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교권 바로 세우고... 교원 권익신장 힘 쏟겠다”
13년 만에 보수 성향의 교육감이 당선되면서 경기교육이 대변혁의 시기를 맞았다. 그동안 학생인권 강조로 교권침해 문제는 점차 심화됐고, 학교 업무 재구조화, 교원감축 등 경기교육계의 현안들이 하나둘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백년대계라고 불리는 교육계가 연일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경기일보는 도내 교원들의 사회적·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해 힘쓰고 있는 주훈지 경기도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경기교총) 회장을 만나 경기교육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Q 취임한 지 1년이 넘었다. 그동안 활동하면서 거둔 성과와 소회가 있다면.
A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와 집합 금지로 인해 활동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지지해 주시고 성원해 주시는 회원 선생님들의 호응에 힘입어 맡은 바 소임을 충실히 수행해 나갈 수 있었다.
경기교총은 지난해 교권보호를 위해 교권변호사 채용, 280여건의 교권상담을 진행했고, 소송비도 7천400여만원을 지원하는 등 교권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정책적으로는 중복된 군경력 환수조치 중단, 영전강 지원조례 철회, 4단계 스쿨넷 사업 교육지원청 이관,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에 학교장 제외라는 결과를 이끌어 냈으며 최근에는 학생생활지도법안 국회 발의를 실현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계속해서 쏟아지는 불합리한 교육정책들과 부당한 교권침해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보다 적극적으로 힘을 모아야 함은 분명하다. 선생님들의 소중한 교권이 보호받고, 권익이 더욱 신장될 수 있도록 남은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할 것이다.
Q 지난 7월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취임하며 13년 만에 경기교육에 변화가 찾아왔다. 임 교육감과의 협력 구상이 있다면.
A 무분별한 각종 사업의 학교 유입, 실질적인 학생생활지도권 부재, 노노 간의 갈등 등으로 선생님들이 권익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각종 교육정책들도 입안 단계에서부터 선생님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고, 교육청 내 핵심 주요 부서에도 선생님들이 참여할 수 있는 조직구조가 갖춰져 있지 않아 교육 중심의 행정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최근 경기도의회에 제출된 도교육청의 행정기구 설치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은 사전에 교육현장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유감스럽다. 조직개편은 기존 소관 사무의 단순한 이관이 아니라 교육 중심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개편돼야 하는데 이번 개편안은 문제가 많다. 학교와 교육청은 행정기관이 아닌 교육기관인 만큼 어떤 경우에도 주객이 전도돼 교육이 행정을 위한 들러리로 전락해선 안 된다. 임태희 교육감이 이번 조직개편안에 대한 근원적 성찰을 통해 교육전문직원 중심의 조직 구성과 인력 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교총은 잘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적극 협력하고, 잘못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날카로운 비판과 대안 제시를 통해 건설적인 협력자적 관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다.
Q 교육현장에서 교권침해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데, 교권보호에 대한 대책이 있다면.
A 경기교총이 파악하고 있는 최근 5년간의 도내 교권사건은 2017년 161건에서 지난해 321건으로 점증하는 추세다. 발생 원인은 학생·학부모의 (폭언·폭행·협박 등) 부당한 행위가 전체 교권사건 중 과반수 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경기교총에 접수돼 처리된 공식적인 통계일 뿐이며 실제 경기도내 학교에서 발생하고 있는 교권사건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현실적이고 핵심적인 사안만 말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교권보호에 관한 인식개선이다. 교권침해는 중대한 범죄행위라는 인식을 갖고 교육청과 학교는 교권사건을 당한 선생님 입장에서 진상조사부터 법적소송까지 적극적으로 개입해 사건을 해결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둘째, 학교교권보호위원회의 교육지원청 이관이다. 학교교권보호위원회에 안건이 상정됐을 때는 이미 정상적인 대화를 통한 해결이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를 학교 내 교권보호위원회에서 해결하라고 하는 것은 출발선상에서부터 자체적인 한계를 내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학교교권보호위원회를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해 결정사항을 강제할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셋째, 경기도교권보호지원센터 내실화다. 도내 3곳에서 운영되고 있는 경기도교권보호지원센터가 보다 내실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변호사, 상담사 등 전문인력과 예산 지원을 강화할 필요하다가 생각한다.
