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진 주차장 주의사항’ 무시... 고임목·돌 미사용 차량 수두룩 빙판길에 미끄러질까 ‘불안불안’... 전문가 “명확한 법 규정 절실” 道 “올해 안전 설비·정비 완료”
21일 오전 10시께 의왕시 오전동 경사진 골목길. 경사로 중간엔 ‘경사진 주차장 주의사항’ 안내판과 고임목함이 구비돼 있었지만, 일렬로 주차된 11대 자동차들 중 고임목 및 고임돌을 사용한 차량은 2대에 불과했다. 해당 골목은 어린이 놀이터 입구와 맞닿아 있고 인도가 따로 없어 보호자 손을 붙잡고 주차된 차량 옆을 지나가는 아이의 모습도 목격됐다. 동네 주민인 양윤주씨(33·여)는 “오늘처럼 길에 눈이 쌓여 있을 땐 차가 미끄러지는 등 혹시 모를 상황을 걱정하게 된다”고 불안해했다.
같은 날 수원특례시 경기도청 구청사 정문 앞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 정문 쪽 주차공간에는 미끄럼 주의 표지판과 고정형 고임목이 설치돼 있었지만 이를 이용해 주차한 차량은 15대 중 3대로 이용률이 20%에 그쳤다. 자동차 바퀴 주위에는 지난주부터 내린 눈이 녹지 않고 쌓여 있는 장면도 포착됐다.
일명 ‘하준이법’이 시행된 지 수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도내 경사진 주차장엔 안전장치 없이 주차된 차량으로 가득해 겨울철 시민들의 안전에 적신호가 켜졌다.
더욱이 하준이법으로 불리는 주차장법 개정안과 도로교통법 시행령은 ‘경사진’이란 모호한 조건을 내걸고 있어 관리 및 감독이 쉽지 않아 법의 취지가 무색해졌단 지적이 나온다.
이날 경찰에 따르면 도로교통법 시행령은 운전자는 경사진 곳에 주·정차할 경우 고임목 등을 사용하거나 조향장치를 도로의 가장자리 방향으로 돌려놔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사진 곳’은 주차제동장치가 작동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동차가 미끄러지는 곳을 의미한다. 문제는 해당 내용은 제각기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이를 준수하지 않아도 단속할 기준이 모호한 상황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법은 내용이 명확해야 하는데 해당 법령은 경사 각도부터 고임목의 개수, 종류 등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것 없이 모두 추상적”이라고 꼬집었다.
주차장법 개정안에 따라 경사진 주차장에 안내 표지판을 설치하고 고임목을 구비해 둬야 하는 지자체는 난처한 입장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도내 경사진 주차장은 308곳으로 확인되며 해당 주차장은 올해 말까지 모두 안전 설비 정비가 완료될 예정”이라며 “시민의 안전이 유의되는 곳은 관리 중이지만 경사진 곳은 주관적 판단이 가능해 다른 장소에서 관련 민원이 들어오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현장 여건이 제각각이라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을 세우는 건 어려운 문제”라며 “정기적으로 지자체에서 주차안전실태 조사를 실시 중이며 현수막 등을 통해 홍보하고 있다. 시민들의 행동을 끌어낼 수 있도록 지자체와 더욱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다빈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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