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생태계 위협받는 ‘갈대습지 두 얼굴’

호우때마다 인근 공사장서 유입... 물 제대로 공급 안돼 ‘녹조현상’
‘유입 토사’ 안산은 걷어내고 화성은 방치… 지역따라 관리 제각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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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인공습지인 안산갈대습지에 인근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토사가 유입된 가운데 안산시 관할 습지는 준설작업을 마쳐 제모습을 찾았으나(왼쪽), 화성시 관할 구역은 토사가 쌓인 채 방치돼 있어 습지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김시범기자

국내 최초 인공습지인 안산시 상록구 사동 안산갈대습지에 인근 공사현장서 발생한 토사가 유입돼 쌓여 있어 시화호 수질 개선 취지를 무색케하고 있다.

특히 안산시가 관할하는 습지는 최근 준설작업을 통해 토사를 걷어냈지만 화성시가 관할하는 습지는 그대로 쌓인 채 방치되고 있어 습지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15일 오전 10시30분께 안산에 국내 최초로 인공습지로 조성된 습지 상류의 고습지(高濕地:High Moor) 지역. 이곳에는 최근 2년간 호우 때마다 경기도가 인근에 조성 중인 경기가든 등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각종 토사 및 흙탕물 등이 배수로를 타고 유입되면서 모래 운동장을 방불케 하고 있었다. 이처럼 습지 상류에 평균 1.5m 높이로 토사가 쌓이면서 하류에 물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녹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안산시의회 박태순 의원은 “시화호 수질 개선을 위해 조성된 습지 하류에 물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습지의 존재 이유가 퇴색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해당 습지는 국내 최초로 시화호 수질 개선을 위해 지난 1997년 한국수자원공사가 반월·동화·삼화천이 합류하는 시화호 상류 103만여㎡에 사업비 268억원을 들여 2002년 5월 개장했다.

이후 2014년 4월 관리 주체가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안산·화성시로 이관돼 안산시는 갈대습지(규모 39만5천685㎡), 화성시는 비봉습지(64만1천815㎡) 등으로 부르고 있다.

그러나 지난 6월 시간당 45㎜가량의 폭우가 쏟아지는 등 최근 2년간 집중호우 등으로 인해 인근 경기가든 등지에서 발생한 토사가 습지와 연결된 배수로 6곳을 타고 습지 내 고습지 지역으로 유입돼 평균 1.5m 높이로 쌓인 채 방치돼 왔다.

이에 안산시는 경기가든을 조성 중인 경기도에 요청해 지난달 16일부터 2주일에 걸쳐 중장비를 동원해 준설작업을 실시했다.

반면 화성시의 경우 습지 상류에 유입된 토사를 준설하지 않은 채 방치하면서 반월천에서 펌핑된 용수가 고습지 하류에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다. 이 떄문에 안산시 구간에서 준설작업을 하며 발생한 부유물 및 흙탕물 등이 그대로 습지 내에 쌓여 일부 지역의 경우 녹조현상이 나타나는 등 습지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

화성시 관계자는 “습지에 유입된 토사가 퇴적된 부분에 대해선 현장을 확인한 뒤 환경재단 측과 습지 하류에 물이 순환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안산시의 경우처럼 경기도에 준설할 수 있도록 사업비를 요청하는 것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관리 소홀’ 고통받는 갈대습지... 보전해야 할 자연자원

안산갈대습지(이하 습지)는 한때 오염의 대명사처럼 불렸던 시화호의 수질 개선을 목표로 조성된 국내 최초의 인공습지다.

총 270억원에 육박하는 예산을 투입해 인공으로 습지를 조성해야 할 만큼 당시의 상황은 절박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안산시 상록구 사동에 위치한 습지는 한국수자원공사가 지난 1997년 첫 삽을 뜬 뒤 10년 가까운 공사 기간을 거쳐 완공했다.

시화호 상류에 103만㎡ 규모로 조성된 습지는 당초 ‘시화호습지공원’으로 불렸으나 지난 2014년 4월 관리 주체가 수자원공사에서 안산시와 인근 화성시로 나뉘어 이관되면서 각각 ‘안산갈대습지’와 ‘비봉갈대습지’로 이를 관리하는 지자체별로 명칭을 달리해 지금까지 불리고 있다.

지난 1994년 물막이 공사를 끝으로 모습을 드러낸 담수호인 시화호는 제대로 정화되지 않은 공장 오폐수와 생활하수 등이 유입되면서 농업용수의 기준치인 화학적 산소 요구량(COD)이 8ppm을 넘어 평균 17.4ppm를 기록하는 등 수질이 급격히 악화돼 물고기가 폐사하는 등 생태계 파괴 논란으로 이어지면서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감사원의 감사가 이뤄졌으며 감사 결과 곳곳에서 관리·감독 소홀과 부실 시공 및 운영 등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 지탄을 받기에 이르렀고 시화호를 살리자는 목소리로 이어졌다.

하수처리장 증설과 배수갑문을 통한 해수 유통 등의 대책이 나왔고 시화호 상류에 인공 습지를 조성하자는 데 이르게 됐다.

총 268억원을 들여 조성된 습지는 시화호 상류 반월·동화·삼화천 등지에서 시화호에 유입되는 오염수를 자연정화 방식으로 처리해 시화호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조성됐다.

그러나 지난 6월 시간당 45㎜가량의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경기도가 습지 인근에 조성 중인 ‘세계정원 경기가든’ 공사현장에서 많은 양의 토사와 흙탕물이 습지로 유입되는 등 최근 2년 동안 습지에 비가 오면 토사 등이 흘러들어 몸살을 앓고 있다.

더욱이 습지 상류에서 펌핑한 하천수를 습지 내 고·저습지(高·低濕地)로 보내 자연 순화 정화 방식으로 시화호로 흘려 보내고 있으나 화성시 관리구역인 고습지 상류에 쌓인 토사가 지금까지 방치돼 고습지에 유입된 물이 하류 지역으로 흘러가지 못하고 있다.

반면 안산시는 지난 6월 경기도에 요청해 관리지역 내 습지로 흘러든 토사를 준설했다.

시는 준설토를 한데 모아 철새 쉼터와 관찰 시설 등으로 사용할 방침인데 준설 과정에서 발생한 흙탕물 등 부유물이 고습지 상류에 방치된 토사로 인해 물이 순환되지 않고 있어 습지의 생태계가 위협받는 등 습지 조성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현재 습지에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2급 야생동물인 삵을 비롯해 천연기념물 제330호로 지정된 멸종위기 1급 야생동물인 수달 등도 서식 중이며 겨울이면 다양한 철새를 관찰할 수 있는 공간으로 우리가 지키고 보전해야 할 중요한 자연자원이 됐다.

시화호 지킴이 최종인씨는 “갈대습지는 조성 목적이 분명한 만큼 외적인 요인과 인간의 간섭 등으로 더 이상 생태계가 위협받지 않도록 함께 지켜야 할 보고(寶庫)”라며 “습지가 위치한 안산시와 화성시가 관할을 따지지 않고 협력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산=구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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