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소전서림’ 흰 벽돌에 둘러싸인 책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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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연 호원대 공연미디어학부 교수

누구나 한 번쯤 꿈꿔 봤을 상상 속의 서재가 있을 것이다. 드넓은 책장에는 순서에 맞춰 빽빽하게 꽂혀 있는 책들이 둘러싸고 그 시선의 끝은 적당한 따뜻함이 느껴지는 조도의 조명이 있으며 알맞은 사이즈의 책상과 부드러운 의자가 있는 서재. 그런데 이런 모든 것들이 갖춰져 있을 뿐만 아니라 몇 가지 특별함이 더해진 장소가 있다. 화이트톤의 감각적인 공간 구성과 더불어 흰 벽돌 문양이 4m가 훌쩍 넘는 천장을 감싸고 있고, 고급 인테리어 잡지에서나 만날 법한 가구가 즐비하다. 이와 더불어 미술관을 방불케 하는 프랜시스 베이컨, 윌리엄 켄트리지 작품과 같은 유명 회화 작품이 곳곳에 걸린 예술과 인문학 관련 책들만으로 정돈된 서재와 도서관의 융합, 바로 2020년에 개관한 청담동에 위치한 소전서림이다.

‘7.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타자의 생과 다른 세계에 이르는 길이라 그 공간은 익숙함에서 벗어난 공간이어야 한다.’ 소전서림의 공간개념에 대한 철학의 7가지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일상과 환상을 수차례 넘나들 것 같은 예술의 형태로 우리 일상의 한 공간으로 자리 잡은 이 공간은 어느 땐 프라이빗 서재같이 느껴지다가 어느 틈에는 예술도서관으로, 그리고 만남과 교류의 예술살롱으로 변모한다. ‘흰 벽돌에 둘러싸인 책의 숲’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공간의 뼈대를 이루는 내부와 더불어 건물의 외부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공수해온 흰색 특수 벽돌로 마감했고 스위스 건축가 다비데 마쿨로에 의해 정사각 큐브가 쌓아 올려진 형태로 지어졌다. 특히 소전서림은 약 4만권의 책 중에서 문학예술 관련 책만 3만권에 이를 만큼 예술도서관으로서의 의미가 크다. 그러한 이유로 필자에게 이곳은 도서관의 기능으로서 단순히 지식을 확장하는 곳보다는 미지의 보물을 찾을 수 있는 곳으로 인식된다.

한편 소전서림은 몇 가지 역설적인 부분에서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먼저 실제로는 개인적인 공간인 서재와 도서관은 공존할 수 없다는 점이 그렇다. 또 서울에서 가장 번화한 청담동에서 도심 속의 고요한 휴식처를 제공하기 위해 설계부터 일상과 유리된 공간을 지어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반대로 소통의 장을 구현하려 한다는 점도 그렇다. 편안함을 추구하지만 실제 소전서림의 분위기는 공간을 이용하는 이들로 하여금 굉장히 조심스럽고 차분하게 만든다. 이곳의 입구인 나선형 계단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예술의 곁에 다가가 예술을 실행하는 주체가 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익숙함을 벗어난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각자의 보물찾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소전서림의 책의 숲과 같은 도서관의 대공간뿐만 아니라 ‘예술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라는 뜻의 ‘예담’에서는 테마 전시, 강연, 공연과 낭독회 등의 이벤트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또 예술에 대한 논의와 원데이클래스가 열리는 ‘하오재’가 있으며 중정의 작은 야외공간 놀이터에서는 잠시 맑은 공기와 함께 쉴 수도 있다. 이 처럼 소전서림의 모든 공간이 의미 있고 특별해 보인다. 예술적 공간이 주는 영감으로 누군가는 오늘도 그곳에서 작품을 탄생시키고 있을지도.

박성연 호원대 공연미디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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