넷째, 학생 생활지도권 강화다. 학생의 과격한 문제 행동 발생 시 교사와 학교가 강력하게 대응할 수 있는 현실적 방법이 전무한 상태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생생활지도권을 강화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Q 지난해 말 경기교육을 반으로 나눈 ‘학교 업무재구조화’ 시범 사업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A 지난 수십년간 돌봄업무, 정보화기자재 관리업무, 각종 안전훈련 업무, 시설보호업무 등 교육과는 관련이 없는 많은 업무들이 교원들에게 전가됐고 결과적으로 선생님들이 해당 업무를 처리하느라 교육에 전념하지 못함으로써 학생 교육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지난해 도교육청에서 이를 해결해 보고자 학교 업무재구조화 사업을 추진했으나 행정 직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용두사미로 전락한 상황이다. 우리 교육계는 진지하게 이 문제에 대해 머리를 맞대어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생님이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임태희 교육감 체제에서 반드시 조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지원청과 학교행정실을 교육중심의 지원조직으로 재구조화할 필요가 있다.
우선 교내 갈등이 심각한 학교 공통업무를 추출해 교육지원청 내 학교지원센터에서 이를 전담해 담당하도록 하고,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하기 어려운 성격의 행정업무는 학교 행정실에 인력을 증원, 이를 전적으로 담당하게 함으로써 해묵은 업무 갈등을 근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교육 당국에서 교사들에게 인공지능(AI), 미래교육 등 다양한 역량을 요구하고 있다. 변화하는 교육현장에서 교사들에게 필요한 정책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A 지금 4차 산업혁명이란 문명사적 대전환의 물결이 전 세계적으로 거세게 일고 있다.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정보통신의 유기적 융합으로 산업구조가 새롭게 재편되면서 현재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65%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은 새로운 직업을 갖게 될 전망이라고 한다. 미래학자들은 이러한 변화의 물결에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창의성을 바탕으로 학생 개개인의 특성에 맞게 독창성을 극대화하고 다양화할 수 있도록 교육체계를 개혁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렇듯 전 세계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급변하고 있다. 과연 우리 선생님들도 그에 걸맞게 스스로의 경쟁력을 강화해 다가올 미래의 시대에 대비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자문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교육 당국은 이러한 시대사적 흐름에 선생님들께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관련 연수 프로그램을 강화해 미래지향적인 전문성을 함양할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
Q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이루고 싶은 점이 있다면.
A 앞에서 말씀드린 모든 사안을 현실에서 구현하기 위해서는 힘이 있어야 한다. 교원단체인 경기교총의 힘은 회원 수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저는 남은 임기 동안 경기교총의 회세 확장에 총력을 기울이고자 한다. 물론 현실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퇴직자 수 증가, 신규교사 임용 수 감소, 교원단체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 젊은 교사들의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으려는 개인주의적 성향, 교육청의 학부모 위주의 정책 추진 등을 주요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는 교육부에 학급당 학생수 감축을 통한 교원증원 요구, 교원단체의 필요성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책 발굴 및 추진, 젊은 교사 취향에 맞는 맞춤형 정책 개발 등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저는 무엇보다도 교원의 권익보호와 부당한 정책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교권을 확실히 옹호해 부당한 교권침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원들을 경기교총이 끝까지 책임지고 보호하며, 부당한 교육정책에 대해 속시원히 대변하고 신속히 해결책을 마련한다면 선생님들의 강한 신뢰 속에 반드시 회세는 확장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김경희기자/사진=조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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