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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다시보기] 33. 의왕향토사료관
정치 2022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다시보기

[2022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다시보기] 33. 의왕향토사료관

여기가 왕이 될 곳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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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시장에서는 기증유물전 ‘이씨 할아버지가 살았던 옛날에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일제강점기부터 1990년대까지 의왕 지역의 생활상을 만날 수 있다. 윤원규기자

청계산·백운산·모락산과 백운호수와 왕송호수를 품고 있는 의왕시는 과천·안양·군포·화성·수원·성남과 이웃하고 있다. 내손동과 학의동, 부곡동에서 고인돌과 민무늬토기편이 발견됐으니 역사가 오랜 도시가 분명하다. 서해안과 가까운 한강유역에 위치해 삼국시대부터 각축을 벌였던 지리적 요충지였다.정조가 화성의 현륭원을 참배할 때 사용하던 사근행궁지에 의왕시청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의왕’이란 이름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일제강점기인 1914년 행정구역을 개편할 때 광주군 의곡면과 왕륜면을 통합하면서 ‘의왕’이란 이름이 생겨났습니다. 당시 수원군에 속했던 의왕면은 이후 화성군과 시흥군에 속하기도 합니다. 인구가 급증한 1980년에 읍으로 승격되고, 1989년 1월에 의왕시로 승격됐습니다. 한동안 의왕시(儀旺市)로 썼으나, 역사적 고증을 거쳐 2007년에 ‘의왕시(義王市)’로 한자를 바꾸었지요” 2007년 의왕 향토 사료관 을 개관할 때부터 함께 해 온 서영진 학예연구사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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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왕향토사료관은 2007년 의왕시 중앙도서관 책마루에서 시의 역사와 문화, 관련유물을 보존, 연구하기 위해 개관됐다. 사료관이 위치한 도서관 전경. 윤원규기자

■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박물관

의왕향토사료관이 소장하고 있는 유물은 총 4천507점인데, 기증유물과 기탁유물이 구입유물이나 기타유물, 국가 귀속유물보다 더 많다. 이러한 유물을 바탕으로 매년 다른 주제로 기획전을 열고 있다. 현재 열리고 있는 ‘이씨 할아버지가 살았던 옛날에는’은 어떤 주제를 가지고 있을까? “‘이씨 할아버지’는 세종대왕의 넷째아들 임영대군의 후손으로 내손동 능안마을에 거주하시던 이택 선생님을 말합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이 선생님이 기증하신 유물이 1천733점이나 됩니다. 이택 선생님의 부친 이기호씨는 의왕면장을 지낸 분으로 의왕의 근현대사를 살펴볼 수 있는 자료를 정말 알뜰하게 모으셨어요” 설명을 듣고 살펴보니 흥미로운 전시물이 여러 점 눈에 띈다. 

1955년에 발행한 이기호의 부친 이종협의 ‘경기도도민증’은 4면으로 되어 있다. 이기호씨가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사서로 근무했음을 알려주는 신분증명서 발행일은 단기 4280년(1947) 1월 1일이다. 1936년에 작성된 이기호의 경성공립전수학교 성적표도 있다. 이기호씨의 신원진술서와 공무원인사기록카드, 공무원증, 직원주소록까지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한 개인의 사소한 물건이지만, 세월이 흘러 이제는 한 시대와 한 고장의 역사를 생생하게 증언해주는 유산이 된 것이다. 1991년에 발행한 ‘의왕신문’도 마찬가지다. “열심히 찾아봤는데 딱 한 장 밖에 구하지 못했어요.” 불과 30년 전의 신문이지만, 시흥의 과거를 알려주는 더없이 소중한 유산이다.

2007년 개관부터 2022년 현재까지 진행된 소장품전과 기획전을 통해 의왕향토사료관의 소장 자료와 활동 내용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처음으로 기획한 ‘청풍김씨 김준영 기증유물’(2008)과 ‘수성최씨 최봉준 기탁유물(2009)’은 의왕향토사료관이 기증유물을 바탕으로 설립되었음을 보여주는 기획이다. ‘금석문 탁본전(2010)’, ‘청동기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2010)’, ‘옛 문서를 통해 본 선조들의 삶과 문화(2011)’, ‘포일동 출토유물전(2012)’, ‘타임머신 타고 떠나는 보물찾기(2013)’, ‘땅 속 유물 이야기(2014)’, ‘기차타고 알아보는 철도이야기(2015)’, ‘의왕-구석기부터 근현대까지(2016)’, ‘옛날 의왕지역의 사람들은 어떤 책을 읽었을까?(2017)’, ‘선사시대?! 역사시대?!(2018)’, ‘도룡마을 수성최씨 이야기(2019)’, ‘의왕의 청동기시대(2020)’를 거쳐 현재 ‘이씨 할아버지가 살았던 옛날에는(2021~)’이 진행되고 있다. 주제가 다양하지만 초점이 어린이들에게 맞춰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오는 11월25일에 개관 예정된 ‘일석 이희승과 한글’은 어떻게 기획된 것일까? “한글학자 이희승(1897~1989) 선생님이 태어나 자란 곳이 의왕이라는 선생의 증언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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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1960년대 당시 의왕면 관내도/ 새마을운동 당시 무·시금치 등 농작물 재배법을 알리는 홍보물/ 경기도농촌진흥원에서 배포한 쌀 증산운동 홍보물. 윤원규기자

