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역·광명 소하동 판자촌 일대 등 도내 곳곳 벌써부터 추위와의 전쟁 고물가에 올해 ‘사랑의 연탄’도 줄고...내일 최저기온 ‘영하 7도’ 본격 한파 노인·장애인·노숙인 등 혹한기 예고
“하루에 연탄 한 장도 아까워요. 춥지만 버텨야죠…”
28일 오전 6시30분께 찾은 수원역 일대. 역사 안에서부터 지하주차장까지 이어진 통로 구석 한 켠에는 10여명의 노숙인 무리가 찬 바람을 피해 이곳으로 모여 넓게 핀 박스 한 장 위에 몸을 웅크리고 자고 있었다. 한 노숙인은 열린 유리 문으로 찬 바람이 들어오는지 자다 깨기를 반복하며 모자를 고쳐 쓴 후 기둥 뒤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오전 7시가 되자 노숙인들은 저마다의 자리를 정리하며 수원 정 나눔터 앞에 긴 줄을 이었다. 거리 생활 5년 차에 접어든다는 김범석씨(57·가명)는 “오늘같이 날이 추워지면 몸에 열을 내기 위해 최대한 늦게까지 돌아다닌다”며 “이번 겨울은 더 두꺼운 박스를 찾아 헤매야 한다”고 말하며 급하게 자리를 떴다.
같은 날 광명시 소하동의 한 판자촌 일대. 재활용시설 바로 옆 20여명의 주민들이 자리를 잡은 이곳은 비닐과 폐그물, 스티로폼, 슬레이트로 된 집이 빼곡하게 줄지어 있었다. 화목보일러와 연탄을 사용하는 듯 아궁이와 연탄이 곳곳에 쌓여 있었으며 판자촌 지붕 위는 스며들어 오는 강풍을 막고자 슬레이트를 겹겹히 쌓아 놓고 그것도 모자라 돌까지 덧대며 추위와의 힘겨운 전쟁에 여념이 없었다.
이곳 주민들은 지난해 사랑의 연탄 등 여러 봉사단체로부터 500여장의 연탄을 지원받았었지만 올해는 물가 상승으로 연탄을 100~200장 정도 적게 지원받았다.
이혜옥 할머니(75·가명)는 “지금부터 3월까지 연탄 300장으로 버텨야 한다. 하루에 한 장도 아까워 밤에만 겨우 연탄을 뗀다”며 “올해 지원 받은 연탄을 아껴써도 3월까지 턱 없이 부족하다. 수술한 팔도 쓸 수 없어 일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언제 또 지원을 받을 수 있을런지…”라며 한숨을 내쉬며 말을 흐렸다.
30일부터 최저기온이 영하 7도까지 떨어지며 본격적인 한파가 예상된 가운데 도내 취약계층이 겨울나기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취약계층은 장애인 등 건강 취약계층 15만명, 취약노인 6만833명, 거리·시설 노숙인 799명 등 총 21만4천여명으로 집계된다.
이런 가운데 고물가·고금리의 장기화로 취약계층에 대한 도움의 손길마저 줄어든 탓에 이들은 평소보다 더욱 힘겨운 겨울나기를 보내야 하는 실정이다.
이에 경기도는 이달부터 3월까지 취약계층 지원 중점기간으로 두고 순찰, 응급 잠자리, 생활 지원사로 안부 확인, 방문건강관리 등으로 도내 취약계층을 집중 관리할 계획이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의료, 돌봄, 주거 등이 확실하게 보장돼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며 “특정 계절, 단기간에 지원을 하는 응급처방이 아닌 정부와 지자체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을 발굴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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