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끝날지 모르는 파업에 하루하루가 지옥입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파업이 8일 차에 접어들면서 공사현장 일용직 근로자들과 인근 식당 주인 등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
1일 오전 8시께 의왕시 상동의 한 공사장. 평소라면 공사가 막 시작돼 근로자들이 분주한 시간을 보내야 하지만 6명의 일용직 노동자들은 현장 사무실 안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화물연대가 파업에 돌입한 후 콘크리트의 공급이 끊겨 이틀째 공사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용직 노동자 정석준씨(가명·44)는 하루 아침에 실업자 신세가 됐다. 그동안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 지인 등 6명으로 이른바 ‘공구리팀’을 꾸려 겨우 일감을 따낸 것도 잠시,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밥줄이 끊겨버린 것이다. 당장 모은 돈이 500만원도 안 된 상황에서 이씨는 막막한 생계에 대출까지 받을 고민을 하고 있다.
파업의 여파는 공사 현장 인근의 식당에도 미쳤다.
이날 정오께 용인특례시 처인구 아파트 공사 현장 인근의 식당가는 적막감만 가득했다. 손님이 없어 문을 닫는 등 식당들이 개점휴업을 이어간 것이다. 이곳에서 1년 가까이 한식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김금순씨(66·여)는 “평소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점심과 저녁마다 가게를 찾아왔다. 한 테이블당 10만~15만원씩 먹고 가 생활에 큰 문제가 없었는데 3~4일 전부터 손님이 ‘뚝’ 끊겼다”며 “장사 자체가 안 돼 문을 닫고 건물 청소와 같은 소일거리라도 찾을 생각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주유소 업계 관계자들 역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의 한 주유소엔 지난달 30일 오후 2시부터 휘발유가 품절됐다. 이 때문에 해당 주유소 대표는 피눈물을 머금고 찾아오는 손님을 그냥 돌려보내야 했다. 주유소 대표인 이상준씨(가명·54)는 “휘발유가 공급되지 않아 매출이 반토막으로 줄어들었다”며 “오늘 새벽 겨우 배송차량을 수배해 휘발유를 공급받았지만 또 언제 공급이 끊어질지 모른다”고 불안한 기색을 내비쳤다.
이처럼 파업의 장기화로 시민들의 실생활까지 영향을 끼치자 정부는 화물연대의 정상 업무 복귀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화물연대의 무기한 집단 운송거부 등 조직적으로 연대투쟁에 나서는 것은 국민 일상생활과 경제를 어렵게 만들어 노동자들의 피해로 귀결될 수 있다”며 “화물연대는 운송거부를 즉각 철회하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달라”고 당부했다.
김은진기자·서강준·황남건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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