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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인터뷰] 김은경 한국장애인방송연기자協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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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인터뷰] 김은경 한국장애인방송연기자協 상임대표

다재다능 장애인 배우... ‘편견없는 무대’ 데뷔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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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한국장애인방송연기자협회 상임대표(왼쪽 세 번째)가 자신이 키워낸 장애인 배우들과 함께 활짝 웃고 있다. 조주현기자

Q (사)한국장애인방송연기자협회는 무엇을 하는 곳인가.

A 지난 2009년에 설립된 협회로 개인적으론 할아버지이신 고(故) 김인문 배우께서 초대 회장을 맡았다. 이미 2002년부터 장애인 배우들을 양성을 해왔는데, 당시엔 장애인 배우가 설 수 있는 무대나 매체가 없어 협회 자체적으로 장애인 배우들이 설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자 했다. 뮤지컬과 특집 드라마, 단편 영화를 제작해 왔고 장애인으로 배우 활동을 하고 싶어 하는 이들을 모집하고 선발해 훈련하고 있다.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배우들이 많다고 들었다.

A 국내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80% 이상이 협회 출신이다. 현재 15명의 장애인 배우들이 있는데 그중 소통에 문제가 없이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배우는 6명 정도다. 국내 최초 다운증후군 배우 강민휘부터 뇌병변 배우로서 tvN 드라마 ‘갑동이’에서 주인공 갑동이 아버지 역할로 메소드 연기를 펼친 배우 길별은, 다운증후군 발레리나 출신 배우 백지윤 등등이다. 특히 올해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우리들의 블루스’ 덕분에 장애인 배우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이 친구들은 최소 8년에서 17년 차로 활동하거나 교육받았다. 비장애인 배우들과 함께 훈련하고, 현장에 투입되기 위해서는 최소 6~7년의 교육 기간이 필요하다.

Q 미인대회 출신으로 꽤 ‘잘나가는’ 매니지먼트 관계자로 활동했다고 들었다. 어떻게 장애인 연기자를 발굴해 키우고 협회를 설립하게 됐나.

A 30여년간 비장애인 스타들을 매니지먼트해 왔다. 배우 이일화, 가수 유승준, DJ DOC 등 스타 마케팅 업무를 해오며 탄탄대로를 걸었다. 그러던 중 장애인학교에서 일하던 친오빠의 부탁으로 비장애인 배우와 스타들을 동행한 행사를 열었는데 네 개의 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를 보면서 장애인 배우 양성을 마음먹게 됐다.

장애인이 사회의 도움만 받는 사람이 아닌, 사람들의 마음에 희망의 꽃을 피워줄 수 있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2003년 초께 장애인 방송인을 양성한다고 알리며 서울, 경기·인천지역의 복지관에 모집서를 보냈다. 지원서만 400통가량 들어왔다. 시각장애인, 뇌소증, 뇌병변 등 다양했고 모두 활발한 활동을 열망했다. 그 중 3명을 추려 배우 양성 훈련에 돌입했다.

어려운 점도 많았을 텐데, 걸어온 과정이 궁금하다.

A 발음 훈련, 노래, 연기, 다양한 훈련은 시켰는데 출연을 시키는 게 또 큰 산이었다.

당시 배우 겸 가수 손지창씨와 연예인 친구들에게 공연을 만들고 싶다고 말해 강남에서 공연을 처음 올렸다. 또 연기에 도전하는 장애인 배우 지망생의 모습을 담은 다큐를 방송사에서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방영했는데 프로그램이 그해 방송상을 받았다. 이후 KBS가 연 제1회 장애인방송선발대회에서 시각장애인 장소연씨가 1등을 수상해 3개 프로그램에서 리포터로 활약했다. 비장애인도 하기 어려운 방송일에 도전하고 꿈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감동받은 사람들이 고맙다는 메일을 보내기 시작하고 응원을 했다. 꼭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이란 확신이 들었다. 점차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있는 회사가 돼갔다.

하지만 사비를 들이면서 회사에서 발생하는 수입을 장애인 배우가 무대에 서는 데 투자하는 시스템으론 한계가 있었다. 무작정 문화체육관광부를 찾아갔다. 당시 담당자께서 사단법인을 제안해 주셨고, 2009년 협회가 설립됐다. 당시 초대 회장으로 추대된 김인문 배우는 불편한 몸을 이끌면서도 장애인 배우와 무대에 오르셨다. “은경아, 얘들이 최고의 배우들이야”라고 하신 말씀이 기억난다.

