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영화에 관한 본질적 질문이 시사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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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충범 한국영상대 영화영상과 교수

지지난주 토요일인 11월 26일, 동국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서 색다른 학술대회가 개최됐다. 한국영화학회의 창립 50주년을 맞이하여 기획된 이 행사에서는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국내외 총 24인의 발표자가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통해 각자의 견해를 소개했으며 이에 대한 질의응답이 뒤따르기도 했다. 한국에 있는 영상(학) 관련 학회 중에서도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영화학회 창립 5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영화의 정체성을 둘러싼 ‘대토론회’가 펼쳐진 것이다.

영화학을 전공하는 연구자들이 모인 뜻깊은 자리에서 영화에 대한 가장 단순하고 원초적인 물음이 화두를 장식하게 된 데에는, 관련 기술의 발달과 산업 환경의 변화로 대변되는 최근의 동향이 그 배경으로 자리한다. 단적으로, 오랫동안 필름(film)을 매개로 해왔던 영화의 제작과 유통은 2000년대 이후 디지털화됐고, 2020년부터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OTT(Over The Top) 서비스가 급속히 확산됨에 따라 영화관(cinema)이라는 전통적 상영 공간이 상당 부분 온라인으로 대체됐다. 더불어, 영화/텔레비전 제작물/비디오용 영상물 등으로 구분됐던 매체별 영상 콘텐츠 간의 경계 역시 차츰 허물어져가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영화에 관한 본질적 질문, 즉 영화의 개념과 범위를 둘러싼 일차원적 의문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음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도 하겠다. ‘필름’과 ‘시네마’, 혹은 ‘무비(movie)’로 일컬어져온 영화가 자신의 이름에 부합하지 않을 정도로 급격하고 거대하게 의미 변화와 범주 확장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학계에서는 (타 매체와 구별되는) 영화(고유)의 특성을 중시하거나 그것을 해체시키는 작업을 통해 영화를 둘러싼 근본적 질문을 향한 답변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명쾌한 해법이 제시되거나 의견의 일치가 이루어지는 경우는 찾아보기 쉽지 않으며, 오히려 논의가 거듭될수록 영화의 정체성을 구명하는 데 혼돈이 가중되는 양상이 전개되기까지 한다.

기실 130여년에 이르는 세계 영화사에서 테크놀로지의 발전은 늘 있어왔다. 예컨대, 19세기 말 탄생 과정에서 영화는 1분 남짓의 흑백-무성 필름으로 촬영된 영상물의 형태로 여러 편의 프로그램에 포함되거나 단편으로 구성되어 극장 및 야외 공연장에서 영사기를 통해, 또는 별도의 실내 공간에서 1인용 기계 장치 등을 통해 대중들 사이로 파고든 바 있었다. 이후 영화는 장편화, 유성화, 컬러화를 거쳐 디지털화됐고, 텔레비전, 비디오, 인터넷 매체 등과 경쟁 관계에 놓이기도 했다.

주목되는 바는, 그 과정에서 영화를 둘러싼 재고찰과 재규정을 위한 사람들의 노력이 동반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의 흐름은 여느 때보다 영화에 대한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현 시점으로도 이어진다. 혼란의 당사자 및 노력의 주체는 누구인가? 바로 사람(人間)이다. ‘인간’의 세계를 “반영하여 그린다”는 점에서 ‘영화(映畫)’라는 명칭에 수용된 본질적 성격 역시 궁극적으로는 사람에게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영화에 관한 본질적 질문이 시사하는 것은, 결국 인간 스스로가 이에 대한 명확한 답안을 내놓으리라는 상당히 중요한 사실 그 자체라 할 만하다.

함충범 한국영상대 영화영상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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