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떤 임금이 그 나라의 최고 학자들을 불러 놓고 세상의 모든 진리를 담은 책을 만들라고 했단다. 그래서 학자들의 피나는 노력으로 한 권의 책이 완성됐다. 임금이 보기에 한 권도 분량이 많으니 더 줄이라고 해서 무려 한 장짜리 보고서가 완성됐다. 임금은 내친김에 더 줄여보라고 했더니, 그 다음 날 다음과 같은 단 한 줄의 문장이 만들어졌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상을 살다 보면 누구든 자신이 의도했든 아니든 다양하고 많은 갈등 상황에 부딪치게 된다. 그래서 예부터 세상살이가 그리 녹록지 않다고 하는 말이 전해 내려오는 것 같다. 그런데 갈등이란 피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듯이 갈등은 어떤 비용을 치르든 깨끗하게 해결해야 한다. 만약 갈등을 미봉책으로 덮고 가면 훗날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됨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굳이 가래로 막을 이유가 없다.
우리를 둘러싼 갈등의 대표적인 사례를 꼽는다면 정치적 갈등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정치적 갈등이라고 해서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는 말이 있듯이 오히려 진통을 겪으면서도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의 정치 수준이 한층 더 올라갈 수도 있다. 오늘날 서구권의 민주주의 수준이 높은 것은 그간 수많은 시민이 흘린 피의 대가였음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잘 알고 있다.
그런데 현재 대한민국이 당면하고 있는 정치적 갈등 상황은 매우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보인다. 심지어 흔히 밀월 기간이라고 하는 정권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선거에서 상대 진영뿐만 아니라 현 정권을 지지한 사람들마저 절반 가까이가 국정의 전반적인 운영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할 정도라면 이런 정치적 갈등 상황을 초래한 정권 측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결자해지가 마땅하다.
그런데도 현 정권 측에서는 스스로 만든 갈등조차도 해결을 애써 외면하면서 갈등 해결을 위한 적절한 노력과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비친다.
정치를 비롯해 모든 협상이 내 것을 내놓아야 비로소 시작된다. 정치란 원래 그런 것이다. 내 것을 내놓지 않고 남을 것만 뺏으려면 그것은 정치가 아니다. 정치의 ‘정(政)’ 자에는 ‘바르다(正)’는 뜻과 ‘친다(攵)’는 뜻이 합쳐져 있다. 내가 바르지 않으면 상대방을 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다수의 국민 눈에는 현 정권이 스스로 정정당당하지 못하면서 상대방을 칠 궁리만 하는 것으로 보인다. 제발 기본으로 돌아가자. 그렇지 않으면 5년간의 고통은 오로지 국민의 몫이다.
최동군 지우학문화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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