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한국 사회에서 도서관은 통념적으로 책을 빌려주거나 공부할 수 있는 공간 정도로 인식되곤 한다. 그러나 오늘날 도서관은 단순히 도서 대출 등에 그치지 않고 사회구성원의 다양한 활동을 보장하는 등 지역사회의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 내에서 다양한 활동을 제공하고 있는 평택지역 도서관의 여러 공간을 소개한다.
■ 도서관의 변신 ‘시민 사랑방’
지난해 6월 문을 연 평택시립배다리도서관의 독서당은 바쁜 일상으로 지친 시민들이 휴식할 수 있는 공간으로 넘쳐 난다.
독서당은 조선 세종 때 젊은 문신에게 휴가를 줘 오로지 독서에만 전념하게 하던 서재이자 관서를 말한다. 시는 시민들이 편안하게 쉬면서 책을 읽을 수 있길 바라는 뜻으로 이 같은 이름 붙였다.
이곳은 책 냄새 가득한 서가에서 책을 골라 원하는 자리에서 책을 읽는 이들부터 예쁘게 가꿔진 정원을 거닐다가 도서관 안 카페에서 차 한잔의 여유를 즐기는 이들까지 여러 시민이 이용하고 있다.
독서당은 휴게실, 강의실, 북카페로 구성돼 있다. 휴게실에서는 벽면 정원이, 북카페에서는 배다리생태공원이 사람들의 휴식을 더욱 즐겁게 한다. 특히 배다리도서관 본동 2층과 연결된 공간은 평택 배다리공원을 내려다보며 여유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장당도서관도 야외 테라스, 야외 중앙정원, 2층 내 쉼터 등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야외 테라스에서는 바람이 좋은 날 파라솔 밑이나 그네를 타며 친구, 연인,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리모델링 후 다시 문을 연 지산초록도서관 역시 부락산자락을 품은 야외독서덱(deck)을 새로 마련해 고즈넉한 공간에서 자연의 싱그러움을 만끽할 수 있는 휴식공간을 조성했다.
■ 음악·전시·영화 등 ‘문화의 오아시스’
도서관에서 독서 외에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고, 예술인들의 전시를 감상하거나 영화를 즐기는 등 문화를 향유할 기회도 마련하고 있다.
특히 리모델링을 거쳐 2020년 11월 재개관한 비전도서관은 1층에 ‘비전갤러리’를 조성해 매달 새로운 작가의 예술작품을 전시하고 있어 전시관을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또 배다리도서관의 ‘일상에서 만나는 예술 한 모금’, 안중도서관의 ‘우리 동네 아티스트’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도서관별로 예술작품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창작을 돕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점차 문화생태계의 소비자와 생산자의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과거 소비만 하던 대중이 이젠 글과 음악, 영상, 미술 등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도서관도 이 같은 변화를 반영해 일반인의 창작을 돕는 기능을 강화하는 중이다.
우선 배다리도서관과 비전도서관에선 블루스크린, 조명, 캠코더, 카메라를 갖춘 영상 제작실을 마련해 수준 높은 영상을 직접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안중도서관에는 웹툰창작체험관이 있다. 이곳에는 웹툰 제작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장비를 구비하고 있어 지역 청소년에게 인기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각양각색 디지털 서비스부터 해외 교류활동까지
도서관 PC 코너에서는 인터넷 사용이나 문서 작성 등 단순 업무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작업도 가능하다.
도서관 컴퓨터실에서는 웹 검색을 넘어 국가전자도서관 및 국회도서관 원문 서비스, 학술논문 데이터베이스(DB) 서비스 ‘디비피아’ 등을 통해 주요 논문 등을 검색할 수 있으며 스캐너와 복사기 등 장비도 이용할 수 있다.
또 프리미어, 에프터이패트, 일러스트레이터, 포토샵 등 전문적인 프로그램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3차원(3D)프린터를 활용한 메이커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시민들은 작품을 직접 디자인해 네임택, 키링 등 소품에서부터 보석함, 화분 등 실용적인 소품까지 나만의 입체 작품을 만들 수 있다.
배다리도서관에 마련된 ‘평택아메리칸 코너’는 한미 양국 간의 상호 이해를 기반으로 문화 및 혁신적 아이디어 교류, 기술 지향적 활동을 위한 공간이다. 주한 미국대사관과 한국 공공도서관의 파트너십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다양한 메이커 특강 및 체험, 미국의 메이커 무브먼트를 만날 수 있다.
시 관계자는 “이외에도 그림책놀이터 등을 통해 아이들이 마음껏 활동하며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마련해 놓았다”며 “도서관을 찾은 부모들끼리는 육아정보도 나누고, 강의를 들으며 더 나은 부모가 돼 가는 등 지역사회의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평택=최해영·안노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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