인공지능, 블록체인, 실감형 기술 등 시장 성장기(혹은 성숙기)에 이른 첨단기술을 결합해, 사용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신(新) 콘텐츠를 발굴하겠다는 의도다. 이 사업의 지원 규모는 총 9억원으로 13개사가 대상이다.
또 지역과 연계한 문화기술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제작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경콘진은 연천군의 유네스코 지질공원인 재인폭포에서 '오르빛 재인폭포'라는 미디어 파사드 전시를 운영했는데, 올해 이 전시를 연장함은 물론 신규 콘텐츠를 추가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영상산업팀 역시 ‘경기도 시나리오 기획개발 지원’, ‘다양성 영화 제작 지원’, ‘경기 로케이션 촬영 지원’ 등에 박차를 가한다. 특히 오는 5월부터는 경기도 1인 크리에이터 교육지원'을 시작한다. 단기 과정(100명), 정규 과정(80명), 강사양성 과정(10명) 등을 통해 유튜브 콘텐츠 제작 및 채널 운영 등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자리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5월께 공개된다.
■ IP·영화·애니·음악…경기도 색 살린 신규 아이디어도
올해 새롭게 꾸려지는 사업들도 있다.
첫 번째는 경기도내 콘텐츠 IP를 보유한 기업이나 중소 콘텐츠 기업 등을 대상으로 하는 ‘K-콘텐츠 IP융복합 제작 지원사업’이다. IP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기반 조성 및 성장 기반 마련,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다. 인기 IP는 프로젝트 사업화로도 지원되며, 홍보·마케팅·시장 진출 등 부분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어 두 번째는 ‘K-콘텐츠 영화·영상물 제작 지원사업’이다. 경기도의 영화와 OTT 드라마 등 제작사가 대상이며 제작에 소요되는 제작비(인건비, 장소사용료, 장비·소품 등 이용액) 일부를 지원한다. 경기도내에서 전체 회차의 50% 이상을 촬영하려는 작품 등이 선발될 수 있다.
세 번째로는 ‘K-콘텐츠 애니 제작 지원사업’이 공개됐다. 경기도 소재의 애니메이션 제작사 또는 콘텐츠 기업, 창작자는 2023년 내에 제작을 마친 결과물 등을 통해 작품 제작비를 지원받는다. 이에 대한 공고는 오는 3월 게시될 예정이다.
끝으로 ‘K-콘텐츠 음악 제작 지원사업’을 통해서는 경기도에 연고를 둔 음악인들이 혜택을 볼 수 있다. 자작곡을 보유한 음악 콘텐츠 창작자는 디지털 음원 녹음 및 후반 음향 작업에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글로벌 유통사와 연계한 유통 및 홍보 지원 대상자가 된다. 이때 장르에 대한 제한은 없고 심사 선정 등은 4월께 이뤄진다.
■ “상상력과 기술 만나는 한 해 되길”
이외에도 2023년의 경콘진은 경기게임오디션 개최, 경기글로벌게임센터 운영, NRP기업 육성, XR 스튜디오 바우처 지원, 경기 VR·AR 제작 거점센터 구축 등 각종 사업을 펼친다. 아울러 경기도민 누구나 경콘진 내 동·서·남·북 권역센터별 여러 가지 콘텐츠 성장 지원책도 즐길 수 있다.
K-컬처 산업을 이끄는 콘텐츠 진흥기관으로서 콘텐츠 산업 환경이 더 공정해지고 단계적으로 성장하는 게 경콘진의 목표인 만큼, 이번 사업설명회도 ‘콘텐츠’로 돌아보고자 했던 발상이다.
민세희 경기콘텐츠진흥원장은 “지난해까진 조직을 재정비하고 새로운 도약의 시기를 다지는 한 해 보냈다. 검은 토끼의 해 2023년은 여러분의 상상력이 새로운 기술을 만나 더욱 무한하길 바라며 경콘진이 든든한 뒷받침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경콘진의 2022년도 주요 사업 성과 및 2023년도 가상인간 사업설명회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경콘진 홈페이지 내 자료집 및 유튜브 채널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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