■ 아이들과 학부모가 좋아하는 박물관

초등학생에 초점을 맞춘 교육 프로그램은 2011년의 특별기획전 ‘기증 고문서전’에서 시작된다. 이 기획전은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까지 토지매매문서, 장례 관련 문서, 과거시험 답안지와 합격증, 고신(임용장), 간찰(편지) 등 40여 점을 전시하고 전문가의 설명으로 학생들의 이해를 돕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시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교육프로그램으로 많은 초등학교들이 참여했지요. 학생이 직접 참여하며 즐길 수 있는 체험형 수업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호응이 좋았습니다”

이제까지 진행된 전시 중에서 2015년의 특별기획전 ‘기차타고 알아보는 철도이야기’에 대해 좀 더 알아본다. “철도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근현대 철도유물 42점을 시대적 해설과 함께 새롭게 구성해 선보였지요. 우리 의왕시는 철도박물관과 한국철도기술연구원, 한국교통대학, 한국철도공사 인재개발원 등 철도인프라를 두루 갖춰, 2013년 전국 유일의 철도특구로 지정된 철도특화도시랍니다. 기차의 등장과 발전에 따른 우리나라의 근대화 과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지요”

2016년의 특별기획전 ‘의왕-구석기시대부터 근현대까지’전도 주목된다. 도시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발굴된 다양한 유물을 통해 의왕 지역의 역사를 돌아보고 이를 바탕으로 현재 의왕시의 위상을 알아보는 기획이다. 이동 ICD 진입로 개설사업, 포일 2지구 국민임대주택단지 개발사업, 오전동 공동묘지 정비 사업을 하면서 구석기시대부터 조선시대에 걸친 다양한 유물을 출토됐다. 역사교실에는 의왕시내 초등학생들이 사료관에 전시된 구석기 시대부터 근현대까지의 유물을 관람하면서 역사퀴즈를 풀고, 청동기시대 마을 만들기 등을 체험하면서 의왕시의 역사를 이해하도록 이끌었다. 역사를 입체적으로 배우고 즐길 수 있는 기회였다. 

2019년에 진행한 주말 교육 프로그램 ‘우리가족 박물관교실’도 참석자들의 큰 호응 속에 진행됐다고 한다. “가족이 함께 향토사료관의 전시해설을 듣고 활동지 풀어보기, 우리가족 유물노트 만들기, 기념 사진촬영을 하며 즐기는 프로그램이었지요”

2022년 5월부터 9월까지 관내 초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열린 ‘학교로 찾아가는 박물관교실’은 어떻게 진행됐을까? “전문 강사가 신청학교를 찾아가 의왕시의 문화재와 유물에 대한 수업을 다양한 교재와 교구를 활용해 진행합니다. 다음엔 아이들이 향토사료관을 찾아 친절한 해설을 들으며 특별전시를 관람하고 유물 만들기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인데, 총 31회 900여 명의 학생들이 참여했어요” 지난 여름방학에는 매주 토요일마다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주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기증유물전시 ‘이씨 할아버지가 살았던 옛날에는’의 해설을 듣고 전시유물인 1991년에 발행한 ‘의왕신문’을 활용한 ‘우리가족 신문 만들기’를 진행하여 함께 참여한 다른 가족들에게 자신의 가족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지요.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을 하지 못했던 아이와 학부모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 의왕 역사와 정체성 가득 ‘미래세대 놀이터’

의왕향토사료관은 조선 철종 때 청풍김씨 김직연이 청나라 북경을 다녀온 뒤에 기록한 저술한 ‘연사록’과 한글본 ‘연행록’ 그리고 ‘독고록(讀古綠)’과 ‘상영도집’을 번역 간행했다. 특히 상영도(觴詠圖) 놀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희귀 시문집인 ‘상영도집’은 2021년에 경기도 문화재로 지정된 책으로 주목된다. 주요 명승지가 적힌 놀이판을 활용해 가상으로 여행하듯 작성한 시문(詩文)이 80편이 실려 있는 ‘상영도집’은 각 명승지의 역사와 관련 인물 등이 담겨 있는 희귀본이다. 의왕시의 역사와 문화를 살필 수 있는 의왕향토사료관은 의왕시중앙도서관책마루 2층에 위치하고 있다. 관계자의 설명처럼 도서관을 찾는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둘러볼 수 있는 장점가진 사료관이다. 하지만 전시 공간이 부족해 상설전시를 할 수 없는 것은 매우 아쉬운 점이다. 머잖은 날에 의왕시의 역사와 문화를 입체적으로 만날 수 있는 의왕시립박물관이 건립되기를 바란다.

김영호(한국병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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