Q 우여곡절만큼 기억에 남는 일도 많을 텐데.

A 공연장에 처음으로 장애인 배우들의 뮤지컬 ‘날개없는 천사들’을 올렸다. 비가 오는 평일, 아기를 업고 공연을 보러 온 한 아주머니께서 막이 내리자 울며 당시 주연으로 무대에 오른 강민휘 배우를 보고 싶어 하며 너무 고맙다고 말씀하셨다. 뒤에 업힌 아기가 다운증후군 장애인이었다. 다운증후군 아이를 낳아 시댁에서 핍박을 받고 남편과도 불화가 심해 좋지 않은 마음을 먹었다가 때마침 너덜너덜해져 떨어지기 직전인 공연 포스터를 보고 찾아오신 거였다. 자기 아이와 비슷하게 생긴 사람이 주인공을 맡고 무대 위에서 멋지게 공연하고 많은 이들의 박수를 받으니 희망이 생기셨다고 했다.

“몰랐어요. 이렇게 귀한 보배를 주신 줄”이라고 하신 말씀, 그날 그 분과의 만남을 잊을 수 없다. 아무리 회사가 힘들어도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공연을 크게 열고 긍정적이고 밝은 작품을 올리자고 마음먹었던 날이다.

Q 코로나19로 문화예술계가 힘들었던 만큼 어려움도 많았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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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사실 코로나19 시기가 제일 힘들었다. 하지만 ‘우리들의 블루스’ 드라마가 방영되면서 “이제야말로, 지금이야말로 이 친구들이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시기이구나, 조금만 더 힘내자”고 마음먹었다. 사무실을 지금의 역세권으로 옮긴 것도 이러한 이유다. 장애인 배우들에게 비장애인 배우들 못지않게 지원을 해주고 싶었다. 이동에 큰 어려움이 없도록 전철이 가까워야 하고 엘리베이터 있어야 하고. 그런 확고한 마음에 사무실을 옮기면서 공간에 강의 공간, 휴게 공간, 매니지먼트 공간을 마련했다. 이 공간에서 장애인 배우를 지속적으로 양성할 예정이다.

또 코로나19 속 장애인들의 고립감을 해소하기 위해 유튜브 채널 ‘피플지 TV’를 2년간 운영하기도 했다. 장애인 배우들이 직접 출연하는 영어·요리·운동 프로그램 등 코로나 시대 장애인들을 위한 콘텐츠를 선보였다.

Q 시대가 변했지만 사회에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장애인 배우들의 활동이 쉽지는 않을텐데.

A 그렇다. 특히 4년제 연극영화과에 진학해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싶어 하는 장애인 친구들이 많지만,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문턱이 높은 것은 여전하다.

특히 연극영화과는 다양한 예술과 문화, 공연을 배우기에 장애인들의 재활과 사회성에 특히 도움이 되지만 지적장애인 등의 경우 대학에 들어가기 더욱 어렵다. 비장애인들이 연기만 받으면 될 훈련을 비장애인들은 호흡부터 집중, 발음, 일상 생활 등 모든 방면에서 훈련을 받아야 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현장에 대응하기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장애인 배우들이 더 많이 방송에 나오고 출연하고, 주인공이 돼야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가 된다고 생각한다.

Q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가 궁금하다.

A 장애인들이 더 활발하게 활동하고 배우라는 직업군을 체계적으로 가질 수 있도록 11월부터 아카데미를 연다. 많은 고민과 기대감 속에 지금까지 개척해 온 것을 토대로 장애인 배우가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돕겠다. 또 이제 연기를 정말 잘하는 장애인 배우를 넘어 국제적인 배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10년 넘는 시간 동안 강민휘 배우 등 연기를 정말 잘하는 국민배우를 양성했다고 생각한다.

이제 국제적인 배우를 양성하기 위해 국제영화제에 작품을 출품하는 등 장애인 배우들이 전 세계에 진출할 수 있게 길을 개척해 볼까 한다. 공중파에서도 장애인과 비장애인 함께 출연하는 예능 교양 프로그램이 방영되도록 하는 등 장애인의 방송 출연이 일상화되도록 하고 싶다. 장애인 배우 지망생들이 연극영화과 등 대학 진학이 여전히 쉽지 않은 만큼 사회성 발달과 직업군 확립에 도움이 되는 학교를 설립해 인재를 양성하는 것도 꿈이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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