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인천이 이산의 도시? 이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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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구 인천대 도시행정학과 겸임교수

인천경제청이 새 슬로건을 내놨다. ‘미래가 찾아오는 눈부신 도시(Brilliant Future, Luminous IFEZ)’다. 다소 길고 일면 진부하게 들리지만 전반적으로 역동적이고 희망적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경제자유구역이라는 자부심도 엿보인다. 이처럼 구호와 상징물, 디자인 따위를 특정 장소나 도시의 홍보에 활용하는 것은 도시브랜딩 전략의 일환이다. 도시브랜딩의 가장 큰 목적은 정체성(Identity) 구축이다. 그 도시만의 고유한 실체, 존재론적 본질을 의미한다.

 

그것은 축적된 역사와 경험에 의해 자연적으로 발현되는 것이지만 기존의 것을 대체할 필요가 생기거나 아예 그런 존재감이 없는 도시라면 의도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이 분야의 효시이자 하나의 전형이 된 ‘I ♥ NY’는 당시 뉴욕이 처한 최악의 실업률과 범죄율의 타개책이었다.

 

네오 나치와 인종차별이 극심하던 베를린이 ‘Be-Berlin(베를린이 되자)’이라는 일체감과 화합을 강조하는 캐치프레이즈를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처럼 도시 정체성은 일관성, 독특함, 차별성 등을 포괄하며, 이를 통해 시민들은 소속감과 자긍심을 갖고 관광객이나 투자자 등의 외부 고객들에게는 도시의 이미지를 심어주는 기능을 한다. 대부분의 도시 브랜드가 밝고 긍정적이며 역동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이유다.

 

드디어 인천에도 시립미술관이 생긴다고 한다. 만시지탄이지만 참으로 반갑고 고마운 소식이다. 시 정부에 의하면 이 미술관의 특화 콘셉트를 유대인들의 이산(離散)을 의미하는 ‘디아스포라(Diaspora)’로 잠정 결정했다고 한다. 인천이 다양한 문화가 충돌하고 어우러지는 문화적 혼종성의 도시라는 점에 착안한 결과라고 한다.

 

이곳 인천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이민선이 떠났고, 전쟁 통의 실향민과 산업화 시절 상경 노동자들이 많이 사는 도시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는 전언이다.

 

사실 인천과 디아스포라를 접목하려는 역사는 꽤 길다. 올해로 11회째 맞는 디아스포라 영화제가 대표적이다. 시립미술관의 정체성도 그 연장선상이 아닌가 싶다. 전문가들의 집단지성의 산물이니만큼 그 가치는 인정한다.

 

다만 일부 마니아들이 즐기는 영화제까지는 몰라도 미술관의 주인이 누구냐는 문제는 짚고 넘어가고 싶다. 시립미술관이니 그 주인은 의당 인천시민이 아닐까. 집도 거기에 살 주인의 철학과 이상을 담아 지어야지, 건축가가 살 집을 짓는 건 아니다. ‘이산’은 인천 역사의 일부일지언정 전부는 아니다.

 

배 떠난 연안부두가 인천의 전부는 아니라는 말이다. 더구나 인천은 초일류 미래도시를 지향한다.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되지만 그것이 현재를 옥죄고 그래서 미래의 걸림돌이 돼서도 안 된다. 다시 인천을 이야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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