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곳곳에 ‘쓰레기 산더미’… 악취 풀풀·대형 폐기물 방치 행인들 곤혹 늘어나는 상가·다세대주택 ‘클린넷’ 처리 한계… 당초 부실한 계획이 원인
남양주시는 택지개발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면서 인구 100만을 바라보는 대도시로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별내동, 다산동 등 신도시를 중심으로 주거단지들이 집중되고 있다. 그만큼 생활쓰레기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지만 쓰레기 수거 방법 미비로 인근 주민들이 악취, 미관 저해 등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이에 본보는 남양주시 신도시인 다산·별내동 쓰레기 처리 실태를 점검했다. 편집자주
■무늬만 신도시…쓰레기로 주민 피해 호소
“말만 신도시지 쓰레기 도시와 다름없습니다.”
12일 오전 10시께 찾은 남양주시 다산동 카페거리. 인도 곳곳에는 쓰레기 더미가 쌓여 있었다. 많게는 인도를 아예 막아버린 쓰레기 더미에서는 악취가 마스크를 뚫고 들어왔다. 게다가 꼬인 파리떼가 행인들에게 달라붙어 행인들이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쓰레기 수거함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같은 날 오후 남양주시 별내별가람역 인근 상업단지. 이곳은 남양주지역의 유일한 쓰레기 수거 시스템인 ‘자동클린넷’을 도입했지만 클린넷 주변에는 수거되지 않은 종량제 봉투와 각종 무단투기 폐기물이 쌓여 미관을 해치고 있었다. 심지어 ‘대형페기물 투기 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었지만 냉장고 등 대형폐기물도 인도에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길고양이들이 음식물 봉투를 찢어 내용물을 먹는 모습도 포착됐다.
남양주시 다산동, 별내동 등 신도시에 방치돼 있는 쓰레기로 인해 인근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시에 따르면 남양주시 16개 읍면동의 생활쓰레기는 8개 대행업체가 새벽에 수거하고 있다. 이 중 별내 1곳, 다산 2곳 등 총 3개 업체가 맡아 수거 중이지만 낮에 배출되는 쓰레기들은 수거함이 따로 없어 인도에 장기간 방치되고 있다.
김정현씨(44·별내동)는 “길을 걷다 보면 널브러져 있는 쓰레기 등이 매번 보이는데 신도시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만큼 쓰레기로 인한 미관 저해 등의 문제는 시에서 신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시는 홍보물 제작 등을 통해 저녁에 쓰레기를 배출해 달라고 시민들에게 알리고 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쓰레기 수거차량이 크다 보니 낮에 수거할 경우 교통체증 등을 유발할 수 있으며 쓰레기수거함을 조성할 수 있는 공간도 부족하다”며 “쓰레기수거함 설치 시 무단 투기 문제도 있기 때문에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고질적인 민원 사항인 만큼 클린넷 주변에 버려져 있는 쓰레기 봉투를 업체 직원들이 직접 투입구에 넣고 수거하고 있는 등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도시계획에 빠져 있던 쓰레기수거함 조성…수요 예측 실패 지적도
남양주 신도시 조성 당시 도시계획에 공동 쓰레기함 조성은 논의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수요 예측에 실패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시에 따르면 별내신도시는 지난 2013년 관내 유일하게 자동클린넷을 도입해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자동클린넷은 생활쓰레기 자동처리 시스템으로 일반·음식물쓰레기를 투입구에 넣으면 1개 지하 관로에 흡입돼 집하장으로 분리 수거된다.
그러나 늘어나는 상가, 다세대주택 등으로 쓰레기 배출량이 증가해 한 대당 최대 330L를 저장할 수 있는 클린넷 주변에는 수거되지 않은 종량제 봉투와 각종 무단투기 폐기물이 쌓여 미관을 해치고 연쇄적으로 무단투기를 유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말 기준 남양주 시민 한 명이 하루에 배출하는 쓰레기양은 0.646㎏으로 별내동(8만234명)은 1일 52t의 쓰레기가 배출되고 있다. 즉, 시에서 관리 중인 클린넷 250대로는 하루 52t을 수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다산동의 경우 공동주택, 상업단지 등이 대거 들어서면서 공동 쓰레기함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클린넷 같은 시스템조차 없는 데다 인도도 좁아 공터 등에 성인 남성 키만큼 쓰레기가 쌓여 있어서다. 다산동(13만824명)은 1일 84t의 쓰레기가 배출된다.
게다가 다산신도시 조성 당시 공동쓰레기함 조성 계획 등은 논의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시 관계자는 “별내동에 설치된 클린넷이 부족한 건 사실이며 건물 등이 건립되면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라며 “다산신도시 도시계획 당시 늘어나는 인구 대비 발생하는 폐기물 처리 방안 등은 논의됐지만 쓰레기함 조성 계획 등은 애초부터 논의 대상에 빠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원순환종합단지 조성 시 양정동 소각장이 건립되면 주간에 쓰레기를 수거하는 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수거업체 “시민 의식 개선되야”, 시민단체 “직접수거제 도입 절실”
생활쓰레기 수거 업계에선 시민 의식이 개선되야 신도시의 고질적인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후근 남양주시생활쓰레기수집운반대행업체협회 회장은 “남양주시에서 이·통장, 부녀회 등 시민단체 등을 통해 주민들이 쓰레기를 밤에만 배출할 수 있도록 적극 홍보를 실시해야 한다”며 “홍보를 통해 시민 의식이 개선되면 자연스럽게 쓰레기로 인해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일은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시민단체에서는 직접수거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수연 별내발전연합회 사무국장은 “클린넷 투입구는 일반과 음식물로 나뉘어져 있지만 실제 수거과정의 관로는 혼류돼있다”며 “이에 관로 부식이 가속화 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관로가 막히거나 고장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같이 심각한 운영상태의 개선을 위한 대책으로는 직접수거제 전면 도입이 추진되야 한다”며 “현재 별내동 일부 주민들이 시범사업으로 직접수거제를 실시 중인데 효과가 눈에 띄고 있는 만큼 전면 도입 시 신도시 위상에 걸맞는 쾌적한 도시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양주=유창재·이대현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