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동산 살리기’… 새해 시장 전망은?
정부가 부동산 시장 살리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해 6월을 시작으로 하나 둘 규제를 완화하더니, 특히 지난 3일에는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 지역 규제를 푸는 파격적인 대책을 내놨다.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침체가 실물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 때문인데, 이 같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올해 얼마나 ‘먹혀들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 이에 본보는 새해부터 달라지는 부동산 대책을 살펴보고, 올해 부동산 전망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주
■ ‘1·3 대책’ 발표… 경기도 규제지역 모두 해제
정부가 서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와 용산구를 제외한 수도권 전 지역의 부동산 규제지역을 해제했다. 이에 따라 과천, 성남(수정·분당), 하남, 광명도 규제가 사라졌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3년 업무계획’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해당 계획에는 서울 강남·송파·서초·용산 4개 자치구를 제외한 모든 규제지역을 대폭 해제하고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크게 줄이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조치로 경기도의 마지막 규제지역으로 남아있던 과천, 성남(수정·분당), 하남, 광명에선 대출, 세제, 청약, 거래 등 집을 사고파는 모든 과정이 한층 자유로워졌다.
특히 그동안 청약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던 12억원 초과 중도금대출 제한, 분양가상한제 지역 실거주 의무, 전매제한 등이 폐지되거나 대폭 완화됐다. 전매제한은 5~10년에서 1~3년으로 줄었고, 2~3년의 실거주 의무와 중도금대출 보증 분양가 상한 기준도 폐지됐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오는 3월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해 즉시 시행할 계획이다.
■ 까다로운 청약 문턱 낮추고, 다주택자 중과세 사실상 폐지
올해부터 이른바 ‘줍줍’으로 불렸던 무순위 청약 시 ‘해당 지역 거주’ 요건이 폐지되며 까다로웠던 청약 문턱 역시 낮아질 전망이다. 기존에는 청약시장 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규제지역 내 청약 무순위 신청을 하기 위해선 해당 시·군에 살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무주택자면 어느 지역이든 참여할 수 있다.
투기과열지구 내 분양 아파트에 대한 추첨제도 확대된다. 규제지역 내 전용 60㎡ 이하 주택은 ‘가점 40%+추첨 60%’를, 60㎡ 초과 85㎡ 이하 주택은 ‘가점 70%+추첨 30%’로 추첨제 비율이 늘어난다. 또 생애 첫 주택 구입자의 세금 부담도 완화돼 소득과 집값에 무관하게 200만원 한도에서 취득세가 면제된다.
이와 함께 고가주택 보유자와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도 완화된다. 먼저 기본공제금액은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라가고, 1세대 1주택자의 경우에는 현행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조정된다. 또 2주택자 종부세 중과세율은 폐지된다.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 보유자는 일반세율 0~2.7%를 적용받는다. 과세표준 12억원이 넘는 3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중과세율을 적용 받지만 최고세율이 현행 6%에서 5%로 낮아진다.
■ 파격적 대책… 미분양發 시장 경색 예방 응급조치
부동산 침체 우려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건설업계에선 ‘미분양’을 가장 큰 악재로 꼽는다. 특히 올해는 미분양이 대폭 증가할 전망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5만8천27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4만7천217가구 대비 22.9% 급증한 것으로 한 달간 무려 1만가구 넘게 늘어났다. 이 같은 증가 추세가 이어지면 조만간 국토부가 ‘미분양 위험선’으로 판단하는 6만2천가구를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분양 급증은 집값 추가 하락 외에 자금력이 약한 건설사들의 연쇄 도산과 부동산 대출 부실화에 따른 금융권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경제 위기의 ‘뇌관’이다. 전문가들 역시 올해 미분양 아파트는 9만7천가구로, 전년 대비 약 4만가구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올해 일반 아파트 분양 물량 14만가구에 지역별 예상 분양률을 적용해 도출한 수치다.
건설업계 또한 미분양 아파트 증가로 인한 불확실성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부동산 정책 규제 완화로 주가가 상승했지만 반등에 한계가 있고, 미분양 아파트가 최고점을 달성한 후에나 주가 회복이 가시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 규제 풀었지만… 부동산 ‘훈풍’ 불까?
지난해 국내 부동산 시장은 역대급 거래절벽과 미분양의 여파로 혼돈 그 자체였다. 주택 매수 수요가 급감하면서 전국 집값은 결국 ‘대세 하락’으로 진입했다. 정부는 새해부터 대규모 규제 완화 정책으로 시장 경착륙을 막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금리 등의 여파로 올해도 거래 회복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것이 업계와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국토부 주택통계를 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전국 주택 매매량은 48만187건으로 전년 동기(96만1천397건) 대비 50.1% 줄었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19만587건)과 지방(28만9천600건)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58.4%, 42.5% 감소했고, 서울(5만3천163건)은 55.9% 하락했다.
유형별로는 아파트(28만359건)가 56.1% 감소했고, 아파트 외 주택(19만9천828건)은 38.1% 줄었다. 이러한 거래절벽과 미분양 사태로 인해 전국 아파트값은 역대 최장기간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기준 전국의 아파트값이 0.76% 하락하면서 34주째 하락세를 보였다. 이는 통계를 집계한 2012년 5월 이후 사상 최장기간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3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지만 금리 인상으로 인한 수요자들의 부담이 여전, 당장 거래 활성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문가들과 주요 연구기관들 역시 올해 전국 부동산 시장은 집값이 계속 하락할 것이라며 ‘대세 하락’에 한 표를 던지고 있다. 특히 미국 기준금리 상단 불확실이라는 외부요인을 규제 완화 같은 국내 정책으로 상쇄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수도권 아파트분양전망지수는 43.9로, 지난달보다 1.4포인트 하락했다. 100보다 낮을수록 분양 시장이 침체될 것으로 전망하는 건설사들이 많다는 의미인데, 이는 금리가 너무 높아 거래가 부담스러워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반면, 일각에선 ‘1·3 부동산 대책’이 결국 힘을 발휘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지금처럼 정책 변화가 곧바로 시장가격에 반영되지 않는 상황이 오히려 ‘규제 완화를 통한 시장 정상화’를 실행하기에 최적의 타이밍이라는 것이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이번 발표는 그동안 꼬여있던 주택시장을 조금씩 풀어서 정상적으로 작동하게끔 하기 위한 조치”라며 “급격한 규제 해제에 대한 부작용 우려도 있지만 지금이 시장에 타격(변화)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타이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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