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인도 없는 스쿨존 참사…경기도도 예외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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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와 차도가 분리되지 않은 수원특례시 권선구 서호초등학교 앞 통학로에서 11일 오전 자녀를 동반한 주민이 운행 차량을 피해 걷고 있다. 조주현기자

지난 9일 오후 3시께 수원 서호초등학교. 후문을 나와 인근 주거지역으로 가는 통학로에서는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차도 위로 걷기 시작했다. 학교 후문부터 대로변까지 800여m에 이르는 이 도로는 인도가 없는 보차도 미분리 지역이기 때문이다. 이곳을 지나는 차량은 도로 한편에 세워진 ‘거주자 우선주차’ 구역 차량들과 학생들을 피하며 곡예 운전을 하는 아찔한 장면을 연출했다. 휴대폰 화면을 보며 걷던 한 학생은 눈앞에서 경적을 울리는 차량을 보고 화들짝 놀라며 주차된 차량들 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같은 날 안양 나눔초등학교 인근도 마찬가지. 학교 정문 옆길 도로 위에는 ‘어린이 보호구역’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지만, 아이들이 다닐 수 있는 인도조차 없어 ‘어린이 보호구역’이라는 본연의 의미가 퇴색된 모습이었다. 인도가 없는 도로는 100m 가량 이어졌는데, 도로 위로 차량들이 연이어 들어서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도로를 따라 인근 주거 상가단지로 뛰어들어가는 학생들의 모습도 종종 포착됐다.

최근 강남 인도 없는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며 사회적 문제가 된 가운데 도내 학생들도 인도 없는 통학로 탓에 보행 안전을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도교육청에 따르면 도교육청은 매년 관내 학교의 통학 환경 취약도를 조사하고 있지만, 각 지자체 등에 개선을 요구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학교 주변에 인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뚜렷한 법적 기준이 없어서다. ‘보차도 미분리 지역’이 포함된 통학 환경 취약 학교는 도내 360개(올해 7월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상황에도 인도를 조성하는 관할 구청 등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인도를 만들기 위해선 관할 주민과 경찰 등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해당 통학로가 거주지역이거나 개인 사유지일 경우 시작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해당 도로들의 위험성에 대해선 인지하고 있으나, 인근 주민들의 협조를 받기도 어려운 데다 근처에 건물이나 전봇대가 있거나 도로 폭이 좁은 경우에는 보행로 설치 자체가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행정기관은 개선 의지를 가지고 어린이들의 보행 안전을 위한 스쿨존 도입의 본래 목적을 생각해야 한다”며 “등하교 시간 차량 통행 제한이나 볼라드(안전바) 설치 등 여러 대안이 있다. 학생들의 안전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시설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지난 4년(2018년~2021년)간 도내 어린이 보호구역에서는 교통사고 365건(초등학생 기준) 일어나 379명이 다치고 2명이 숨졌다.

윤현서·한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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