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피해 입국한 우크라이나 출신 고려인의 아들이 보험문제로 치료비 수천만원을 부담해야 하는 사연이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고려인 A씨(38·평택시 포승읍)의 가족은 입국한 지 6개월이 지나지 않아 건강보험 지역가입자가 되기 위한 조건을 충족 못해 보험혜택 사각지대에 놓였기 때문이다.
23일 A씨와 고려인지원센터 너머 등에 따르면 A씨의 아들 B군(9)은 지난달 10일 오후 9시께 포승읍 소재 21층 높이의 건물 옥상에서 놀던 중 1층으로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추락 도중 환기용 배관 등에 부딪치면서 충격이 완화돼 목숨은 건졌지만 목뼈 등을 크게 다쳐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이후 상태가 호전되면서 지난 10일부터는 일반병실로 옮겨 치료를 받고 있다.
문제는 B군이 입국한 지 6개월이 지나지 않아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역가입자 자격을 얻으려면 국내에서 최소 6개월을 체류해야 한다.
2017년부터 한국에서 거주 중인 A씨와 달리 아들을 비롯한 그의 가족은 전쟁을 피해 지난 6월 한국에 왔다.
현재까지 A씨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2천100여만원으로, 퇴원 일정이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입원 기간이 길어지며 병원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더욱이 내년 5월까지인 아내와 아들의 체류 기간을 연장하려면 재외동포(F-4) 비자 등으로 전환해야 하나 현재로선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A씨는 “전쟁을 피해 가족을 한국에 데려왔는데 아들이 사고를 당하고 병원비가 감당이 안 돼 너무 힘들다”면서 “가족과 함께 한국에 살고 싶은데 앞으로 일이 어떻게 될지 몰라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김영숙 고려인지원센터 너머 사무처장은 “아이를 학교에 보내거나 가족임을 인정받으려 해도 우크라이나에서 발급한 관련 서류를 제출하라고 하는 등 현행 제도가 그들이 전시 상황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전쟁으로 한국에 입국한 동포들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외국인 입국자와 달리 각종 구비 서류를 간소화하는 등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평택=안노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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